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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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에는 젊은 작가의 작품에 젊은 평론가의 평론이 실려 있습니다. 분석을 통한 서평은 젊은 평론가에게 맡기고 저는 감상에 가까운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은 <별 세 개가 떨어지다>입니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에 주목한 이유는 종묘원 때문입니다. 종묘원은 나의 할아버지가 식물을 가꾸는 공간입니다. 종묘원은 반원형입니다.(19) 왜 반원형일까요? 반원형도 원형입니다. 원형은 어느 한 곳에 틈이 생겼을 경우 모양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틈이 생기면 주위도 함께 무너지며 원이 아니게 됩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반원형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식물이 길이가 달라도, 잎의 크기가 달라도 반원을 유지한다면 모두 살아있는 생명으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한편 종묘원은 작은 야생 숲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19) 그 이유는 반원형의 중심에서 벗어날수록 잡초가 무성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식물들을 온실 속에서 기르지 않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자유롭게 자랄 수 있도록 돌봅니다. 잎이 큰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그늘도 존재합니다. 햇빛을 쐬다가 힘들면 쉴 수 있는 그늘이 공존하는 종묘원이야말로 할아버지의 은신처입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과거 한계까지 내몰린 순간을 잊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뜨거운 빛에 적응하는 과정 없이 태양 아래에 내몰려서 살아온 삶. 태양 아래에서 할아버지가 겪은 삶은 어떤 고비로 이루어져 있었을까요? 전진과 쉼의 균형을 이룬 삶은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마다 태어났다, 말하며 머리를 크게 쓰다듬어 주었다고 합니다.(24) 할아버지는 자신이 어린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확신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에게 자식이 태어납니다. 할아버지는 자식을 기르며 자신에게 없었던 과정을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과정이 서투를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자식들이 손주를 낳았습니다. 손주를 돌볼 때는 전진과 쉼의 균형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났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생각이 종묘원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음속에 종묘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잡초가 무성한 종묘원입니다. 그만큼 메워 나갈 하루를 겪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전진과 쉼을 오가며 종묘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종묘원을 제대로 가꾸지 못한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자란 큰 잎사귀가 쉴 그늘을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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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미래 - AI라는 유혹적 글쓰기 도구의 등장, 그 이후
나오미 배런 지음, 배동근 옮김, 엄기호 해제 / 북트리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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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미래>는 쓰기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암송을 통해서 지식을 전달하는 시대에서 쓰기의 등장과 발전을 그립니다. 자필은 기계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변화합니다. 자판기를 두드려서 글을 씁니다. 수월하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의 품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친절하게 밑줄로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여기에서 기계는 한 번 더 발전합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입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원하면 자료 수집을 해 주기도 하고, 초고를 대신 써 주기도 하고, 한 편의 글을 생성해 주기도 합니다. 사용자는 그 결과물을 사후 편집하여 쓰기를 완성합니다. 사후 편집이란 기계번역을 거치고 난 텍스트를 말끔하게 처리하는 것입니다.(299) 주로 번역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이제 쓰기 분야에도 도입되는 셈입니다.

 

인공지능이 정교해질수록 인공지능의 글의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인공지능에게 글을 쓰게 한 뒤, 그것을 보완하여 글을 쓰는 시대가 도래하는 중입니다. , 사용자는 온라인에 등록된 수많은 글들을 표절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는 온라인에 적힌 글 또는 작가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글을 표절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자 역시 미래의 학생이 인공지능 텍스트 생성기에 모범 사례와 자기 문체를 인식시킨 다음 새로운 과제물을 쓰게 했을 때, 표절 여부를 적발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합니다.(393) 학생의 과제뿐만 아니라 소설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텍스트 생성기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열린인공지능처럼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한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도 존재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쓰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표절을 적발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온 셈입니다. 온라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쓰기가 많아진다면,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의 쓰기를 모방하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 인공지능의 역할을 쓰기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고 봅니다.(425) 글쓰기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글쓰기 단계를 대략 나누면 하기와 같습니다.

 

주제를 정합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합니다. 그를 기반으로 글을 씁니다. 처음 쓴 글의 내용을 수정합니다. 최종 수정본의 맞춤법을 검토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개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위 단계에서 어떤 단계를 인공지능에 맡기겠습니까? 아마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요. 사용자마다 인공지능의 어떤 능력을 개발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도 다를 것입니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사람은 주로 자료 조사를 인공지능에 맡기겠지요. 형식을 위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완성까지 인공지능에 맡기고 사후편집을 하겠지요. , 사용자에 따라 인공지능의 특화 기능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겠지요.

 

특화 기능이 인공지능 하나에 종합적으로 작용할 때, 인공지능이 쓴 글은 사람이 쓴 글과 구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인공지능과 사람이,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서로 참고하는 시대에서 서로 표절하는 시대에 들어선 셈입니다. 어쩌면 표절을 넘어 출처 없이 통째로 옮기는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을 공공 지식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협의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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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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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나오가 선물을 전달하는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나나오가 선물을 전달하려고 찾아간 윈튼팰리스 호텔 2010호에 머물던 남성은 나나오를 공격하다 사망합니다. 식은 죽 먹듯이 성공할 수 의뢰였는데, 운 나쁘게 사건에 휘말린 셈입니다.

 

나나오가 휘말린 사건의 키워드는 기억력입니다. <트리플 세븐>은 기억을 기준으로 두 존재를 주목해야 합니다. 가미노 유카와 인공지능입니다. 두 존재의 공통점은 한 번 인식한 사실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 존재 모두 활용할 영역이 무궁무진합니다. 어떤 이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지에 따라 목적과 활용 가치가 달라집니다.

 

가미노 유카는 이누의 밑에서 사무 작업 및 경리 업무를 맡습니다. 인공지능은 요모기 장관이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에 활용됩니다. 일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두 존재는 같은 일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가미노 유카는 감정을 지닌 존재입니다. 남들과 함께 지내면 상대의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실수와 실언, 좋지 않은 행동을 잊어버리지 못해서 괴롭다고 말합니다. 가미노 유카는 그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인간관계를 끊습니다.(35) 그 와중에 자신의 업무가 불법적 일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감정은 몇 배나 더 커졌을 것입니다. 그에 반해 인공지능은 감정이 설정됩니다. 인공지능은 요모기 장관의 말처럼 최대한 많은 정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보를 습득해서 확실하게 판단합니다.(166) , 인공지능은 습득하는 정보에 따라서 특정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감정에 치우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류가 구축한 도덕적, 사회적, 법적 기준을 싸가 다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가미노 유카에게는 선을 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모기 장관은 인간이 지능을 활용하는 것보다 인공지능이 과부족 없이 설명할 수 있다(165)’고 말합니다. 그 가능성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요모기 장관이 소속된 정부 기관 정보국은 과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정보를 인공지능에 제공할 수 있을까요? 차별과 편견이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할용하여 사회구조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업을 맡은 이들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수의 사람이 인공지능을 교육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복수의 사람이 진행해야 합니다. 국가의 인공지능은, 기업의 인공지능은 어떤 이야기까지 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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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개정증보판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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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출간된 <공부란 무엇인가>2026년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습니다. 2020년도 버젼은 공부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중심으로 다룬다면, 2026년 버젼은 공부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공부 계획, 공부 과정, 휴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어 훨씬 더 유용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개정증보판이 학생만을 타깃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열망이 이 사회에 상당하다는 확인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4)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싶은 사람은 업이 공부가 아닌 사람도 있기에 이 책의 타깃은 모든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개정증보판을 통해서 독자들은 자신을 어떻게 단련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읽기입니다. 책에서는 프로포절을 쓰기 위해서,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서평을 쓰기 위해서 텍스트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분석한 내용을 같이 고민할 가치가 있는 의제로 발전시키는 실력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이론뿐만 아니라 세상의 현실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모르는데 공공 의제를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 이제 세상을 읽어야 합니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읽는 자신을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상은 다양한 영역이 얽혀 있습니다. 그 모든 영역의 기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은 없습니다. 경험을 하면서 필요한 영역의 지식을 채워 나가야 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영역이 무엇이고, 어떤 지식을 얻어야 하고, 어떻게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자신을 고려할 줄 모르면 한 가지 시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의제는 공공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의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세상은 그 의제를 외면하겠지요. 저자가 언급한 외부세계에 대한 충분한 경험적 지식(147)은 이를 뜻할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대학생(또는 대학원생)이 겪는 공부 과정을 빌려서 자신을 고려하는 공부법을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려한 질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부하는 다양한 영역과 지식, 질문을 중심으로 부딪치는 다양한 의견, 다양한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방향과 새로 태어나는 질문. 삶의 공부 패턴입니다.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공부의 첫걸음은 자신을 파악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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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바리스타
송유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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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별다방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는 할머니입니다. 바리스타는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에서 별다방 주인의 제안을 받아 바리스타 일을 합니다. 바리스타는 나이와 알코올의 영향으로 기억력이 낮습니다. 음료 제조 방법을 외우기도 힘들고, 손님이 주문한 음료가 무엇인지도 깜박합니다. 손님이 바리스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점이 인기를 끌어 카페에는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리스타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아도 바리스타는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밀 보장이 된다는 입소문 때문입니다. 한 명씩 찾아오는 손님과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바리스타는 한 손님에게 자신이 잊어가는 그 기억 속에 숨고 싶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140) ‘숨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숨으려면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리는 실체가 없습니다. 우리는 소리가 만든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기승전결 중 한 요소가 어긋나면 이야기는 왜곡됩니다. 왜곡된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의도와 상관없는 실체입니다. 그렇게 기억될 바에야 깔끔하게 잊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숨고 싶다고 말합니다. , 손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왜곡되더라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곳에 숨어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몰래 꺼내보기 쉽도록.

 

손님에게 바리스타는 발설 위험이 없는 대나무 숲 같은 존재입니다. 바리스타는 손님의 이야기를 완전무결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손님의 이야기를 왜곡해서 기억하기도 하고, 일부만 기억할 때도 있습니다. 통째로 잊기도 합니다. 손님은 이야기를 유실할 위험도 있지만, 털어놓는 행위를 통해서 내면에 숨어 있던 감정을 발견합니다. 어딘가에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어쩌면 바리스타는 우리의 마음에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왜 이 이야기를 숨기고 싶은지 분석하고,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세상에 드러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당신의 바리스타는 어떻게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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