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
모리야 아키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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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도서관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나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도심일수록 외곽 지역이나 언덕 위에 있지 않나요? 물론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작은 도서관이나 상호대차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용이 어렵지는 않지요. 하지만 도서관에 직접 오는 이용객이 없다면 그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요? 예산이 줄어듭니다. 적은 예산으로 도서를 다양하게 구비하기 어렵습니다. 이용객을 끌어들일 행사를 주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용객이 더 줄어듭니다. 학생이 줄어서 폐교가 생기듯 문을 닫는 도서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여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키바 도서관입니다. 아키바 도서관은 도시의 변두리 해발 600m 산 초입에 위치합니다. 이용객이 많지 않습니다. 이용객이 한정된 공간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상한 분실물이 증가합니다. 책이 잘못 꽂혀 있습니다. 대출한 적 없는 책에 대한 쪽지가 발견됩니다. 이외에도 소소한 미스터리한 일이 생깁니다. 그 때마다 후미코와 히노가 미스터리를 풀어갑니다.

 

그 미스터리 중에는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분명하게 다루는 챕터가 있습니다. ‘입춘-축제준비입니다. 어느 날, 아키바 나리가 도서관으로 종이를 가져옵니다. 종이에는 이름과 개인정보, 책 제목, 의문의 일련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도서관 직원은 이용객의 개인정보와 대출 목록 리스트를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됩니다. 도서관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은 중대한 사건입니다. 후미코와 히노는 이 일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움직입니다.

 

후미코와 히노는 범인을 특정합니다. 범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가져간 책은 빌리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기만 할 바에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낫다고.(159) 후미코는 범인에게 한 장면을 직접 보여줍니다. 도서관에 직접 와서 크기가 큰 책을 읽는 미유키의 모습을.

 

미유키는 도서관에 올 때마다 말합니다. 병원에 갔다가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게 낙이라고.(161) 미유키는 건강 문제로 크기가 큰 책을 직접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편안히 머무르며 크기가 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 도서관의 가치는 대출과 반납에만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에 집중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게 합니다. , 도서관은 마케팅 없이 시간, 공간, 책을 접하는 공간인 셈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도서관의 가치 아닐까요? 도서관이 책값이 비싸서 빌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만나러 가는 곳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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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라이트에디션 2026) 비채 라이트에디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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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새롭게 단장해서 출간됐습니다. 2009년도에 첫 번역서가 출간됐습니다. 2018년도에 개정판이 출간됐습니다. 2026년 라이트 에디션으로 출간됐습니다. <고백>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책이기에 꾸준히 겉모습을 바꾸며 출간된다는 뜻이겠지요.

 

2018년 개정판을 읽은 뒤,에 학교에 남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리구치 유코는 종업식 날 반 학생들에게 한 가지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교사를 사직한다고 말합니다. 모리구치 유코가 떠난 뒤 학생들의 관계를 다루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로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관계망에서 다루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데라다 요시키입니다.

 

데라다 요시키는 모리구치 유코의 후임입니다. 처음 담임을 맡은 만큼 의욕을 보입니다. 학생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반에서 발생한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등교 거부 중인 나오키를 학교로 다니게 하려고 애씁니다.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의욕은 있지만 나아갈 방향을 잡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데라다 요시키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조언을 구했을 겁니다. 누구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을 겪어봤을 법한 사람. 보통 같은 학교의 선배 교사에게 묻겠지요. 하지만 데라다 요시키는 은사님의 부인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은사님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난 모리구치 요코에게.

 

데라다 요시키는 모리쿠치 요코의 조언을 신뢰합니다.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은사의 부인이니까요. 특히 남편이라면 이렇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조언을 그대로 실행에 옮깁니다. 데라다 요시키는 은사처럼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데라다 요시키의 행동은 누구처럼 되고 싶다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은 방향을 설정해 줍니다. 처음에는 나아갈 방법을 모르니 대상이 했던 언행을 따라합니다. 이 방법이 초반에는 유용할지도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기초를 다져야하니까요. 기초는 여러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초 소양을 갖춘 데라다 요시키가 바라본 교실은 어떨까요? 만약 데라다 요시키가 반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면 어떨까요? 동료 선생님과 반장, 부반장에게 물어가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사건에 대해 알겠지요. 사건이 부른 파장도 파악하겠지요. 아무리 은사의 부인이라도, 모리구치 요코의 조언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겠지요. 은사와 데라다 요시키는 다른 교실을 이끌어야 합니다. 교실을 둘러싼 환경이 다르고, 학생들의 환경과 성격도 각각 다릅니다. 담임 선생님의 기초 소양은 똑같을지언정 다르게 응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 이 마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정까지 그대로 밟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와 나는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릅니다. 누구와 나는 성격이 다릅니다. 당연히 비슷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왜 자신은 누구처럼 할 수 없는지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길은 누구가 만든 길입니다. 자신의 길은 자신의 자원과 방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매순간 데라다 요시키가 됩니다. 세상에는 선택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선택에 따라 길도 바뀝니다. 누구는 한 가지를 고를 용기를 주는 사람이지, 우리의 길을 트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반의 분위기부터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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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위기 - AI 시대, 누가 읽고 쓰는가?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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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위기>는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책입니다.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세계의 확장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의 글을 읽을 때도 깊은 독서를 하듯 읽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쓰기 영역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읽기와 사고의 영역을 넘어 쓰기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인간이 생성하는 모든 글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요약하는 것은 사고와 쓰기의 영역입니다. 디지털 세계가 내준 요약본을 사고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요약본을 토대로 글을 쓰는 행위까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글을 깊이 읽지 않고 참고하여 쓴 글에는 논리와 맥락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빈약한 글도 대량으로 학습합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도 학습하겠지요. 당연히 인공지능이 내놓은 글의 품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사람이 읽는 행위를 위임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더 이상 읽지 않으며, 누군가가 글에서 알아야 할 점을 요약한 내용을 구술로 설명하는 영상을 찾아서 듣습니다.(185) 하지만 저는 사람이 쓰기까지 위임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글을 입력할 때, 과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일이 다 입력해야 했습니다. 상대, 상황, 맥락에 맞는 단어와 표현을 직접 생각해서 적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한 글자만 적어도 추천 단어나 표현이 표시됩니다. 그 표현들에는 문어보다 구어가 많습니다. 왜냐고요? 각종 플랫폼, 메신저,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릴 때, 사람이 구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구어를 주고받는 대화를 학습하여 추천하는 것이지요. 이미 한 발자국 쓰기 디지털 세계가 쓰기 영역까지 침범한 셈입니다.

 

, 사람은 구어로 말을 하고 구어로 듣고 구어로 쓰는 셈입니다. 구어로 쓰는 콘텐츠가 많아지니 구어를 읽는 상황도 많아집니다. 자연스레 문어에 대한 감각이 약해집니다. 디지털 세상의 요약본 위주로 글을 접하다 보면 긴 글을 읽고 쓰는 호흡도 약해집니다. 직접 문어를 읽고 느끼는 과정이 번거로워집니다. 구어로 설명해주는 팟캐스트나 동영상과 더 가까워진 셈입니다. 저자는 이 현상을 플랫폼 측면에서 봤을 때 AI는 글로 쓰인 언어와 입으로 말하는 언어의 차이를 지웠다고 설명합니다.(134)

 

그렇다면 구어를 자주 읽다 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글을 쓸 때도 망설이지 않고 구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구어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장이 짧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세대마다 다른 느낌을 지닙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용어가 존재합니다. 장소,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축약어도 많습니다. 억양과 어조에 따라 숨은 뜻이 다르기도 합니다. 구어의 특징을 살려서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볼까요? 그 글을 이해할 수 있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물론 문어로 적은 글도 독자를 상정합니다. 그래도 문어로 된 글은 규정된 언어와 문법을 준수합니다. 사전을 활용하여 이해할 여지를 줍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구어의 특징을 살린 글은 어떨까요? 변화무쌍합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서 알아봐도 자신이 찾은 결과가 올바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람이 직접 구어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려고 고심해도 오해가 생깁니다. 사람마다 가치관, 생각, 환경, 감정,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이유로 읽고 쓰는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행위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접하면서 머릿속에서 찬반 토론을 벌일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생각해 볼 틈이라도 있으니까요. , 사고하는 시간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읽고 쓰는 행위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은 문어와 구어를 기준 없이 학습합니다. 대량의 데이터 분석만으로 오해 없이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감정과 마음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필터 없이 받아들이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글을 씁니다. 때로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인공지능이 읽고 종합하여 쓴 내용을 사람에게 보여줄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사람의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 영역까지 인공지능에 넘겨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사고 과정도 같이 넘겨주게 되겠지요. ,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의 읽기와 사고의 위기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좋습니다. 다만 그 편리함에 휩쓸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인공지능이 언급하는 내용을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토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선을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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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정
백승연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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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언제 사용할까요? 쌍방이 서로 이해한 뒤, 결론을 내리고 행동할 때 사용합니다. 그 과정은 지난합니다. 처음부터 목표가 다르기도 하고, 목표는 같은데 목표를 이루는 방식이 다르기도 합니다. 같은 의견일 줄 알았는데 세부사항에서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 의견들을 제시하고 이익을 나누는 과정이 회의, 토의, 논의, 토론, 협상이겠지요. 그 결과에 단어 합리적을 더하여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모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가정앞에 붙은 합리적은 어떤 느낌을 주나요? 애써서 지키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가정 내의 역할극을 견디며 지켜내는 느낌입니다. 역할극을 제대로 수행하며 꾸리는 가정이 마치 합리적인 가정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소설에는 두 가정이 나옵니다. 원래부터 영림동 주택단지에 살아온 유림 가정. 성공을 이루고 영림동 주택단지로 들어온 희진 가정. 두 가정은 정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 각 집의 창문을 통해서 보입니다. 희진은 옆집 뒷마당에서 건우가 유림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241) 이런 장면을 목격했을 때, 이상적 합리를 대입한다면 희진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정원으로 내려가서 유림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희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희진이 그 장면을 보고 지나쳐도 되는 합리적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건우도 알고 있습니다. 유림이 당해도 싸다는 마음이 도덕적 선을 이긴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제목 <합리적 가정>은 집단과 잡단의 교류에도 합리를 적용합니다. 더 나아가 개인과 개인 사이에도 합리적관계를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희진이 직장 후배 하영의 상담을 할 때 이 말을 던집니다. “하영아, 그래서 억울해?”(251) 이 한 마디가 소설을 관통하는 합리의 의미입니다.

 

소설의 세상은 이상적 합리가 들어맞지 않는 상황에서 비이상적 합리적 행동을 할 줄도 알아야 버틸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상적 합리란 무엇일까요? 직장으로 좁혀서 생각해 볼까요? 새로운 사람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수, 실력 있는 사람이 진급하는 시스템, 경쟁자이되 긴급한 순간에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각 부서. 이런 사항을 들 수 있겠지요. 어떤 집단에서도 새로운 사람은 등장하고,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힘을 합치기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직장이 아니라 가정으로 좁혀도, 사회와 세상으로 넓혀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희진도 알고 나도 알고 너도 알잖아요. 어떤 집단이라도 개개인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서로 공통으로 얻는 이익이 있거나, 같이 움직여서 각자가 얻는 이익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이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이익을 얻고 다른 이익을 위해 배를 갈아탑니다. 같은 배를 계속 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적 합리를 그대로 지켜내기에는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다양합니다. 약속을 안 지키고, 뒤통수를 때리고, 도를 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이상적 합리를 들이미는 사람들입니다. 이상적 합리와 비이상적 합리가 뒤엉킨 세상입니다. 희진의 말처럼 세상은 전쟁터입니다.(251)

 

사실 이상적 합리와 비이상적 합리가 뒤엉키는 시스템은 끝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계속 경합을 벌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경합에는 권력의 권익뿐만 아니라 생존과 삶의 권익도 참여해야 합니다. 생존과 삶의 권익을 무시한 경합의 결과는 이상적 합리를 위한 과정이 아닙니다. 경합이 개인을 어느 젊은 소설가의 아내로 만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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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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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시리즈 2권이 국내에도 출판되어 있기에 읽었습니다. 출판사 크래커를 통해서 긴자 시호도 문구점 시리즈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긴자 시호도 문구점 2>에서도 긴자하면 떠올리기 어려운 소소한 문구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떻게 스미는지 보여줍니다.

 

데쓰오 지다가 유용하게 쓴 단어장, 하루나와 미하시에게 아이디어를 준 가위, 오가와가 회사에서 받은 명함, 료코가 겐에게 받은 책갈피, 토미가 할아버지에게 받은 색연필. <긴자 시호도 문구점 2>에서 다루어진 문구입니다.

 

2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배려입니다. 단어장은 다른 사람의 기록을 물려받아 자신에게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위는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사용하기 쉽도록 각각의 사용 방식에 맞는 제품이 나옵니다. 명함은 업무, 직책을 정해주어 맡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해줍니다. 책갈피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실용적입니다. 색연필은 자신의 마음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도구입니다. 1권에서는 다카하라 겐의 배려가 돋보였다면, 2권에서는 문구 자체도 배려 역할을 합니다.

 

또 주목할 점은 챕터 군데군데 문구점과 다카하라 겐의 연관성을 숨겨 놓았습니다. 다카하라 겐이 어린 시절부터 문구점에서 지내게 된 이유,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지내면서 겪은 일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문구점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할아버지가 중요한 존재 같습니다.

 

이 책을 문구와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터치펜을 활용하는 사람, 블루투스 기기를 활용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화면 터치만으로 조작이 가능한데 전자기기 회사는 터치펜을 만들고, 블루투스 기기를 만들까요? 종이에 직접 손으로 끄적끄적 하던 세대, 그 감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용하는 것들은 달라도 경험하고 싶은 감각은 같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서 그 감각을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만약 긴자 시호도 문구점 시리즈가 계속 출판된다면 문구점과 다카하라 겐의 과거는 물론이고, 디지털 기기와 문구의 조화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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