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2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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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1권을 읽었을 때, 명분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카코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헌책방에서 지내면서 마음을 회복합니다.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현실로 돌아갈 타이밍을 잽니다. 완전히 회복됐는지 알 수 없는 마음으로 현실에 한걸음을 내딛게 해 줄 명분. 시리즈 2권에서도 명분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시리즈 1권에서 사토루는 혼자 헌책방을 운영합니다. 시리즈 2권에서는 모모코가 헌책방에 다시 돌아옵니다. 사토루와 모모코가 같이 운영합니다. 두 사람은 평온한 날을 보냅니다. 단골손님과 다른 가게 사람과 부대끼며 헌책방을 꾸립니다. 그 평화는 지속되지 못합니다.

 

평화가 깨진 뒤, 사토루는 헌책방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헌책방의 책은 오래된 책입니다. 습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환기를 자주 시켜 주어야 합니다. 먼지에 덮이지 않도록 청소도 해야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조금씩 무너지는 세계입니다. 사토루는 그 세계를 혼자서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집에 틀어박힙니다. 헌책방과 함께 무너집니다.

 

하지만 사토루에게는 다카코가 있습니다. 다카코는 헌책방을 관리합니다. 그러나 손님에게 책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먼지를 닦습니다. 사토루가 언제 돌아와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사토루가 모모코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헌책방을 운영했던 것처럼.

 

사토루는 마음이 일정 수준 회복한 뒤, 훌쩍 헌책방 거리에 나갑니다. 길을 걷다 불이 켜진 헌책방을 봅니다. 들어가니 다카코가 있습니다. 사토루가 모모코를 기다렸던 것처럼, 다카코도 사토루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토루는 그 사실을 명분으로 헌책방 운영을 재개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명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혼자서 고민해서 결론을 내립니다. 그 결론이 이끌 미래가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서 명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과 의견을 교환합니다.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미래상의 윤곽이 잡혔을 때, 그것을 명분으로 삼아가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명분을 망설임과 주저함의 대명사로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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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ㅣ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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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경찰입니다. 휴직 중입니다. 밤에 구도심을 걷습니다. 구도심을 걷다가 사건에 휘말립니다. 한 남성이 해머드릴을 들고 한 여성에게 뛰어듭니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듭니다. 크게 다칩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기 시작합니다.

 

그 정보들 속에서 해머드릴을 들고 있던 남성은 통칭 ‘화남’입니다. 수많은 추측, 기사에서 그녀가 휴직 중인 경찰이라는 사실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연약한 피해자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녀를 경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금세 사라집니다. 왜 그녀는 휴직 중인 경찰로 다루어지지 않는가.

 

그녀가 연약한 피해자여야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사건은 그들에게 기회가 됩니다. 임윤성은 그녀에게 접촉하여 공청회에서 거짓 증언을 하라고 말합니다.(127쪽) 최진유는 그녀를 여성으로 대하는 경찰 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낼 거라고 말합니다.(229쪽) 모두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그녀의 사건을 이용하려는 셈입니다.

 

그녀는 사건 당사자입니다. 사건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악한 욕망이 조작하는 여론, 여론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봅니다. 그녀는 사건의 진실이 감춰지는 것보다 여론을 조작하는 과정을 더 위험하게 생각합니다. 옳은 일을 위해 옳은 일을 행하는 사람(232쪽)이 부각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이라는 뜻이니까요.

 

현대 사회의 여론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140쪽) 사람들의 각축전입니다. 그 전장에 보이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요? 막대한 권력과 자금으로 여론 형성을 도와 줄 끈을 쥔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기득권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입니다.

 

일반인은 이 구조를 어렴풋하게 느낍니다. 생업이 바쁘니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주로 언론의 타이틀을 보고 사안을 파악합니다. 즉, 언론이 일반인을 대신하여 사건과 사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퍼뜨리는 역할을 맡는 셈입니다. 만약 언론이 어떤 권력에 휘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인은 이 흐름에 휩쓸립니다. 권력을 위한 여론이 형성됩니다.

 

다행스럽게도 현대 사회는 권력을 위한 여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온라인 세계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을 토대로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커다란 손해와 결손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것을 마땅하게 지키려는(232쪽) 사람을 발견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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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하는 법 - 고치고 다듬지 않은 글은 아직 글이 아니다 ㅣ 땅콩문고
김은경 지음 / 유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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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편의 첫 독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글을 쓴 사람입니다. 글쓴이는 주제를 정합니다. 주제와 어울리는 구성과 내용을 적습니다. 글을 쓰면서 수정을 반복합니다. 글을 다 쓴 직후, 첫 독자는 완성된 글이 못나 보입니다. 고쳐 쓰면 쓸수록 미로에 갇히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글을 다 쓰면 며칠 묵힌 뒤에 다시 보라는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이 때, 필요한 책이 <퇴고하는 법>입니다.

 

<퇴고하는 법>은 먼저 글을 큰 틀로 봤을 때 고려할 사항을 이야기합니다. 주제가 명확한가. 서론-본론-결론이 명확한가. 문단의 구성이 자연스러운가. 그 뒤에 세부사항을 짚습니다. 문장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어떤 어휘를 고를 것인가. 장르에 따라 어떻게 퇴고할 것인가. 저자는 퇴고에 대한 편견을 깨트린 뒤 방법을 설명합니다.

 

퇴고를 고쳐 쓰기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 나아가더라도 이야기를 잘 표현했는지 점검하는 정도입니다.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의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을 명료하고 간결하게 쓰려면 ‘읽는 사람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37쪽) 글의 주제와 소재가 분명해야 읽는 사람이 헷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57쪽) 다시 보는 일은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보는 과정입니다.(89쪽) 저자는 퇴고의 중심은 ‘읽는 사람’이라고 여러 번 강조합니다. 읽는 사람이 글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지 고민하는 과정. 그것이 퇴고입니다.

 

그렇다고 ‘읽는 사람만’ 배려하는 퇴고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쓴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편집자는 원고를 살필 때 결국 독자가 길을 헤매지 않고 작가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인가를 점검한다고 합니다.(111쪽) 독자가 읽기 쉽도록 고쳤는데, 글쓴이의 생각이 무너진 글은 빈털터리입니다. 사유가 담기지 않은.

 

글쓴이는 글을 완성한 뒤, 최소 2번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처음 글을 다 쓴 뒤에는 독자를 중심으로 고쳐 씁니다. 퇴고를 한 번 끝낸 뒤, 다시 읽습니다. 글 속에 사유 소재가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읽는 사람과 글쓴이가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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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
모리야 아키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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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도서관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나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도심일수록 외곽 지역이나 언덕 위에 있지 않나요? 물론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작은 도서관이나 상호대차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용이 어렵지는 않지요. 하지만 도서관에 직접 오는 이용객이 없다면 그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요? 예산이 줄어듭니다. 적은 예산으로 도서를 다양하게 구비하기 어렵습니다. 이용객을 끌어들일 행사를 주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용객이 더 줄어듭니다. 학생이 줄어서 폐교가 생기듯 문을 닫는 도서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여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키바 도서관입니다. 아키바 도서관은 도시의 변두리 해발 600m 산 초입에 위치합니다. 이용객이 많지 않습니다. 이용객이 한정된 공간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상한 분실물이 증가합니다. 책이 잘못 꽂혀 있습니다. 대출한 적 없는 책에 대한 쪽지가 발견됩니다. 이외에도 소소한 미스터리한 일이 생깁니다. 그 때마다 후미코와 히노가 미스터리를 풀어갑니다.

 

그 미스터리 중에는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분명하게 다루는 챕터가 있습니다. ‘입춘-축제준비’입니다. 어느 날, 아키바 나리가 도서관으로 종이를 가져옵니다. 종이에는 이름과 개인정보, 책 제목, 의문의 일련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도서관 직원은 이용객의 개인정보와 대출 목록 리스트를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됩니다. 도서관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은 중대한 사건입니다. 후미코와 히노는 이 일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움직입니다.

 

후미코와 히노는 범인을 특정합니다. 범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가져간 책은 빌리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기만 할 바에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낫다고.(159쪽) 후미코는 범인에게 한 장면을 직접 보여줍니다. 도서관에 직접 와서 크기가 큰 책을 읽는 미유키의 모습을.

 

미유키는 도서관에 올 때마다 말합니다. 병원에 갔다가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게 낙이라고.(161쪽) 미유키는 건강 문제로 크기가 큰 책을 직접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편안히 머무르며 크기가 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즉, 도서관의 가치는 대출과 반납에만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에 집중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게 합니다. 즉, 도서관은 마케팅 없이 시간, 공간, 책을 접하는 공간인 셈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도서관의 가치 아닐까요? 도서관이 책값이 비싸서 빌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만나러 가는 곳으로 바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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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라이트에디션 2026) ㅣ 비채 라이트에디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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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새롭게 단장해서 출간됐습니다. 2009년도에 첫 번역서가 출간됐습니다. 2018년도에 개정판이 출간됐습니다. 2026년 라이트 에디션으로 출간됐습니다. <고백>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책이기에 꾸준히 겉모습을 바꾸며 출간된다는 뜻이겠지요.

 

2018년 개정판을 읽은 뒤,에 학교에 남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리구치 유코는 종업식 날 반 학생들에게 한 가지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교사를 사직한다고 말합니다. 모리구치 유코가 떠난 뒤 학생들의 관계를 다루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로 관계를 맺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관계망에서 다루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데라다 요시키입니다.

 

데라다 요시키는 모리구치 유코의 후임입니다. 처음 담임을 맡은 만큼 의욕을 보입니다. 학생들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반에서 발생한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등교 거부 중인 나오키를 학교로 다니게 하려고 애씁니다.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의욕은 있지만 나아갈 방향을 잡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데라다 요시키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조언을 구했을 겁니다. 누구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같은 상황을 겪어봤을 법한 사람. 보통 같은 학교의 선배 교사에게 묻겠지요. 하지만 데라다 요시키는 은사님의 부인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은사님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난 모리구치 요코에게.

 

데라다 요시키는 모리쿠치 요코의 조언을 신뢰합니다.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은사의 부인이니까요. 특히 남편이라면 이렇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조언을 그대로 실행에 옮깁니다. 데라다 요시키는 은사처럼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데라다 요시키의 행동은 ‘누구처럼 되고 싶다’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은 방향을 설정해 줍니다. 처음에는 나아갈 방법을 모르니 대상이 했던 언행을 따라합니다. 이 방법이 초반에는 유용할지도 모릅니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기초를 다져야하니까요. 기초는 여러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초 소양을 갖춘 데라다 요시키가 바라본 교실은 어떨까요? 만약 데라다 요시키가 반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면 어떨까요? 동료 선생님과 반장, 부반장에게 물어가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사건에 대해 알겠지요. 사건이 부른 파장도 파악하겠지요. 아무리 은사의 부인이라도, 모리구치 요코의 조언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겠지요. 은사와 데라다 요시키는 다른 교실을 이끌어야 합니다. 교실을 둘러싼 환경이 다르고, 학생들의 환경과 성격도 각각 다릅니다. 담임 선생님의 기초 소양은 똑같을지언정 다르게 응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 이 마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정까지 그대로 밟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와 나는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릅니다. 누구와 나는 성격이 다릅니다. 당연히 비슷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왜 자신은 누구처럼 할 수 없는지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길은 누구가 만든 길입니다. 자신의 길은 자신의 자원과 방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매순간 데라다 요시키가 됩니다. 세상에는 선택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선택에 따라 길도 바뀝니다. 누구는 한 가지를 고를 용기를 주는 사람이지, 우리의 길을 트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반의 분위기부터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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