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우어
천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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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제목을 보자마자 단어 모국어를 떠올렸습니다. 모국어는 한 나라의 언어입니다. 언어는 사람에 의해 문장을 이룹니다. 문장이 모여서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언어를 활용하거나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 차이로 인해 하나의 문장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가 탄생합니다. 같은 뜻의 모국어를 배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미가 달라지는 사회입니다. 하물며 서로 다른 외국어로 존재하는 세계는 언어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겠지요. 그 세계는 다수가 주로 사용하는 의미와 소수가 사용하는 의미가 혼재된 언어가 분명히 존재하겠지요. 이 때, 다수는 소수의 의미를 품어줄까요? 아니면 버릴까요? 아마도 소수의 의미조차도 품고 가 주는, 만약 품고 갈 수 없다면 소수가 다수의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계를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작품은 <서프비트>입니다. 이 소설에는 미다스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미다스는 세계에서 규정한 평범한사람의 기준을 초월한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3명의 미다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이주영. 어두운 세계를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이도영.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지닌 유태이. 이들은 자신의 능력은 어떤 사람이 먼저 알아봤는지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주영과 이도영은 미다스가 모인 하우스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자신의 능력을 가다듬고 평범한 이들을 돕는 방식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 대신 이들이 포기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자유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단체가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주영은 자유의 가치를 몰랐고, 이도영은 거리에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으면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단체에 제공하는 셈입니다. 이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면 먼 훗날에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선한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토대를 마련되겠지요.

 

반면에 유태이는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숨김없이 보여줍니다. 그 탓에 그 능력을 눈여겨 본 이기적 개인에게 이용당합니다. 유태이는 다른 능력을 지닌 미다스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선하게 발휘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 같은 사람이 살아갈 방법은 악한 의도에 휘둘리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유태이 같은 미다스를 이용했던 개인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들의 능력을 선하게 발휘할 방법을 찾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해 왔던 방식을 집단화할까요?

 

이 의문을 지닌 사람이 이도영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이도영은 유태이를 보고 처음 어둡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자신들은 운이 좋아서 선한 의도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지만, 그렇지 않은 미다스가 있다는 사실을 유태이를 보고 깨닫습니다. 이도영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을 배운 이도영은 유태이를 돕기 위해 움직입니다. 혼자서.

 

이도영은 왜 혼자서 움직였을까요? 하우스에 이런 의문을 제시했다면 하우스에서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이도영은 하우스가 자신이 발견한 미다스를 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우스는 아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하게 발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단체입니다. 그 단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미 능력을 악하게 발휘한 미다스를 교육해서 선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자신들의 시스템을 벗어난 미다스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하우스는 어떻게 할까요? 그 미다스들을 어떻게 대할까요? 벌을 주며 선한 의도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을 시킬지도 모릅니다. 이와 반대로 이미 나쁜 길로 빠진 미다스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악용할지도 모릅니다. 이 지점을 우려해서 이도영은 혼자 움직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도영이 하우스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우스가 존재한다는 뜻은 미다스는 소수지만 여러 명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소수의 미다스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소수들을 찾아서 돕는 일에는 돈과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일을 결코 이도영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선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미다스들이 모여서 소수의 미다스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악한 행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아픈지 알리고 벌을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 때서야 선과 악을 구분하고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한 명씩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을 때마다 선한 의도로 살아가고 싶은 미다스들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끼리 선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연대하고 싶다고 연대하는 목소리도 나올 겁니다. 자신들을 이용했던 악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그 때,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해 주는 사람들과 선한 미다스들의 의식. 그 의식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하우스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지점에서 소설 <서프비트> 소설집 <모우어>의 인상을 강하게 반영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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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텔카스텐 -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데이비드 카다비 지음, 김수진 옮김 / 데이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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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방식이 다르고 주제가 다를 뿐 모두 기록합니다. 펜과 노트를 도구로 기록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기록합니다. 이 차이를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저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합니다. 쉽게 수정할 수 없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곳곳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자세히 다루는 영상과 책도 많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100%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지는 않아도 필요할 때 디지털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디지털 제텔카스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메모 습관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메모를 분류하자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한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1. 메모를 분류하자

메모에도 급이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습니다. 그 사항을 전부 독서기록장에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그것으로 메모가 완성됐다고 믿었습니다. 분류 과정 없이 기록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왜 이런 내용을 메모해 놓았는지 의문일 때도 있습니다. 저자의 기준에 따르면 임시메모와 문헌메모가 섞여 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메모를 아래의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임시메모: “급히임시로 작성하는 메모

문헌메모: 논문이나 책 등의 내용 전체를 압축한 메모

영구메모: 하나의 아이디어를 요약한 메모. 영구 메모에는 키워드가 부여되고 다른 메모들과 링크로 연결된다. (56)

 

이 중에서 제 메모와 가장 닮은 메모는 문헌메모입니다. 제 문헌메모는 책을 읽다가 급히 떠올린 사적인 메모와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 기록한 해석메모가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고 문헌메모를 펼쳤을 때, 글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필기구의 색을 달리해서 메모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은 뒤 잘못 구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저자의 메모 분류 방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 나름대로 응용하여 문헌메모를 작성하면서 실수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고 플래그잇으로 표시합니다. 나중에 문헌메모를 작성할 때 밑줄 친 부분이 사적인 내용인지 책의 주제나 요점을 드러내는 내용인지 파악합니다. 후자를 기록한 뒤, 제 생각을 덧붙여 기록합니다. 책의 요점과 제 생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서 꽤 편리해진 문헌메모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하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메모를 수정해야겠다는 발상이 없었습니다. 한 번 기록한 메모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 메모를 다시 읽지 않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가치관이나 생각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과거의 메모에는 이 사항이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다시 찾지 않는 셈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그 메모들을 수정해 보았습니다. 문헌메모를 하는 과정을 적용했습니다. 여전히 동의하는 부분은 그대로 남깁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은 반박하는 메모를 남깁니다. 과거의 메모는 그대로 두고, 수정한 메모를 같이 모아둡니다. 이 과정 속에서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글감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문헌메모를 적을 때, 참고할 다른 문헌메모가 있다면 해당 노트의 번호를 적어놓습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적은 메모들을 참고하여 가장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셈입니다. 이 방식으로 메모를 하다보면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비슷한 책들만을 참고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책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반대 의견이 수록된 책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책에 몰두하다 보면 필터 없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공통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추리를 기반으로 둔 책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책에서는 법을 근거로 정당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책에서는 법과 상관없이 사적복수를 합니다. ‘복수라는 공통된 키워드이지만, 복수를 치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복수를 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문헌메모에 적어두지 않는다면 두 책을 같이 생각할 기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복수라는 키워드를 기록해 둔다면 복수의 방식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얻습니다. 책의 장르뿐만 아니라 내용과 관련된 키워드도 같이 적어서 문헌메모를 남겨야 할 이유입니다.

 

다만, 한 권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수히 많습니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독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관심사에 따라 발견하는 키워드도 다르겠지요. 이런 이유로 문헌메모를 작성하는 방식을 키워드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수시로 키워드를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키워드 적어두어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복수라는 키워드에 맞는 모든 문헌메모를 찾아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디지털 방식으로 정리해 두면 편리합니다. 검색 시스템을 통해서 한 방에 찾아주니까요. 온갖 SNS의 해시태그 같은 개념입니다.

 

앞으로 제 독서메모는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섞은 방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문헌메모까지는 아날로그로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아날로그 기록을 바탕으로 영구메모를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디지털 기록은 감상문 형식일 때도 있고, 아이디어 형식일 때도 있습니다. 그 기록에 키워드를 달아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 싶습니다.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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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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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추리소설의 제목을 찬찬히 둘러보기도 하시나요? 저는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목이 힌트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요. 탐정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는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 <녹나무의 파수꾼> <유성의 인연>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를 볼까요? 블랙은 음지이고, 쇼는 범인을 색출하려고 트릭을 미리 설계해 놓는 탐정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지요. <녹나무의 파수꾼>은 녹나무와 파수꾼 중 어떤 요소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녹나무가 존재하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겠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유성의 인연>을 볼까요? 인물이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성은 오랜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이제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를 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통 추리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원을 제목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복수의 사람들이라고 당당히 밝힙니다. ‘누군가를라는 표현은 여러 명의 사람 중에서 한 명을 불특정으로 짚는 표현입니다. ‘당신이라는 표현은 여러 명의 사람 중 한 명을 꼭 짚어서 가리킬 때 표현합니다. , 가해자도 피해자도 다수의 사람 중 불특정 한 명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누군가를 죽인 이유는 하나가 아니며, 저마다 다른 이유로 죽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에 호기심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 온라인의 생태계의 부정 작용을 지적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온라인을 활용합니다. 온라인으로 소식을 접하고, 온라인의 반응을 살핍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힌 사람이 등장했을 때, 그들은 그 사람을 범인으로 확정짓기 위해 증거와 근거를 찾습니다. 자신들 중 한 명이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은 어떤 방법으로 증거와 근거를 찾을까요?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에 자신의 추리와 견해를 덧붙입니다. 기사들이 사실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곳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입니다.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자신의 추측이 전부입니다. ,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팩트체크가 없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화를 토대로 범인을 추측하는 독자들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세주가 한 명 나타납니다. 가가입니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취합하여 사건 당시의 상황을 정리합니다. 그 속에서 근거가 약한 지점을 찾아냅니다. 그 지점을 보완하려고 꾸준히 기사를 읽고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가는 아래의 사항을 강조합니다.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한다, 즉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뜻입니다. 답하기 싫으시면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이면 진상 규명은 멀어집니다. 그 점을 결코 잊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17)


자신에게 불리한 대답을 해야 할 때, 쓸 데 없이 거짓을 말해서 진상 규명을 방해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뜻입니다. 침묵의 이유는 자신이 찾아낸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가가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온라인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가가의 이런 태도를 개인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는 말은 애석합니다. 조직의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개인이 모여서 조직이 됩니다. 개인의 의견을 모아서 조직의 의견을 결정합니다. 개인의 의견이 사실뿐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개인의 침묵 속에 사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팩트체크로 사실을 찾아야 합니다.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명확할 때, 조직의 의견으로 발표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직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사실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보완하려고 다른 의견을 지닌 조직들이 서로 토론과 대화를 합니다. 이 과정이 건강하게 작용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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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포그 - 내 삶의 몰입과 집중을 되찾는 10가지 방법
질 P. 웨버 지음, 진정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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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도 누려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잦은 이상기온, 널뛰는 금융시장, 최신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세상이 던지는 끝없는 스트레스 요인과 가족의 질병, 이혼, 결별, 실직 같은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11-12)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렇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줄어들게 하는 방법을 우리는 알고 있을까요? 어렴풋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잠시 쉬는 시간을 지녀야 한다고 짐작할 따름입니다. 이런 짐작에 구체성을 더하는 책이 <브레인 포그>입니다.

 

1장에서는 브레인 포그 상태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자신이 브레인 포그 상태인지 아닌지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2장부터 9장까지는 브레인 포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마지막 10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방법들을 직접 실천하라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브레인 포그 상태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브레인 포그란?

제대로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일 처리에만 집착하다 보면 지금의 삶과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수 없다. 계속 일에 파묻혀 있으면 뇌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스스로 정신적 거리두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을 처리하면서도 지금 하는 행동에 실질적으로 마음을 쏟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모습은 습성처럼 굳어져(중략)일상을 사는 일을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진정한 의미나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뎌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감각한 상태를 브레인 포그라고 한다. 19-20


요약하자면 브레인 포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생각하는 과정이 귀찮아진 단계입니다. 사람들은 주58~9시간 직장에서 일을 하며 보냅니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고 싶지만 집안에서도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밀린 일을 마친 뒤, 시계를 보면 어느새 잠을 자야 하는 시간입니다.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패턴입니다.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패턴을 유지합니다. 그 패턴이 자신이 생각해 왔던 흐름인지, 자신이 지금 바꾼 흐름인지 알지 못하는 채. 솔직한 자신의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는 셈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브레이 포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내는 방법,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관계에서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법,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 진정한 자기 돌봄을 하는 방법, 잠시 천천히 생각하기,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방법, 몰입으로 재충전하는 방법



이 방법들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방법은 몰입으로 재충전하는 방법입니다. 보통 일에 몰입을 해야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놀이에도 몰입하라고 합니다. 일뿐만 아니라 놀이에도 집중하라고 합니다. 자유 시간, 휴식 시간을 강조하는 책은 많지만,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은 드뭅니다. 몹시 신선했습니다.

 

놀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로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놀이에 집중한 뒤에 회복합니다. 이런 과정을 어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아이들과 어른은 위치가 다릅니다.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사회적개인적 스트레스 요인이 많습니다. 아이들처럼 스트레스를 다 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다면 적용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놀이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놀이는 무엇을 뜻할까요?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 잘 할 줄 알아야 하는 행위를 뜻할까요? 아닙니다. 그냥 자투리 시간(예를 들면 이동 시간이나 대기하는 시간 등)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그 자체가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듣기, 전자책 읽기, 뉴스 읽기와 같은 행위도 놀이에 속합니다. 노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노는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을 따름입니다. , 일과 놀이의 비중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하는 바람에 에너지를 잃습니다.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놀이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쉬운 놀이만 찾는지도 모릅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손쉬운 놀이를 찾아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긴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놀이(예를 들면 독서, 글쓰기, 예술 작품 관람 등)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집중해서 놀고 스트레스를 치수를 낮춘 다음 일에 집중하는 패턴이 유지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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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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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리즈입니다. 시리즈 1<영매탐정 조즈카>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진짜 재미를 위해 읽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반전에 놀랐고, 선악의 구분이 명확해 보이지 않은 캐릭터에게 끌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진짜 재미를 위해 소비했고, 다음 시리즈의 번역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다른 등장인물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영매탐정 조즈카>를 읽을 때는 책 속의 이야기인데, .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버트>를 다 읽은 뒤, 떠오른 등장인물은 조즈카 히쓰이가 아니라 마코토였습니다. 마코토는 늘 조즈카 히쓰이에 대해 추측합니다. 늘 조즈카 히쓰이와의 거리감을 잽니다. 이 관계가 옳은 관계인지 옳지 않은 관계인지 의문을 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 자신이 조즈카 히쓰이의 계획 속의 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습니다. 그러나 비범한 조즈카 히쓰이의 추리력과 사이다 같은 행보에 이것이 그녀만의 정의라면 자신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젠가는 히스이의 모든 걸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고(475p) 생각합니다. 조즈카 히쓰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인버트> 후속 작품이 일본에서는 출판됐습니다(아마존 재팬 검색 결과). 저는 아직 읽지 못했으니, 제 바람을 담습니다. 조즈카 히쓰이와 마코토가 미리 사전에 우리가 물리치자고 합의한 공조 관계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재미있다고 넘기지 못하겠습니다.

 

사람은 키보드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작업자가 키보드를 치면 그 명령 값에 따라 옳고 그름의 구분 없이 실행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교육을 받고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며 여러 경험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억눌려 있던 사람들이 큰 빛을 발하며 탄생했습니다. 모두 한 가지 과업을 두고 모였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원래도 그랬지만) 그 꿈틀거림까지도 자신에 대한 반발로 간주하고 물리적 폭력을 가한다면, 키보드, 프로그램 취급을 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타이핑, 타이핑, 타이핑.

 

저도 타이핑합니다. 사람은 키보드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계속 타이핑하기에 저도 타이핑해서 답장을 보냈고, 아무 것도 오지 않아도 의견을 말할 때는 무시했습니다. 그래놓고 몰리니까 권력 남용. 사람을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구축한 성 안에 가둬 놓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한다면 맞서거나 침묵하거나. 이건 아니다 싶지만 뭐가 바뀌겠느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을 캐릭터가 깨트렸습니다.

 

캐릭터와 캐릭터 밑에 집결한 사람들을 보며 어차피 넌 침묵할 거잖아.’라는 말이 울렸습니다. 경종입니다. 그래서 꿈틀거려보려고 합니다. 꿈틀거림을 파동으로 만들어주시고, 그 파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저자 및 출판사의 의도와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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