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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텔카스텐 -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데이비드 카다비 지음, 김수진 옮김 / 데이원 / 2024년 7월
평점 :
기록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방식이 다르고 주제가 다를 뿐 모두 기록합니다. 펜과 노트를 도구로 기록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기록합니다. 이 차이를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저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합니다. 쉽게 수정할 수 없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곳곳에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자세히 다루는 영상과 책도 많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100%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지는 않아도 필요할 때 디지털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디지털 제텔카스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메모 습관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메모를 분류하자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한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
1. 메모를 분류하자
메모에도 급이 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습니다. 그 사항을 전부 독서기록장에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그것으로 메모가 완성됐다고 믿었습니다. 분류 과정 없이 기록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왜 이런 내용을 메모해 놓았는지 의문일 때도 있습니다. 저자의 기준에 따르면 임시메모와 문헌메모가 섞여 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메모를 아래의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 임시메모: “급히” 임시로 작성하는 메모 ※ 문헌메모: 논문이나 책 등의 내용 전체를 압축한 메모 ※ 영구메모: 하나의 아이디어를 요약한 메모. 영구 메모에는 키워드가 부여되고 다른 메모들과 링크로 연결된다. (56쪽) |
이 중에서 제 메모와 가장 닮은 메모는 문헌메모입니다. 제 문헌메모는 책을 읽다가 급히 떠올린 사적인 메모와 책의 주제와 관련해서 기록한 해석메모가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고 문헌메모를 펼쳤을 때, 글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필기구의 색을 달리해서 메모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은 뒤 잘못 구분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저자의 메모 분류 방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 나름대로 응용하여 문헌메모를 작성하면서 실수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고 플래그잇으로 표시합니다. 나중에 문헌메모를 작성할 때 밑줄 친 부분이 사적인 내용인지 책의 주제나 요점을 드러내는 내용인지 파악합니다. 후자를 기록한 뒤, 제 생각을 덧붙여 기록합니다. 책의 요점과 제 생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서 꽤 편리해진 문헌메모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2. 메모를 꾸준히 수정하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메모를 수정해야겠다는 발상이 없었습니다. 한 번 기록한 메모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그 메모를 다시 읽지 않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가치관이나 생각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과거의 메모에는 이 사항이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다시 찾지 않는 셈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 그 메모들을 수정해 보았습니다. 문헌메모를 하는 과정을 적용했습니다. 여전히 동의하는 부분은 그대로 남깁니다. 현재의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은 반박하는 메모를 남깁니다. 과거의 메모는 그대로 두고, 수정한 메모를 같이 모아둡니다. 이 과정 속에서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글감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3. 메모에도 태그를 달자
문헌메모를 적을 때, 참고할 다른 문헌메모가 있다면 해당 노트의 번호를 적어놓습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적은 메모들을 참고하여 가장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셈입니다. 이 방식으로 메모를 하다보면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비슷한 책들만을 참고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책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반대 의견이 수록된 책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책에 몰두하다 보면 필터 없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공통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추리를 기반으로 둔 책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책에서는 법을 근거로 정당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책에서는 법과 상관없이 사적복수를 합니다. ‘복수’라는 공통된 키워드이지만, 복수를 치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복수를 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문헌메모에 적어두지 않는다면 두 책을 같이 생각할 기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복수’라는 키워드를 기록해 둔다면 복수의 방식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얻습니다. 책의 장르뿐만 아니라 내용과 관련된 키워드도 같이 적어서 문헌메모를 남겨야 할 이유입니다.
다만, 한 권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수히 많습니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독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관심사에 따라 발견하는 키워드도 다르겠지요. 이런 이유로 문헌메모를 작성하는 방식을 키워드에도 도입해야 합니다. 수시로 키워드를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키워드 적어두어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복수라는 키워드에 맞는 모든 문헌메모를 찾아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디지털 방식으로 정리해 두면 편리합니다. 검색 시스템을 통해서 한 방에 찾아주니까요. 온갖 SNS의 해시태그 같은 개념입니다.
앞으로 제 독서메모는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섞은 방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문헌메모까지는 아날로그로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아날로그 기록을 바탕으로 영구메모를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디지털 기록은 감상문 형식일 때도 있고, 아이디어 형식일 때도 있습니다. 그 기록에 키워드를 달아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 싶습니다.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