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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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것처럼, 내가 자유로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찾아서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내가 직접 내딛지 못하는 그 곳을 가슴 한 가득 느꼈다. 헌데 조금씩 그런 감정들보다는 질투가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은 용기 백배하여 직접 떠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 나가는데, 나는 내가 있는 곳을 한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매일 보던 사람들을 보며,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실망과 후회로 책을 던져 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행 에세이를 보면 손이 가는 심정은 또 뭘까?
이번에 만난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역시 흔한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풍경 사진과 사람들 사진, 허름한 골목 사진들이 가득 있는 책을 스르륵 넘겨 보니, 역시 내가 알고 있던 그렇고 그런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가 뭐하러 또 여행 에세이를 샀지? 결국엔 실망할 거면서...'라며 별 기대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 김동영이 나이 서른즈음에 갑자기 일하고 있던 방송국에서 해고를 당하고는 미국으로 떠나서 차 한대 사서 미국횡단을 하며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무래도 해고 당하고 멍하니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이국땅의 풍경을 맘껏 구경하고 즐기고 하는 마음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방황하는 마음, 허무한 마음 같은 것들이 글 속에 녹아있다. 또 이 책에는 특히나 '너'에게 하는 글들이 많다. '너'는 잠시 머물게 된 집에서 만난 친구일 때도 있고, 아마도 그의 그녀'였던' 사람일 때도 있고 그랬다. 다 똑같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그 때 그 때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넓디 넓은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그 길이 따뜻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사람, 울면서 운전한 일도 많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94쪽) 또 길을 잃고 울고 있다가 경찰관을 만나서 숙소로 다시 돌아간 일도 있다. 서른 즈음의 다 큰 남자가 챙피하지 않을까? 그는 이 일에서 삶이 가르쳐주는 교훈을 만난다. "지긋지긋한 관계들 속에서 어디론가 조용히 숨고 싶을 때, 난 이 일을 되새기게 될 것 같아. 결국은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지도를 들고 결국 그 길을 돌아올 테고, 다시 그 사람들 속에서 그 관계를 고마워하면서 살아갈 테니까. 그렇게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125쪽)

여행길에서 그는 자신의 사랑들도 추억한다. 사랑하기 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낫다고 얘기하고, 나와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짓밟힐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맞춰주기 위해 나의 많은 것들을 죽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 착한 '척'하면서 결국 내 욕심을 다 차리는 이기적인 모습만 가득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수양한다고 해도 내 취향을 짓밟히고 싶지 않다는 고집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나도 먼 곳으로 여행가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 타인의 취향에 맞출 수 있을까. 그렇게 못한다고 해도, 내가 너를 좋아했던 사실은 거짓이 아닌데.. 너는 알까. 저자가 너에게 얘기하듯. "내가 너에게 준 나무목걸이에서 싹이 나면 알게 되겠지. 내가 너를 많이 좋아했다는 걸." (177쪽)

여행 에세이를 읽든, 소설을 읽든 거기에서 얻는 것은 책을 읽고 있는 내 몫이다. 내가 어떻게 글을 읽느냐에 따라 저자가 의도했든지, 안 했든지 나는 뭔가를 얻게 된다. 이 책을 펴고 읽으면서 내가 한동안 뒷장으로 넘기지 못하고 펼쳐놓고 있던 페이지는 168쪽이다. 멤피스의 울프리버의 사진이 두 페이지에 넓게 걸쳐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바다인 줄 알았다. 넘실대는 물들이 꼭 1월 1일에 새해가 뜨는 걸 보러 포항 호미곶에 갔을 때 봤던 그 바닷물들 같았다. 저자에게는 울프 리버이지만 나에게는 포항 앞바다. 같이 보았던 사람들, 그 때의 감정들. 사진 한 장만으로 많은 걸 상기시켜주었다. 내 개인적인 추억 혹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그 사진 한 장으로 그 이후의 그의 글들이 더 짠해졌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책으로 남을 수는 없다. 나에게 이 책은 조금 특별해질 것 같다. 그 사진 한 장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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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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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누구나 다 읽은 책 말고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의 <순례자>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하얀 표지도 맘에 들었고, 가볍지 않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무게감도 좋았다. 하지만 그의 문체가 익숙하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첫부분부터 나오는 '람의 의례'니, '검'이니, '성전'이니 하는 말들에 거부감이 들어서였을까. 이 책은 당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한장 읽는 것도 어찌나 힘들고 더딘지.. 결국 이 책은 내 책장 속에서 고이 잠들어 있었다.
며칠 전, 요즘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을 읽고 있는데, 외국도서가 번역자의 세심한 노력에 의해 탄생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책은 저자의 창작 욕구에 의해 각고의 노력을 거쳐 탄생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내가 내팽겨쳐놓은 <순례자>를 다시 펼쳐들게 되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대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내가 많이 자란 건지 이번에는 책이 술술 잘 읽혔다. 그 안에 담긴 의미들도 곰곰이 생각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정성들여 읽어나갔다. 

이 책은 주인공인 '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 안내자인 '페트루스'에게 여러가지 의례를 배우고 자신의 검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솔직히 첫 부분을 집중해서 읽지 못한 탓에 주인공이 왜 브라질의 자신의 생활을 모두 버리고 순례길에 올라 길고 긴 여정을 경험하는지는 다 읽고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첫 부분에서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검'이라는 단어 때문이겠지. 그리고 아무래도 기독교 쪽의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책이라서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서 이 책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그저 마음 수련이라는 목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종교를 초월해서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니까. 

인상깊은 구절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몇번이고 들여다보고 문장을 되새기고는 하는데 이 책에서는 네 군데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첫번째는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앞으로 내가 행할 것들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52쪽) 과거를 곱씹어보고 돌아보고 후회하는 나의 못난 버릇은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지만 이 말이 갖는 의미는 머리 속으로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으니 이미 반은 실현됐고, 이제 실제로 실천만 하면 되는데... 내가 하지 않은 일은 뒤돌아 후회해보았자 역시나 하지 않았고, 물릴 수도 없으며,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실천하자!!
두번째 포스트잇. "인간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찾아낸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우리를 떠난 누군가로 인해, 그리고 우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 누군가로 인해 고통을 받지요.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고,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예속 상태로 변화시키지요.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84쪽) 사람 삶을, 감정을 이렇게 정확하게 꼬집다니.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얘기하다니. 내 모든 괴로움과 우울과 아픔의 원인은 모두 이 문장에 다 들어 있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생기기 마련. 이제 나는 내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세번째 포스트잇.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187쪽)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사는 것 자체, 즉 삶을 두려워한다는 것. 엄청난 반전이 아닐까. 나 역시 삶을 살아내는 것이 두려워 늘 한 자리에서 늘 똑같은 일상을 경멸하면서도 익숙하게 쳇바퀴를 돌고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갈망하면서 두려워하는 것. 그래서 내가 스스로 더 한심한 것....
네번째 포스트잇.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치러내야 할 싸움들을 피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것이다. 이제 나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내가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190쪽) 후회하지 않고 내 목표로 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나는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후회하지 말자'는 아주 흔한 좌우명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말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또 한번 이렇게 다짐해본다. 

가슴벅찬 감동으로 위 문장들을 몇번이고 읽고 또 읽고 읽었다. 사실 포스트잇을 붙여놓고도 한두번 읽고는 책장 속으로 직진하는 책들이 많은데, 아마도 이 책은 내 책상 위 책꽂이에, 언제든 내가 손 뻗으면 닿을 곳에 가까이 두고서 자주 자주 읽힐 것 같다. 내가 금방 타이핑한 저 문장들을,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읽고 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문장들이다. 사실 저 문장들 말고도 각자의 가슴을 울릴 문장들은 여럿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별점이 세개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은 위에서 말했던 너무 종교적인 분위기와 사실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개념들 때문에 읽기 힘들었던 점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이 거기서 거기 라며 피하는 이들도 있던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연금술사>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서는 또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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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 - 평범한 30대 주부가 통역사가 되기까지
신자키 류코 지음, 김윤수 옮김 / 길벗이지톡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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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딴지걸기. 책 표지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평범한 30대 주부가 통역사가 되기까지"라는 문구. 이 책의 저자인 신자키 류코는 그냥 보통 평범한 여성은 될 수 있을 지언정, 동시통역사가 되기에는 평범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영어교사도 5년정도 해본, 영어를 공부한, 영어와 친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영어와 손을 떼고 쉬었다한들 동시통역사가 되기에, 아주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딴지걸기는 요정도로 마무리하고. 사실 책을 처음 구입했을 때 아주 얇은 두께가 실망스러웠다. 혹시나 재미가 없더라도 책이 두꺼워야 왠지 책을 읽었다는 기분이 드는 유아기적인 발상 덕분이리라. 그래도 이왕 산 책, 읽어야지, 뭐. 이런 심정으로 책을 펼쳤다. 

중고등학교 6년동안 1주일에 5,6시간정도(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어를 배웠으면서도, 영어선생님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수능의 외국어영역은 그저 감으로 시험치고, 다행히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와서 대학이라는 곳에 갔었다. 나에게 영어는 싫은 영어선생님과, 무슨 말인지 모를 영문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되는 단어공부만 조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더니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자신문 읽기 수업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에다 어찌나 어려운지.. 하지만 연예기사 같이 읽기 쉬운 것들만 골라 읽다보니 어느덧 영자신문 읽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매일매일 영자신문 싸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읽고 싶은 부분들을 스스로 읽고 공부하게 되었다. 연예기사 말고도 사설, 정치부분까지. 그렇게 영어도 어느 정도 나에게 재미있는공부 중에 하나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벌써 3년. 이제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본어 공부에 맛을 들여서 스스로 독학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와 한국어 그 상관관계를 공부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매일매일이 신기하다. 

이런 시점에서 만난 신자키 류코의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는 언어공부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으로 구입한 책이다. 신자키가 아들을 잃고 심리적으로 힘들 때 통역학교에 다녀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통역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현장에서 부딪히고 통역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책은 얇지만 엑기스만 골라놓은 듯, 다 읽고 난 지금은 꽤 뿌듯한 기분이 든다. 30대 주부(결코 영어와 동떨어지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총알이 날라다니는 것 같은 통역 부스실 한복판에서 피말리는 전투를 하는 장면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져 있어서, 그보다 더 젊은 내가 왜! 겨우 이것도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에 열정의 불꽃이 살아났다. 물론 그녀처럼 통역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는 통역현장의 일 뿐만 아니라 신자키 특유의 도전정신과 매사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일본인이고 영어 동시통역사이기 때문에, 일본인으로서 영어 공부한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통역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위한 영어공부이지만 그냥 외국어공부로서 그 방법들을 적용해보아도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일본어공부이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일본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목표가 생겼다. 단순히 일본의 드라마, 쇼프로그램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일본어를 할 수 있도록 마치 신자키 류코처럼 나도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해야겠다. 왠지 통역, 번역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이것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살짝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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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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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그러면서도 지겹지만 놀랄 일 없는 평범한 일상에 발이 묶여 함부로 벌떡 일어나 떠나지 못하는 소심한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외국에서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 하고 찍은 사진과, 감수성이 뚝뚝 떨어지는 글들을 보며 그러지 못하는 스스로를 원망도 하고, 상상도 해보고 그러며 하루를 보낸다. 바다 건너 외국으로 떠나기에는 이것저것 나를 잡는 '이유' 혹은 '핑계' 혹은 '변명'들이 너무나 많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안에 아름다운 곳들을 직접 두 발로 디뎌 보는 것에는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겠지? 이 책 속에 소개된 곳에 올해 안에 적어도 한 곳에는 꼭 가보기를 소망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처음엔 제목에 있는 '영상포엠'이란 말을 그냥 흘려버렸는데 몇 장 읽기도 전에 다시 책 제목을 한 글자 한 글자 되새겨보았다. '영.상.포.엠.'. 영상으로 쓴 시. 그렇다. 이 책은 어느 한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줄줄 적어놓은 여행에세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시'였다. 경북 울릉도 편에서 나오는 문구 하나. "어느 새 나이를 먹은 내 조촐한 바람 하나. 허위와 가식을 겨울 햇살에 말려 나도 까맣게 윤이 나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88쪽) 아... 몇번을 곱씹어 봐도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하겠다. 어려운 시집 하나 손에 들고 있는 느낌같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파도가 치고, 갈매기가 날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이런 감상을 끄집어 낼 수 있다니, 글을 쓰는 사람에 질투가 일었다. 

강원도 한계령의 산골 노부부. 부부는 서로 살 부대끼며 육남매를 낳고 길렀고, 지금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 분들의 소박한 삶에, 함께 늙어가고 함께 있다는 것... 혹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요즘 사랑은 그 분들의 사랑과 삶의 방식 앞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리라. 내 마음도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뜨끔해졌다. 
 

영남 알프스의 흔들리는 갈대밭에서 추억을 되새기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흐르고 머무르는 것은 자연의 섭리. 누가 무엇이 남게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랑이란 머무는 순간에 충실한 것. 내 전부를 걸었을 때 비로소 추억이 된다."(70쪽) 사랑은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과연 쉽게 되는 것인가. 뒤돌아 봤을 때 후회로 남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불태워야 하는데 상처받을까 겁내며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강원 태백의 해바라기 밭에서 해바라기가 내게 속삭인 말. "깊숙이 사랑하라! 노란 해바라기가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온몸으로 말한다."(145쪽) 깊숙이. 얕지 않게. 깊숙이. 대신 숨을 깊숙이 쉬어본다. 내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그 만큼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내 심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올 수 있을까. 나는 내 심장의 한 켠을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까. 대신 내가 숨쉬는 것이 버거워지더라도. 

경북 청송에서 석공이 다듬어 놓은 돌꽃. 신기하고, 또 아름다웠다. "고백하건대 얼어붙은 내 심장에서 꽃을 발견하고 그 꽃을 피워줄 누군가를 나도 간절히 기다린다."(181쪽) 그저 큰 돌에 불과했지만, 석공이 어루만지고 다듬자 꽃이 핀 것처럼 나를 어루만지고 다듬어줄 그 사람. 내 옆에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나를 찾아 헤매고 있을까. 사랑에 충실하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고 기대고 의지해야겠지. 내 마음을 온전히 쏟아부어 최선을 다해야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많은 사진과 글들 속에서 나는 내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소개되어 있는 많은 곳들 중에서 특히나 청송의 주산지에는 꼭 가보고 싶어졌다. 유명한 곳이라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한번도 가보지는 못한 곳. 거기서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관광지에서 사진만 많이 찍고 유명한 맛집에서 밥먹고 돌아나오는 관광객이 아닌 그 자연에 허락받고 들어가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올해 안에 꼭 청송에 가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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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프랑스 일기 - 봉주르! 무지갯빛 세상에 건네는 인사 소담 여행 2
미미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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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네의 일기>처럼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느낌이었다. 제목부터가 <미미의 프랑스 일기>이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어서 마치 여고생의 다이어리를 보는 것 같았다. 한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프랑스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부하고 일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미미는 어릴 적부터 즐겨 먹던 '사브레'라는 과자에 그려진 에펠탑 그림에 반해서 언젠가는 프랑스에 가보고 말리라.. 프랑스에 대한 동경을 품고 살다가 결국 휙~ 하고 프랑스로 가버렸다.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 틈에서 혼자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녀의 글(일기)들을 보다 보면 과제 때문에 힘들고, 짖궂은 프랑스 남자들에게 치이고, 혼자라서 외롭다는 등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가 읽었으면 마음 아플 이야기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프랑스 특유의 밝은 분위기에 다시금 힘을 얻고 프랑스를 미워할 수는 없다고 다시 돌아서지만.. 

이 책에는 배경이 되는 프랑스의 이야기도 많지만 한 개인의 감수성 가득한 소소한 일상들이 담백하고 산뜻한 문체로 그려져있다.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바로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일러스트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그림 솜씨가 보고 있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애써 이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그렸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따뜻한 그림들이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조금씩 올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세 군데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한 군데는, 보름달을 보고 다르게 반응하는 한국사람과 프랑스사람을 비교해놓은 미미의 그림(66쪽). 우리는 당연히 보름달이 뜬 것을 발견하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소원을 하나 빌고 꼭 이뤄지게 해달라고 마음을 모으는데 반해, 프랑스 사람들은 보름달이 뜬 것을 보면 왠지 불길했다면서 얼른 집에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것이다. 보름달이 뜬 날 밤에 늑대인간으로 변한다거나, 음산한 영화 장면 속에 보름달이 구름에 살짝 가리면서 환하게 빛난다거나 하는 것이 유럽 쪽에서 보름달을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겠지. 

그리고 또 한 곳은 머피의 법칙처럼 이것저것 하나도 되는 일이 없는 날, 멀리 있는 큰 마트에 가서 잔뜩 장을 봤더니 지갑을 두고 왔기에 오렌지 한 묶음만 들고 나오다가 근처 꽃집에서 이쁜 화분 2개를 아주 싼 돈으로 구입하고는 기분이 좋아진 미미가 진짜 그녀의 일기장에 적어놓았을 법한 한 구절. "하늘 한번 봐봐. 별이 많아. 잘 자, 내 작은 별. 네 생각 하고 있어."(197쪽)... 아, 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감수성이란 말인가.. 나도 이렇게 감수성 풍부한 적이 있었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글이지만 나는 왠지 팍팍한 현실에 익숙해져 그냥그냥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는 문학적 감수성은 다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슬펐다. 

세번째 포스트잇을 붙인 곳은, 에펠탑을 소개하는 지면에 나온, 에펠탑은 철로 짠 레이스다. 라는 문구였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비유인가.. 실제로 에펠탑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밤이면 10분마다 반짝반짝하고 네온에 불이 들어온다는데 티비 화면에서 봤던 장면이었다. 내가 바로 그 현장에 있다면.. 철로 짠 레이스에 불이 들어온다면..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프랑스에 유학 가서 공부하느라, 과제내느라, 적응하느라 여러 모로 힘들었던 그녀의 이야기들은 학교나 과제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필요없어도 그녀가 다닌 학교의 시스템이나 교수들 이야기도 조금 있었으면 더 좋았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어느 광고회사의 인턴생활을 하기 위해 파리로 떠날 때 아주 친한 친구인 마르코와 헤어져 쓸쓸해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글에 잘 나타나 있었는데, 그 후 마르코와 어떻게 되었는지 참 궁금해졌다. 마르코의 긴 편지 속에, 삶은 여행이며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문구를 보며, 그들은 만났을까?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내 인생이 긴 여행이라면, 나는 지금쯤 어디에 와있는 걸까? 나는 목적지까지 바른 길로 걸어가고 있을까? 프랑스에서 보내온 미미의 마음 따뜻한, 소소한 일기들이 나를 두둥실 하늘로 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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