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마지막 가르침 (30만 부 리커버) - 삶의 자유를 위한 부의 알고리즘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슬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쉽지만 돈 버는 법에 대한 얘기는 일절 안 할 거야.”

“아니……”

나나미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표정이다.

“내가 하려는 건 돈 자체에 대한 얘기야.” (p.19)

p.19

위 대화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이 책이 ‘돈 버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일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이 책이 단순한 재테크 서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돈을 위해 일하고, 돈에 감사하지. 연봉이 높으면 멋지다고 생각하고, 저금을 많이 하면 행복을 느껴. 내 삶을 떠받치는 게 돈이라고 착각하고, 어느새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거야.” (p.21)

p.21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은 2023년 다우치 마나부가 쓴 소설로, 한국어 번역판은 2024년에 출간되었다. 작가는 골드만삭스 증권회사에 입사해 16년 동안 일본 국채, 엔 금리 금융 파생상품, 장기 환율 등 다양한 트레이딩 업무에 종사했고, 일본은행의 금리 지표 개혁에도 참여한 금융계 베테랑이다. 2019년 퇴직한 후에는 집필 활동과 함께 사회 금융 교육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야기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중학교 2학년생 유토와, 투자은행에서 외환과 일본 국채를 거래하며 큰돈을 다루는 나나미가 미스터리한 존재인 ‘보스’를 만나 ‘돈의 정체’와 ‘세 가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나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세 가지 수수께끼를 읽고는 내가 가진 생각과는 상반되었기에 '이게 뭐야? 말장난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유토와 나나미는 각자의 상황에서 ‘돈’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확장되며,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성장과 각성이 ‘보스’와의 만남 속 다양한 에피소드에 녹아 있으며, 독자 역시 이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 가지 경제적 통찰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나처럼 ‘돈 버는 기술’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더 근본적이다. 돈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지, 경제가 어떤 원리로 활성화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적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보스'가 제시하는 수수께끼의 해답은 일본의 경제 현실을 기반으로 설명되지만, 저출산, 일자리 감소,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는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겪고 있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던 즈음, 아이가 다 읽은 전집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상태도 좋고 구성도 알찬 전집이라 다른 부모님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생각으로 설명을 정성껏 작성했지만, 막상 가격을 정하는 순간 막막했다. 그래서 다른 판매자들의 가격대를 참고해 비슷하게 책정했다.

그렇게 중고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함께 읽었고, 책의 제3장에서 제시된 관점이 문득 떠올랐다.

“전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사용 가치를 높이는 것, 돈은 서로 빼앗을 수밖에 없지만 미래는 공유할 수 있다.”

내가 설정한 가격은 어쩌면 이 메시지와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중고 거래 역시 ‘돈’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나의 이익은 조금 줄더라도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토와 나나미도 처음에는 ‘돈’을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나처럼 말이다. ‘보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경제 활동을 나와 가족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다. (실제로 내가 사고의 전환을 하기 전까지, 당근마켓에 올린 전집은 팔리지 않았다.)

이처럼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은 내가 ‘돈’을 보고, 다루고, 일상에서 선택을 내리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게 만든 책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끝까지 경제적 통찰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 간의 서사와 감정선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단순한 경제 소설을 넘어선, 삶과 가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