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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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들른 오프라인 서점에서 발견한 책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로라 미용실>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자주 출간되는 힐링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집어 들었는데 그 한 문장이 꽤 강렬했습니다.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던 시기였습니다. 데이트폭력이 발전한다면 교제살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인상 깊었던 대목은 찬서가 경찰로 일을 하다가 관두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법을 근거로 해서 피해자를 돕는 직업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구출하고 가해자를 처벌합니다. 기본원칙입니다. 찬서는 기본원칙이 데이트 폭력과 교제살인이라는 죄 앞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지 못합니다. 법은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설령 벌을 준다고 해도 솜방망이 형식에 불과합니다. 찬서는 경찰로서 법률 안에서 피해자를 구하는 데 한계를 절실히 느낍니다. 결국 경찰을 관두고 무산에 내려갑니다.

 

찬서는 어렸을 때 교제살인으로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찬서는 법률 안에서 가해자에게 벌을 주려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법률로 가해자에게 제대로 벌을 주려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멸만을 느끼고 그 방식을 버리게 된 셈입니다. 찬서는 로라 미용실에서 탐정으로 일을 구하며 데이트 폭력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법에 호소하지 않습니다. 직접 가해자에게 벌을 내립니다. 처음 법에 호소했지만 법이 들어주지 않았던 경험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어쩌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상을 염려하는 시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법이 만들어진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법률은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을 벗어나면 너에게 이렇게 벌을 주겠다고 경고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법률을 벗어난 방법으로 벌을 준다면 법을 제정한 의미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법률 개정을 추구하여 절차를 밟아 사회 전체에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도 말합니다. 절차를 무시한 사적복수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꿀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선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법을 바꿔달라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준 적이 있었나요? 사람들이 처음부터 사적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법에 말합니다. 저 사람이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법이 처벌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벌을 제대로 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규정된 법률의 처벌도 약한데,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의 벌을 줍니다. 그러면 가해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법의 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법이 경고의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면 데이트 폭력과 교제살인을 저지르면 진짜 큰일이 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고 죄를 아예 묻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봤을 때, 법이 경고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걸까요? 회의적입니다.

 

법률 바깥에서 사적복수를 하는 행위는 분명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로 바뀌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적복수를 다짐하며 움직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법률 내에서 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면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법률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절차를 밟아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습니다. 그 목소리를 법이 외면해 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가해자가 되려는 피해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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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하는 것 - 최고의 마케터가 찾아낸 1만 일잘러의 비밀 5가지
아다치 유야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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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일 잘하는 사람인가요?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내에서 지적을 많이 받거나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를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뜻하는 걸까요? 저자는 통찰력 파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물론 크게 성공할 욕심은 없어그저 평온하게 살고 싶어라는 사람도 많다나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삶을 살면 된다. (156)

 

이 대목은 일 잘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목을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붙였을까요? 부사크게가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평온하게 살려면 집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평온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직장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최소한의 성과조차도 내지 못한다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판에 시달리는 데 평온한 삶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저자는 크게 5가지 파트로 나누어 일 잘하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실행력, 결단력, 의사소통력, 통찰력, 리더십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예로 들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자세합니다. 파트별로 실천 방법이 끝날 때마다 요점을 정리하는 구성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목차와 요점만 읽어도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목차를 살펴보면서 제일 흥미로웠던 제목은 간절하게 를 고민하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데 라는 의문을 지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제일 먼저 이 부분을 읽었습니다.

 

위의 목차만 읽은 뒤, N잡러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N잡러는 본업 이외에 부업을 하면서 여러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람들이 부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체로 본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을 닦기 위해서 부업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부업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부업을 할까요? 대체로 혼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업을 선호합니다. 대표적으로 블로그나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며 제휴 마케팅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상품(글이나 영상)을 만들고 알리고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왜 자신의 상품을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을까? 왜 소비자가 줄었을까? 왜 소비자가 증가했을까? 왜 유독 이 상품만 주목을 받았을까……. 혼자서 부업을 하다 보면 를 붙여서 고민할 사항이 많아집니다. 일종의 경영자 마인드를 배우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왜 이 업무가 필요한가. 왜 이런 부서가 필요한가. 왜 어떤 의견은 반응이 좋고 어떤 의견은 반응이 좋지 않은가. 왜 저 사람은 그런 의견을 제시하나……. ‘라는 의문을 통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역할을 이해하고, 원활하게 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부업을 통해서 얻은 고찰을 본업에서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만일 전문분야가 없는 사람이 부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분야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를 고민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어떤 전문가에게 어떤 내용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상황이 됩니다. 반면에 전문분야가 있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전문분야를 활용해 의견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 의견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협업을 요청할 전문가를 찾기 쉽겠지요. 다른 전문가들이 봤을 때, 어떤 면을 보완하면 좋을지 의견을 쉽게 제시할 수 있고요. 거꾸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견을 구할 때, 소통하기 쉬울 테지요. 분업화 시스템이 구축된 이유입니다. 전체를 보는 시각만큼이나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조건에 전문분야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좋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맡은 일에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의견에 부족한 점을 채워줄 전문가에게 협업을 요청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의견을 물어왔을 때 답할 수 있는 지식을 지녀야 합니다. 일 잘하는 기본이라고 일컬어지는 의사소통력, 실행력, 결단력은 이것에 기반을 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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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천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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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제목을 보자마자 단어 모국어를 떠올렸습니다. 모국어는 한 나라의 언어입니다. 언어는 사람에 의해 문장을 이룹니다. 문장이 모여서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언어를 활용하거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 차이로 인해 하나의 문장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가 탄생합니다. 같은 뜻의 모국어를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미가 달라지는 사회입니다. 하물며 서로 다른 외국어로 존재하는 세계는 언어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겠지요. 그 세계는 다수가 주로 사용하는 의미와 소수가 사용하는 의미가 혼재된 언어가 분명히 존재하겠지요. 이 때, 다수는 소수의 의미를 품어줄까요? 아니면 버릴까요? 아마도 소수의 의미조차도 품고 가 주는, 만약 품고 갈 수 없다면 소수가 다수의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계를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작품은 <서프비트>입니다. 이 소설에는 미다스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미다스는 세계에서 규정한 평범한사람의 기준을 초월한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3명의 미다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이주영. 어두운 세계를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이도영.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지닌 유태이. 이들은 자신의 능력은 어떤 사람이 먼저 알아봤는지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주영과 이도영은 미다스가 모인 하우스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자신의 능력을 가다듬고 평범한 이들을 돕는 방식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 대신 이들이 포기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자유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단체가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주영은 자유의 가치를 몰랐고, 이도영은 거리에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으면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단체에 제공하는 셈입니다. 이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면 먼 훗날에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선한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토대를 마련되겠지요.

 

반면에 유태이는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그 탓에 그 능력을 눈여겨 본 이기적 개인에게 이용당합니다. 유태이는 다른 능력을 지닌 미다스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선하게 발휘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 같은 사람이 살아갈 방법은 악한 의도에 휘둘리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유태이 같은 미다스를 이용했던 개인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들의 능력을 선하게 발휘할 방법을 찾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해 왔던 방식을 집단화할까요?

 

이 의문을 지닌 사람이 이도영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이도영은 유태이를 보고 처음 어둡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자신들은 운이 좋아서 선한 의도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지만, 그렇지 않은 미다스가 있다는 사실을 유태이를 보고 깨닫습니다. 이도영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을 배운 이도영은 유태이를 돕기 위해 움직입니다. 혼자서.

 

이도영은 왜 혼자서 움직였을까요? 하우스에 이런 의문을 제시했다면 하우스에서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이도영은 하우스가 자신이 발견한 미다스를 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우스는 아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하게 발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단체입니다. 그 단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미 능력을 악하게 발휘한 미다스를 교육해서 선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자신들의 시스템을 벗어난 미다스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하우스는 어떻게 할까요? 그 미다스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벌을 주며 선한 의도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을 시킬지도 모릅니다. 이와 반대로 이미 나쁜 길로 빠진 미다스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악용할지도 모릅니다. 이 지점을 우려해서 이도영은 혼자 움직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도영이 하우스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우스가 존재한다는 뜻은 미다스는 소수지만 여러 명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소수의 미다스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소수들을 찾아서 돕는 일에는 돈과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일을 결코 이도영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선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미다스들이 모여서 소수의 미다스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악한 행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아픈지 알리고 벌을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 때서야 선과 악을 구분하고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한 명씩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을 때마다 선한 의도로 살아가고 싶은 미다스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끼리 선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연대하고 싶다고 연대하는 목소리도 나올 겁니다. 자신들을 이용했던 악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그 때,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해 주는 사람들과 선한 미다스들의 의식. 그 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하우스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지점에서 소설 <서프비트> 소설집 <모우어>의 인상을 강하게 반영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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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텔카스텐 -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데이비드 카다비 지음, 김수진 옮김 / 데이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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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방식이 다르고 주제가 다를 뿐 모두 기록합니다. 펜과 노트를 도구로 기록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기록합니다. 이 차이를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저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합니다. 쉽게 수정할 수 없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곳곳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자세히 다루는 영상과 책도 많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100%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지는 않아도 필요할 때 디지털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디지털 제텔카스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메모 습관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메모를 분류하자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한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1. 메모를 분류하자

메모에도 급이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습니다. 그 사항을 전부 독서기록장에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그것으로 메모가 완성됐다고 믿었습니다. 분류 과정 없이 기록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왜 이런 내용을 메모해 놓았는지 의문일 때도 있습니다. 저자의 기준에 따르면 임시메모와 문헌메모가 섞여 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메모를 아래의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임시메모: “급히임시로 작성하는 메모

문헌메모: 논문이나 책 등의 내용 전체를 압축한 메모

영구메모: 하나의 아이디어를 요약한 메모. 영구 메모에는 키워드가 부여되고 다른 메모들과 링크로 연결된다. (56)

 

이 중에서 제 메모와 가장 닮은 메모는 문헌메모입니다. 제 문헌메모는 책을 읽다가 급히 떠올린 사적인 메모와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 기록한 해석메모가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고 문헌메모를 펼쳤을 때, 글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필기구의 색을 달리해서 메모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은 뒤 잘못 구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저자의 메모 분류 방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 나름대로 응용하여 문헌메모를 작성하면서 실수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고 플래그잇으로 표시합니다. 나중에 문헌메모를 작성할 때 밑줄 친 부분이 사적인 내용인지 책의 주제나 요점을 드러내는 내용인지 파악합니다. 후자를 기록한 뒤, 제 생각을 덧붙여 기록합니다. 책의 요점과 제 생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서 꽤 편리해진 문헌메모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하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메모를 수정해야겠다는 발상이 없었습니다. 한 번 기록한 메모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 메모를 다시 읽지 않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가치관이나 생각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과거의 메모에는 이 사항이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다시 찾지 않는 셈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그 메모들을 수정해 보았습니다. 문헌메모를 하는 과정을 적용했습니다. 여전히 동의하는 부분은 그대로 남깁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은 반박하는 메모를 남깁니다. 과거의 메모는 그대로 두고, 수정한 메모를 같이 모아둡니다. 이 과정 속에서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글감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문헌메모를 적을 때, 참고할 다른 문헌메모가 있다면 해당 노트의 번호를 적어놓습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적은 메모들을 참고하여 가장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셈입니다. 이 방식으로 메모를 하다보면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비슷한 책들만을 참고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책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반대 의견이 수록된 책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책에 몰두하다 보면 필터 없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공통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추리를 기반으로 둔 책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책에서는 법을 근거로 정당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책에서는 법과 상관없이 사적복수를 합니다. ‘복수라는 공통된 키워드이지만, 복수를 치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복수를 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문헌메모에 적어두지 않는다면 두 책을 같이 생각할 기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복수라는 키워드를 기록해 둔다면 복수의 방식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얻습니다. 책의 장르뿐만 아니라 내용과 관련된 키워드도 같이 적어서 문헌메모를 남겨야 할 이유입니다.

 

다만, 한 권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수히 많습니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독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관심사에 따라 발견하는 키워드도 다르겠지요. 이런 이유로 문헌메모를 작성하는 방식을 키워드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수시로 키워드를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키워드 적어두어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복수라는 키워드에 맞는 모든 문헌메모를 찾아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디지털 방식으로 정리해 두면 편리합니다. 검색 시스템을 통해서 한 방에 찾아주니까요. 온갖 SNS의 해시태그 같은 개념입니다.

 

앞으로 제 독서메모는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섞은 방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문헌메모까지는 아날로그로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아날로그 기록을 바탕으로 영구메모를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디지털 기록은 감상문 형식일 때도 있고, 아이디어 형식일 때도 있습니다. 그 기록에 키워드를 달아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 싶습니다.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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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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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추리소설의 제목을 찬찬히 둘러보기도 하시나요? 저는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목이 힌트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탐정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는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 <녹나무의 파수꾼> <유성의 인연>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를 볼까요? 블랙은 음지이고, 쇼는 범인을 색출하려고 트릭을 미리 설계해 놓는 탐정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녹나무의 파수꾼>은 녹나무와 파수꾼 중 어떤 요소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녹나무가 존재하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겠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유성의 인연>을 볼까요? 인물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성은 오랜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이제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통 추리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원을 제목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복수의 사람들이라고 당당히 밝힙니다. ‘누군가를라는 표현은 여러 명의 사람 중에서 한 명을 불특정으로 짚는 표현입니다. ‘당신이라는 표현은 여러 명의 사람 중 한 명을 꼭 짚어서 가리킬 때 표현합니다. ,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수의 사람 중 불특정 한 명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누군가를 죽인 이유는 하나가 아니며, 저마다 다른 이유로 죽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에 호기심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온라인의 생태계의 부정 작용을 지적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온라인을 활용합니다. 온라인으로 소식을 접하고, 온라인의 반응을 살핍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힌 사람이 등장했을 때, 그들은 그 사람을 범인으로 확정짓기 위해 증거와 근거를 찾습니다. 자신들 중 한 명이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증거와 근거를 찾을까요?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에 자신의 추리와 견해를 덧붙입니다. 기사들이 사실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곳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입니다.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자신의 추측이 전부입니다. ,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팩트체크가 없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화를 토대로 범인을 추측하는 독자들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세주가 한 명 나타납니다. 가가입니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취합하여 사건 당시의 상황을 정리합니다. 그 속에서 근거가 약한 지점을 찾아냅니다. 그 지점을 보완하려고 꾸준히 기사를 읽고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가는 아래의 사항을 강조합니다.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한다, 즉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입니다. 답하기 싫으시면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이면 진상 규명은 멀어집니다. 그 점을 결코 잊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17)


자신에게 불리한 대답을 해야 할 때, 쓸 데 없이 거짓을 말해서 진상 규명을 방해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뜻입니다. 침묵의 이유는 자신이 찾아낸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가가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온라인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가의 이런 태도를 개인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는 말은 애석합니다. 조직의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개인이 모여서 조직이 됩니다. 개인의 의견을 모아서 조직의 의견을 결정합니다. 개인의 의견이 사실뿐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개인의 침묵 속에 사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팩트체크로 사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명확할 때, 조직의 의견으로 발표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직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사실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보완하려고 다른 의견을 지닌 조직들이 서로 토론과 대화를 합니다. 이 과정이 건강하게 작용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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