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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평점 :
본격 한중일 세계사 – 태평천국
전혀 몰랐다. 약 150년 전에 중국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중국 사람들이 방귀를 꾸면 지구가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밖에 없던 지난 어린시절의 짧막한 지식에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단번에 쪼개지고 말았다.
전 세계가 땅따먹기에 치중하던 19세기 중반에 격변기에 중국은 어떤 입장에 있었을까? 그들도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처럼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였을까? 아니면 좋은 먹잇감이었을까? 영화 마지막 황제에 등장하는 청나라의 말기에 중국 내부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태평천국은 청나라 백성들의 헛된 꿈이었는가?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관리의 손에 목숨을 맡겨야 했던 백성들이 꿈꾸었던 자유는 없는 것인가? 추위와 역병에 처자식이 죽어 나가고 굶겨 죽이지 않기 위해 어린 자식을 청나라 관비나 노비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의 눈물은 정녕 사라질 수 없었을까? 그들에게 중국은 대륙이라 해도 어느 곳 하나 발붙일 수 없는 불모지에 불과했다. 어디에도 그들의 땅은 없었다. 그 어디에도 그들의 안식처도 없었다. 그들의 아비와 아들들이 나라의 부름에 이유 없이 전쟁터에서 창과 활과 총알에 죽어야만 했다. 모두가 하나이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 더러운 신분사회과 계급사회가 없는 그런 세상은 없을까? 청나라 백성들을 그렇게 그들만의 태평천국을 만들고 싶어졌다.
서구열강에 잇단 패배와 청 정부의 무능과 부패도 한몫했다. 농민의 삶을 피폐하게 했고 결국 민중의 봉기로 이어졌다.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민중은 진정한 자유를 위해 들고 일어났고 그렇게 14년간의 태평천국운동이 대륙을 휩쓸고 지나갔다. 공자는 14년 동안 주유천하를 통해 유교를 전파했는데 1851년부터 1864년까지 청나라는 14년 동안 태평천하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했던 수많은 백성이 죽어 나갔다. 10만 20만 30만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슬픈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만화로 그려내고 있지만 나는 읽는 내내 슬펐다. 아니 괴로웠다. 야훼가 세상에 강림하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홍수전이라는 사람이나 그의 생각에 가담하여 전쟁에 참여한 진옥성, 이수성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도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이에 약탈에 관심이 있는 서방세계의 탐욕이 불을 껴얺졌고 과거의 중국 즉 청나라는 그렇게 멍들고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청나라 황제도 가관이 아니었다. 청나라 백성들의 피폐한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황제 함풍제는 병으로 죽지만 그 이후 등극한 어린 황제는 간악한 여자인 자신의 어머니의 꼭두각시에 불과하였다. 베이징에 있는 숙부 공친왕과 의귀비의 야합으로 죽은 황제에 뜻에 따라 어린 황제가 올바른 정사를 펼치도록 돕고자 했던 숙순의 보정 8 대신은 모두 체포되고 사라졌다. 똑같지 뭐, 지금이나 옛날이나 정의가 살아있는가?
야훼가 강림하여 세상을 다스린다. 이 터무니없는 홍수전의 상상은 대륙 전체에 불을 질렀지만, 그의 생각은 허무하게 끝나고야 말았다. 역사는 말한다. 누군가는 그를 중국 민족의 반역자이자 능지처참을 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은 인간이라고. 하지만 쑨원 같은 위대한 혁명가는 그를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위대한 영웅이라고.
지금의 중국이 왜 서구사회의 크리스트교를 박해하고 또 받아들이기를 꺼리는지 나 스스로 이해를 하게 되었다. 지나간 잘못된 역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그리고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중국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중국 내에서 지도층이나 관리들의 부정부패 관습이 만연해 있는 한 또 다른 홍수전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갈수록 심해지고 불공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태평천국운동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