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의 인생 시 필사 노트
나민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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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에게 ‘시’는 시험 문제의 지문일 뿐이었다.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시들은 분석하고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만 다가왔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시절 백일장이 열릴 때마다 나는 짧지만 어려운 ‘시’보다는 길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풀어 쓸 수 있는 산문을 택하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게 느껴졌다.



그런 나에게, 나민애 교수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는 ‘시’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다.

문학 작품, 특히 ‘시’는 읽는 이의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교수님이 선별한 시를 먼저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한 뒤, 덧붙인 해설을 읽으면 같은 시라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내가 가졌던 시선이 다른 방식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와, 시를 읽는 재미를 더욱 깊게 해 준다.

나민애 교수님은 총 77편의 시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독자들은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는, 혹은 끌리는 주제를 골라 읽기 시작해도 좋다.



1. 처음 맛보는 시

2.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

3. 사랑을 곁에 두었다

4. 가을이나 바람처럼 쓸쓸한 것들

5. 나에게 말을 건네는 시

나민애 교수님과 내가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읽은 시는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였다.



나는 이 시를 말 그대로 ‘국수 예찬론’쯤으로 이해했는데, 교수님의 해설을 읽고 나서야 이 시에 더 깊은 고민과 걱정, 따뜻한 위로가 녹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의 관점이 담긴 해설을 읽은 후 다시 시를 읽어보니, 힘들고 아픈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시인의 진정성 있는 마음과 ‘국수’에 담긴 위로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식으로, 마음을 다치고 보니 지나간 사람, 이긴 사람보다 조금 부족하고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인처럼 순박하고 속이 훤히 보여서 남을 속이지도, 이기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눈에 들어왔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 곁에서 뜨겁게 울고 싶다는 말을 ‘국수가 먹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p.99)

p,99

반대로, 나민애 교수님과 내가 같은 관점으로 읽은 시는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였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시였지만, 금세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시가 되었다.

그랬다지요 – 김용택

그 여자네 집, 창비, 1998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나민애 교수님은 이 시를 이렇게 해석한다.

“이 시는 ‘이게 아닌데’의 삶을 두둔한다. 완벽하지 못한 삶,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소중히 여긴다. 온 우주가 진심으로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을 때, 이 시를 읽자.

내 인생은 어쩜 이렇게도 가여울까 싶을 때, 남들만 행복한 인스타그램을 보는 대신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바라보자.

‘이게 아닌데’를 뱉었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던히 사는 삶도 삶이다. 아주 귀한 삶이다.”

p.117


요즘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내게, 이 시와 해설은 큰 위로가 되었다.

해설을 읽고 난 후 다시 시를 읊조리며 종이 위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보았다. 아니, 마음에 깊이 새겨보았다.

나민애 교수님이 큐레이션하고, 해설까지 곁들여 소개한 77편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내 삶도 더 충만해지고, 시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77편의 시뿐 아니라, 교수님의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주옥같아 자주 꺼내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어쩌다 시작되었지만 어쩌다 소중해진 인생을 위해서, ‘나’라는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시를 읽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같은 시 속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줍는다고 해도 우리는 함께 기뻐할 수 있을 겁니다.”

― 서문 「다만 의미를 찾고 싶을 뿐」 중에서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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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뇌과학 - 세계적 뇌과학자가 밝힌 유전 지능을 이기는 공부 지능 발달 습관
가와시마 류타 지음, 이효진 옮김, 김보경 감수 / 부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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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그러나 언제, 어떤 학원에 보내고 어떤 내용을 학습시킬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아이의 뇌가 좋아하는 활동과 게임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공부머리 뇌과학』은 뇌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적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책에는 뇌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들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담겨 있으며, 중요한 핵심 문장에는 밑줄이 쳐져 있어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음은 책 속의 인상적인 문장들이다.

“뇌과학자로서 저는 학령기의 아이들이 읽고, 쓰고, 계산하는 학습 습관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p.42)

“음독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뇌 준비운동입니다. 실제로 하루 10~15분 음독을 하면 기억력이 약 20%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p.62~63)

“매일 30분 정도 독서를 하는 습관은 성적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p.67)

“창의력을 발휘할 때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어휘,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입니다. 어휘력이나 언어 능력이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p.76)

이처럼 책에는 ‘공부머리’를 키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팁들이 가득 담겨 있다. 아이를 학원이라는 쳇바퀴 속에 밀어넣기 전에, 모든 부모가 먼저 이 책을 읽고 뇌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가와시마 류타는 오호쿠대학교 가레이 의학연구소 교수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다. 그는 기능성 뇌영상(fMRI)을 활용한 뇌 활동 분석의 선구자이며, 일본 내에서는 뇌 기능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2,000만 개 이상 판매된 닌텐도 두뇌 트레이닝 시리즈의 감수를 맡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잠깐! 뇌과학에서 꼬~옥 알고 넘어가야할 팩트 체크!

Q.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를 관장하는 뇌의 가장 중요한 영역은 어디일까요?

1)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

2) 측두엽 (temporal lobe)

3) 후두엽 (occipital lobe)

정답은 1번, 전전두피질!

전두엽 중에서도 이마 바로 뒤쪽에 위치한 넓은 부분인 전전두피질은 인간의 계획, 사고, 판단, 감정 조절 등 고차원적 인지 능력을 관장한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는 스마트폰 사용과 학습 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였다.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학습 내용이 뇌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p.114) 심지어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공부량이 많아도, 스마트폰 사용이 과도하면 그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미디어 사용의 적절한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에 추천사를 남긴 인물들도 주목할 만하다. 모두 교육과 뇌과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이다.

“‘어떻게 공부를 시킬까?’보다는 ‘아이의 뇌가 열심히 배우도록 어떻게 도울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p.7, 김보경, 스탠퍼드대학교 신경심리학 박사)

“가와시마 류타는 뇌과학자로서 자신이 진행한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가 아이의 두뇌 발달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매우 실용적인 조언을 제시합니다. 특히 수면, 식습관, 운동, 미디어, 독서, 부모와의 대화 등 생활 습관이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 즉 공부머리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강조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께서 잡아주신 독서 습관이나 공부법이 이 책의 내용과 일치해서 내심 반갑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p.8, 임민찬, 『의대생의 초등 비밀과외』 저자)

『공부머리 뇌과학』은 단순한 공부 방법서를 넘어, 과학적으로 검증된 뇌 사용법과 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자녀의 잠재력을 키우고 싶은 부모, 아이의 학습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 스스로 공부머리를 키우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이 책은 강력히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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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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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비전과 넓은 시야를 가지면 삶의 고달픔을 더 잘 견디게 된다.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 수치가 낮다.

목적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목적의식은 우울과 불안, 부정적인 생각, 번아웃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이다.

그 덕분에 기쁨과 즐거움을 더 온전히 누릴 수 있으며, 수면의 질이 더 높고,

치매 위험이 낮으며, 독감 예방 접종, 유방촬영술, 대장내시경 같은 건강검진에도 적극적이다.” (p.57)

P.57

『합리적 낙관주의자』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수 바르마(Sue Varma)'가 집필한 책으로, 감정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고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정신적 훈련법인 ‘합리적 낙관주의’를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제목을 『삶을 변화시키는 쉽고 친절한 마음 훈련 안내서』라고 바꿔도 좋을 정도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합리적 낙관주의’란 무엇인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인지 행동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매우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책은 실제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지행동치료(CBT) 기법을 독자가 일상에서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예를 들어, AIM(삶의 목적 재발견), 감정 다루기, 자존감 회복, XYZ/ABCDE 모델을 활용한 사고 왜곡 인식 및 전환법 등 실천 가능한 기법들을 각 장마다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장점은 두께에 압도되지 않고도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장부터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장마다 핵심 이론과 실천 전략이 잘 정리되어 있으며, 특히 말미에 수록된 <실행 전략>은 매우 유용하다. 제시된 질문과 사례만 잘 읽고 내 삶에 적용해 보아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9장 ‘건강한 습관: 인생을 바꾸는 작은 루틴의 힘’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음주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는 고민을 해왔지만, 생각만큼 잘 실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새로운 습관을 정착시키는 실질적인 전략들을 소개하며, 아래와 같은 조언을 건넨다.

첫 번째, 감정을 진정시켜라. 목표와 기준에 자기 연민이 담겨 있는가? 혹시 너무 엄격하고, 비판적이며, 경직된 기준을 세운 건 아닌지 돌아보라. (중략)

두 번째, 나쁜 습관의 유발 요인을 인식하라.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에 할애되는 시간이 길어서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보기, 과식, 운동 놓치기로 이어지는가? (중략)

세 번째, 습관적 보상과 신호를 분리하라. 스트레스가 심한 일을 마친 후, 부엌으로 가는 대신 책상 옆에 요가 매트를 두고, 그곳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5분짜리 명상 오디오를 들어보라. 그러면 그것이 점차 자연스러운 대체 행동으로 자리 잡는다.

네 번째, 자기합리화의 문장을 찾아보라. 기준을 낮추고 자기합리화를 할 때, 나쁜 습관은 몰래 스며든다. 예를 들어, ' 보복성 취침 미루기'로 늦은 밤까지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을 돌보느라 하루를 보내고 나서, 그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마음에서 나온다(오늘 하루는 길었고 나는 즐길 자격이 있어). (중략)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운동 수업을 빠지고는 늦잠을 잔다. 합리적 낙관주의 습관 추적기는 좌절을 유발하는 신호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탠은 운동을 건너뛰고 싶을 때마다, 자기합리화의 문장을 인지하고, 궁극적인 목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P.325-326

또한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 책에서 단 하나의 처방만 가져가야 한다면, 4M을 삶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결심”이라고 말하며, 저자가 말하는 ‘4M’을 실천할 때 우리 모두가 더욱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p.333)

숙달(Mastery), 움직임(Movement), 의미있는 관계(Meaningful Engagement), 마음챙김(Mindfulness)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온 수많은 심리·정신 건강 도서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실천 가능한 ‘독자 친화적’ 안내서였다. 특히 우울, 불안, 무기력, 자기비난, 번아웃 등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심리적 고통에 대해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이 책에서 배운 기법과 사고방식을 나의 현실에 적용해보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의 자세가 결국은 나를 더 충만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이끌 것이라는 합리적 낙관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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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마지막 가르침 (30만 부 리커버) - 삶의 자유를 위한 부의 알고리즘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슬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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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돈 버는 법에 대한 얘기는 일절 안 할 거야.”

“아니……”

나나미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표정이다.

“내가 하려는 건 돈 자체에 대한 얘기야.” (p.19)

p.19

위 대화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 책이 ‘돈 버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일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이 책이 단순한 재테크 서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 감사하지. 연봉이 높으면 멋지다고 생각하고, 저금을 많이 하면 행복을 느껴. 내 삶을 떠받치는 게 돈이라고 착각하고, 어느새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거야.” (p.21)

p.21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은 2023년 다우치 마나부가 쓴 소설로, 한국어 번역판은 2024년에 출간되었다. 작가는 골드만삭스 증권회사에 입사해 16년 동안 일본 국채, 엔 금리 금융 파생상품, 장기 환율 등 다양한 트레이딩 업무에 종사했고, 일본은행의 금리 지표 개혁에도 참여한 금융계 베테랑이다. 2019년 퇴직한 후에는 집필 활동과 함께 사회 금융 교육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야기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중학교 2학년생 유토와, 투자은행에서 외환과 일본 국채를 거래하며 큰돈을 다루는 나나미가 미스터리한 존재인 ‘보스’를 만나 ‘돈의 정체’와 ‘세 가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나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세 가지 수수께끼를 읽고는 내가 가진 생각과는 상반되었기에 '이게 뭐야? 말장난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유토와 나나미는 각자의 상황에서 ‘돈’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장되며,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성장과 각성이 ‘보스’와의 만남 속 다양한 에피소드에 녹아 있으며, 독자 역시 이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 가지 경제적 통찰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나처럼 ‘돈 버는 기술’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근본적이다. 돈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지, 경제가 어떤 원리로 활성화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적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보스'가 제시하는 수수께끼의 해답은 일본의 경제 현실을 기반으로 설명되지만, 저출산, 일자리 감소,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는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겪고 있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던 즈음, 아이가 다 읽은 전집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상태도 좋고 구성도 알찬 전집이라 다른 부모님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생각으로 설명을 정성껏 작성했지만, 막상 가격을 정하는 순간 막막했다. 그래서 다른 판매자들의 가격대를 참고해 비슷하게 책정했다.

그렇게 중고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함께 읽었고, 책의 제3장에서 제시된 관점이 문득 떠올랐다.

“전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사용 가치를 높이는 것, 돈은 서로 빼앗을 수밖에 없지만 미래는 공유할 수 있다.”

내가 설정한 가격은 어쩌면 이 메시지와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중고 거래 역시 ‘돈’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나의 이익은 조금 줄더라도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토와 나나미도 처음에는 ‘돈’을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나처럼 말이다. ‘보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경제 활동을 나와 가족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다. (실제로 내가 사고의 전환을 하기 전까지, 당근마켓에 올린 전집은 팔리지 않았다.)

이처럼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은 내가 ‘돈’을 보고, 다루고, 일상에서 선택을 내리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게 만든 책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끝까지 경제적 통찰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 간의 서사와 감정선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단순한 경제 소설을 넘어선, 삶과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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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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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다음 문장을 읽고,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세요.

1. 이 책의 작가 하퍼 리(Harper Lee)는 여성이다.

2. 《앵무새 죽이기》에서 말하는 ‘앵무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애완조가 아닌, 다른 종류의 새다.

3. 《앵무새 죽이기》는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다.

4. 국내에서는 2003년, 문예출판사가 미국의 하퍼콜린스 출판사로부터 정식 판권을 받아 최초로 번역 출간했다.

5.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성장소설이자 반(半)자전적 소설이다.

놀랍게도, 위 문장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내용이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2015년 여름, 번역가 김욱동 교수에 의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간된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세련된 표지 디자인과 손에 꼭 들어오는 판형, 그리고 깊이 있는 번역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책 후반부에 수록된 작품 해설과 번역자의 고민이 담긴 설명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시대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야기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남부의 가상 마을 ‘메이컴’입니다. 어린 소녀 스카웃 핀치는 오빠 젬, 변호사 아버지 애티커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웃집에 은둔한 인물 ‘부 래들리’를 둘러싼 소문에 호기심을 갖고 그를 상상 속 인물처럼 여기며 자라납니다.

한편, 아버지 애티커스는 백인 여성에게 강간 혐의를 뒤집어쓴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의 국선변호를 맡게 됩니다. 인종차별이 뿌리 깊은 지역사회에서 그는 진실과 정의를 위해 담대히 싸우지만, 법정은 결국 톰에게 유죄를 선고합니다. 이후 톰은 도주 중 총에 맞아 목숨을 잃고, 스카웃과 젬은 세상의 부조리와 편견을 마주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두운 밤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고, 이를 부 래들리가 조용히 구해주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평소 소문 속 괴물처럼 여겨졌던 부 래들리가 사실은 조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 스카웃은,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며 한층 성숙한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코 법정 장면입니다. 애티커스와 톰의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 길머 사이의 변론은 독자들에게 강한 긴장감과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애티커스의 마지막 변론 장면은 다음과 같은 명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남아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이 사건은 그렇게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복잡한 사실들을 상세하게 검토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배심원 여러분께서는 피고의 죄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이 확신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은 법정에까지 와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 사건은 마치 흑백처럼 아주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중략)"(p.375-376)

p.375-376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모든 사건이 어린아이 스카웃의 눈을 통해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스카웃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하게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게 됩니다.


대학교 시절, 원서로 처음 이 책을 읽었고 이번에 한국어 번역본을 접하며 다시 한 번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부담만 이겨낸다면, 누구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p.528)이라는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입니다.

하퍼 리는 1993년, “이 책은 서문도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이 말처럼, 《앵무새 죽이기》는 서문이 없어도 충분히 위대한 책이며, 앞으로도 오래도록 고전의 반열에서 그 가치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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