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 - 평범한 30대 주부가 통역사가 되기까지
신자키 류코 지음, 김윤수 옮김 / 길벗이지톡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딴지걸기. 책 표지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평범한 30대 주부가 통역사가 되기까지"라는 문구. 이 책의 저자인 신자키 류코는 그냥 보통 평범한 여성은 될 수 있을 지언정, 동시통역사가 되기에는 평범한 여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영어교사도 5년정도 해본, 영어를 공부한, 영어와 친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영어와 손을 떼고 쉬었다한들 동시통역사가 되기에, 아주 평범한 여성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딴지걸기는 요정도로 마무리하고. 사실 책을 처음 구입했을 때 아주 얇은 두께가 실망스러웠다. 혹시나 재미가 없더라도 책이 두꺼워야 왠지 책을 읽었다는 기분이 드는 유아기적인 발상 덕분이리라. 그래도 이왕 산 책, 읽어야지, 뭐. 이런 심정으로 책을 펼쳤다. 

중고등학교 6년동안 1주일에 5,6시간정도(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어를 배웠으면서도, 영어선생님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수능의 외국어영역은 그저 감으로 시험치고, 다행히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와서 대학이라는 곳에 갔었다. 나에게 영어는 싫은 영어선생님과, 무슨 말인지 모를 영문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나마 무조건 외우기만 하면 되는 단어공부만 조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더니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자신문 읽기 수업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에다 어찌나 어려운지.. 하지만 연예기사 같이 읽기 쉬운 것들만 골라 읽다보니 어느덧 영자신문 읽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매일매일 영자신문 싸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읽고 싶은 부분들을 스스로 읽고 공부하게 되었다. 연예기사 말고도 사설, 정치부분까지. 그렇게 영어도 어느 정도 나에게 재미있는공부 중에 하나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벌써 3년. 이제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본어 공부에 맛을 들여서 스스로 독학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와 한국어 그 상관관계를 공부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매일매일이 신기하다. 

이런 시점에서 만난 신자키 류코의 <그녀, 영어 동시통역사 되다>는 언어공부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으로 구입한 책이다. 신자키가 아들을 잃고 심리적으로 힘들 때 통역학교에 다녀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통역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현장에서 부딪히고 통역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책은 얇지만 엑기스만 골라놓은 듯, 다 읽고 난 지금은 꽤 뿌듯한 기분이 든다. 30대 주부(결코 영어와 동떨어지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총알이 날라다니는 것 같은 통역 부스실 한복판에서 피말리는 전투를 하는 장면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져 있어서, 그보다 더 젊은 내가 왜! 겨우 이것도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마음에 열정의 불꽃이 살아났다. 물론 그녀처럼 통역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는 통역현장의 일 뿐만 아니라 신자키 특유의 도전정신과 매사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일본인이고 영어 동시통역사이기 때문에, 일본인으로서 영어 공부한 방법들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통역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위한 영어공부이지만 그냥 외국어공부로서 그 방법들을 적용해보아도 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일본어공부이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일본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목표가 생겼다. 단순히 일본의 드라마, 쇼프로그램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일본어를 할 수 있도록 마치 신자키 류코처럼 나도 열과 성을 다해서 공부해야겠다. 왠지 통역, 번역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이것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살짝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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