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ㅣ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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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난 후

몇년 전에 읽었던 이기주 작가의 산문집『언어의 온도』을 읽고나서 느꼈던 부끄러움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 내 부끄러움의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내가 누군가에게 내뱉었던 차갑고 날카로운 내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으리라는 뒤늦은 후회 때문이었다.

그런 내게 이 책, 『잃어버린 지혜, 듣기』는 『언어의 온도』의 듣기 버전이랄까?

물론, 이 두 책의 내용은 서로 전혀 다르지만,

말하기나 듣기가 결국은 의사 소통과 전달을 전제로 하는 기본적인 방법인데다 

이 둘은 서로 불가분에 관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내 연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지혜, 듣기』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가장 큰 지혜는 바로 "듣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영적 수준이 높은 인디언들이나 아프리카 다가라족, 불교와 기독교를 예로 든다. 


이를 통해 우리가 들어야할 내용이 

신의 음성이건 내 안에 숨어있는 어떤 진실이건 혹은 다른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올바르게 그 소리를 듣고자할 때에만 

진정한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고요함 속에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자신 안에 있는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해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자신의 "듣기"에 대해 생각했다.

늘 내가 사는 이 도시의 소음과 번잡스러움에 대해 진저리 치면서도 

어쩌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이 찾아오면 그 시간을 두려워 하는 나.

어쩌면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 고요함 속에 숨겨진 내 안의 나를, 

내 음성을 듣는 일이 아니었을까?

나의 참자아와 대면하는 일을 회피하기 위해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나의 듣기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새삼 내가 잃어버린 듣기 능력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신비로운 자연의 소리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신비한 대자연으로부터 울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디언들처럼 

내 귀도 영적인 소리에 귀를 귀울이려 노력한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나의 참모습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를 깨달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자극적이고 현란한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현대 문명 사회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언제나 바깥으로 향하게 하지만,

많은 인내와 노력을 통해 제대로 된 듣기의 방법을 배워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와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듣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요하지않은,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나은 크고 작은 소음들에 묻혀 

어쩌면 진짜 내가 귀를 기울여야할 많은 소리들에 마음을 닫고 귀를 닫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중요한 내 영혼의 소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게 전하는 마음의 소리, 잊고산 많은 소중한 자연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북미 인디언들은 동물과 식물을 ‘인간의 영적 교사‘라고 부른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동식물들이 인간보다 세상에 먼저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안다."

"침묵과 듣기를 잃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질에 이끌리고 나를 앞세우고 남을 지배하려고 한다.
상대방 말을 듣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언제나 소란 스럽다.
그런 자리에는 주장만 있을 뿐 지혜가 들어설 틈이 없다.
지혜가 없는 문화는 죽은 문화다.
바로 여기에 현대문명의 비극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인간의 생존은 새들과 동물들의 말에 귀기울이는데 달려있다고.
식물과 동물, 그 모든 존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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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ㅣ 아우름 35
황경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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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원했던 미술관 서포터즈에 이어

또다른 도전 과제로 선택한 출판사 서포터즈.

마침 샘터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해서

이번 달 부터 서평을 쓰게 되었다.

 

"물방울 서평단"이라는 이름도 정답지만 벌써 13기라니~

안타깝게도 샘터사에서 나온 단행본은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어

어떤 책을 보내주려나 궁금했는데

이번에 받아본 3권의 책 모두 다 좋은 책이었다.

 

이번 달에 내게 온 책은

샘터사에서 출판하고 있는 아우름 시리즈 중 33-35권.

아우름 시리즈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라는 컨셉을 표방하며

국내외 유명 문인을 비롯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삶의 지혜와 지식이 오롯이 담겨있는 책들이다.

알고보니 이 시리즈 중 여러 권이

청소년 교양도서, 책따세 추천도서, 세종도서 교양 도서 등으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하니 서평단이라는 사실을 떠나서 한 권씩 틈나는대로 읽어봐야겠다.

 

아우름 시리즈에서 내가 처음으로 읽은 책은 35권인 바로 이 책,

만화가이자 숲 해설가인 황경택 선생이 쓰신

<우리 마음 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이다.

 

나무 그림으로 꽉찬 책 표지가 푸르른 숲을 연상시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같은 때는

책 표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이는 느낌이다.

표지에서 받은 초록이 주는 상쾌함은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강해졌는데

그 까닭은 이 책의 내용이 자연 속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때문이다.

앞뒷동으로 시야가 꽉 막힌 아파트 숲에 살고 있는 나는

저자가 들려주는 숲속 생물들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갈때마다 자연과의 거리가 좁혀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내게 전해준 진리-

자연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연을 공부해야할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느껴야 한다는 말에 내가 공감했기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낯선 사람과 통성명을 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서로를 알지못하는 것처럼

식물이나 곤충의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그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자연에 다가가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교감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자연에 다가가야 한다는 사실도.

오감을 통해 경험한 것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지고

그것들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혀지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 하나 하나의 경험들이 모여 우리 마음에 작은 나무들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결국은 내 마음 속에 숲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만들어감을

이 책의 작가는 자연 속에서의 비유를 통해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책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써있는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부제 그대로

이 책의 내용은 숲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 자신이

다양한 숲 속 생물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사실들을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적용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교훈을 찾아내는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고

내 안의 많은 생각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것은 이를테면

획일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성에서부터

제각각의 운명을 살아가는 나무처럼, 씨앗처럼, 잎처럼, 꽃처럼

그저 현재라는 순간이 주어졌음을 감사하며 운명을 사랑해야한다는 당위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도토리 속에 알을 낳고 그것을 청설모나 다람쥐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채 여물기 전에 가지채로 떨어뜨려버리는 도토리 거위 벌레 이야기나

나무나 풀잎을 재단해서 요람을 만들고 그 안에 알을 낳는 거위 벌레 이야기를 통해

모성이나 책임감이 인간만의 특징이 아님을 인정하며

자연 앞에서 더욱 낮아져야겠다는 결심

그리고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나무의 새살고리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성찰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야 한다는 각성.

아울러 잘못 알고 있던 자연 상식들에 대한 교정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자연에 대한 바른 지식은 물론,

숲 속에서 우리가 배우는 삶의 지혜에 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특히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연 속에서 찾은 적절한 비유와 생태에 대한 예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태도나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궁극적으로 나를 만났듯 그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자연을, 그리고 삶을, 자기 자신을 만나기를 바란다.

 

 

 

 

 

 

 

 

 

 

건강한 숲은 층이 다양합니다.
나이 든 나무도 있고 어린 나무도 있고
키 큰 나무도 있고 키 작은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버섯도 있습니다. 그래야 건강한 숲이에요. 그런 숲에 많은 곤충, 개구리들, 포유류들, 맹금류들이 살 수 있어요.

칡이 올라가고 있는 잣나무를 보면 칡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세요.
칡에게 자리를 내주는 잣나무가 멋지다고요.
강자 위주, 있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소수, 약자의 측면에서도 생각하는 여유와 발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뽕나무에서 실크로드를 보고 감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꽃 한 송이를 보고 그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관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안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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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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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의 이력이 무척이나 화려하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에
로마에서 10년간 공부하며 교회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라틴어는 물론 기타 유럽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현재는 연대에서 유럽법의 기원에 대해 강의를 하고 계시단다.
번역서와 집필서 역시 다수라고~

이 책 역시 그 중 한권으로
책 내용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그의 강의는 서강대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대학에까지
명강의로 소문나 많은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단다.
라틴어는 지금은 사용되는 곳도 없고 
배우기도 너무 어려운 복잡한 언어라던데 
도대체 수업 내용이 어땠길래 그렇게 수강생들이 쇄도했을까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라틴어 수업"이라는 제목때문에 지레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다행히도^^ 책 내용은 라틴어 학습법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중간 중간 라틴어의 언어학적 특성이나 문법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결코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저자 역시 이 수업의 목적이 라틴어 실력 향상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 학습을 통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말하는 사고 체계의 틀이란 결국 세상을 보는 관점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결국은 이 수업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강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구어체로 풀어쓴 덕분에
책 내용은 마치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처럼 쏙쏙 들어온다.
간혹 어려운 라틴어 단어나 문법 설명이 등장해서 살짝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독자인 나야 뭐 이 강의를 들은 학생들처럼 학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대로 그냥 지나쳐도
전혀 문제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모두 28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매 장에는 강의 주제 혹은 화두?가 있고
그것과 연관해서 라틴어로 된 명언이나 경구가 제시된다. 
그 문장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아는 만큼 본다(Tantum videmus quantumscimus)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
오늘 하루를 즐겨라(Carpe diem) 같은 말들의 라틴어 원문이기도 하고
때론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라틴어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문장들을 강의 주제에 맞게 자연스럽게 인용하며 
그 문장에 사용된 단어나 문법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라틴어가 사용되던 당시 로마의 역사와 사회는 물론 
라틴어를 모어로 가진 많은 나라들의 언어, 역사나 문화, 법 등에 대한
설명도 덧붙인다.  

책을 읽으면서 새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저자의 노고에 대해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가치는 그런 지식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는 사실에 있다.
저자는 이 책(강의)의 내용을 통해 
삶을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태도나 지향해야 할 것들
또, 힘든 시기를 통과할 때의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의 문제 등
광범위한 삶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강의를 현장에서 들었을 학생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나는
학생들이 이 강의를 통해 라틴어나 인문학적 지식은 물론,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많은 지혜와 위로, 공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25년도 더 지났지만 
학교 다닐 때 이런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지 못한 죄로
이런 좋은 강의을 뒤늦게 책으로 접하게 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땅을 쳤다.
하지만,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는 세네카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문제들은 인생의 특정 시기가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살아보면 안다. 
인생에서 직면하게 되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질문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리 멋진 문장을 봐도 30초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갱년기의 기억력을 원망하면서도
'언젠가, 어디서든 한 번은 꼭 써먹어야지
정 안되면 카톡 프로필에라도 올려놔야지' 맘 먹고  
이 책에 나오는 라틴어 문장을 열심히 베껴가면서 
혼자서 발음해보는 것도 뭔가 있어보여서^^ 즐거웠다. 
또 그 말들에 담긴 뜻을 음미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역시 의미있었다. 
역시 좋은 스승은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식,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 "

"하늘의 새를 보세요. 그 어떤 비둘기도 참새처럼 날지 않고, 종달새가 부엉이처럼 날지 않아요. 각자 저마다의 비행법과 날갯짓으로 하늘을 납니다. 인간도 같은 나이라 해서 모두 같은 일을 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고 저마다의 날갯짓이 있어요.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고 이때 중요한 것은 ‘어제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내 걸음의 속도와 몸짓을 파악해나가는 겁니다.‘"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알았기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을 살다 영원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영원이 신의 시간이라면 유한은 인간의 시간일 겁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고통스러우나 신의 시간 속에서 보면 그저 흘러가는 한 점과 같을 거예요. 그것이 현실이라면 스스로 더 작고 보잘 것없는 존재로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하고, 우리 앞에 놓인 빈 공간을 채워갈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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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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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많은 문제들 중 하나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유물론에서는
"죽으면 육체의 소멸과 함께 모든 게 다 끝"이라고 단정짓지만 
그것을 반증하는 미스테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영혼이나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이런 저런 경험담이나 책, 영화들이 이따금씩 화제가 되기도 하지요. 
이 책 역시 사후세계와 환생 등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저자가 의학자라는 사실이 제게 호기심을 증폭시켜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을 쓰신 정현채 교수님은 
서울대 의대 교수님이세요. 
아, 지난달(18.8)에 명예퇴직 하셨으니까 전직 교수님이라고 해야겠네요. 
2년 동안 써오던 이 책을 마무리할 무렵인
올해 1월쯤 암 선고를 받으셨대요. 
책의 머리말에 그 때 당시의 생각에 대해 쓰신 부분이 있는데 
인상적이라 그대로 옮겨봤어요. 
 

"이 책의 원고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받은
암 진단은 그동안 해 온 죽음학 강의 내용을,
강의자가 아닌
암 환자로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제까지의 익숙한 삶에서 새로운 변혁으로 이끄는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수많은 사망 원인 중에서
무엇이 나를 죽음으로 이끌지 예측할 수 없어
막연했었는데
정작 암진단을 받고서는 상황이 명확해지면서
죽음 준비에 구체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특정 종교를 믿으시는 분도 아니면서 
이 분은 "죽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시길래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15년전쯤 부모님과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부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과 공포감을 갖게 되었대요. 
사실 아무리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치는 의사라고 해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는 것은 다른 문제일테니까요. 
그래서 이것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책들과 과학 논문들, 사례들을 연구하셨다고해요. 
실제로 이 책 내용의 반 이상이 임사체험자들과 환생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
또는 그들을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으로 채워져 있어요. 
이런 연구를 통해 저자는  
"죽음은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벽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예요. 
사후세계와 환생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주장이나 사례들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나 레이먼드 무디 주니어, 마이클 팀 등이 쓴 책이나
몇 년전 ebs에서 방영한 <Death> 3부작에도 나왔던 내용들이니까요. 
 
이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하지만 
임사체험자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경험들은 들을수록 신비롭긴 해요. 
잠시 죽었을 때, 
체외이탈을 해서 자신의 육신을 내려다보고
터널을 통과해서 밝은 빛과 교신을 하며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와 만났다거나 
이제껏 살아온 삶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예요. 
 
사후 세계를 입증하기 위해 이 책에 인용된 일화들을 읽다보면 
'이게 정말 실화일까' 싶어요. 
아마 어떤 독자들은 
어떻게 과학자 그것도 의학자가 
이런 비과학적이고 실증되지않은 것을 사실처럼 믿을 수가 있나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실 것도 같아요. 
실제로 사후세계를 믿지않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임사체험 자체를 뇌가 만들어낸 일시적인 환각이라고 보고있고
칼 세이건 같은 유명한 과학자도 말했잖아요.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사후세계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사례와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사람이 없는 마당에 
그걸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입증된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세상에 입증 가능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회의감과 함께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고 말할 만큼 확신했다지만
저는 오히려 믿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결국 믿고 안믿고는 
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다만 사후 세계나 환생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일지라도
이 책의 뒷부분 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후 세계를 믿고 안믿고를 떠나 
죽음은 인간이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뒷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죽음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서 죽음관을 정립하는 문제라든지
웰다잉을 위한 준비 
 그리고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한 이해와 
자살 방지를 위한 저자의 조언 등 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나오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지만 
사실 매일 보도되는 사건 사고 뉴스만 봐도 
죽음이 얼마나 삶과 가까이 있는지 우린 늘 보잖아요.
그런 면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해놓는 일에 
너무 이른 나이란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또 그 시간이 언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철학자 키케로의 말대로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는 말처럼요. 
 
결론적으로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이라든지 사전 유서 작성 같은 것들이나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남은 가족들에게 당부하는 말들을
남기는 것 등 역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죽음은 떠나는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감당하기 두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부재한 현실에 대해 
덜 아프고 덜 힘들어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도록 돕는 것 역시 
내가 미리 해놓고 가야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했습니다. 
 
아직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읽게되어 
삶 만큼이나 중요한 죽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과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번데기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 
이 세상에서 이룬 영적 성장을 통해 
보다 온전한 영혼으로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렇기때문에 이 생에서 내가 겪는 고난과 고통 역시 
영적 성장의 관점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사실과 
살면서 더욱 많은 것들을 사랑과 공감,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삶이 좋은 죽음을 가져올테니까요. 
 
이 책의 저자이신 정현채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아무쪼록 수술 잘 받으시고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죽음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지않은 우리 사회에서 
교수님께서 하셔야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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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 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언어는 몇 도쯤 될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에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담은 짧은 산문들이 실려있다. 

아무리 귀한 보석도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없는 사람에겐 
단지 돌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스쳐가기 쉬운 말이나 흔한 상황들에 대해서도 
작가는 섬세하게 그 안의 "온도"를 측정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아무 말 대잔치'에 익숙한 내 언어 생활과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마음을 일순간에 냉각시키거나 끓어오르게 만들었던 
내 언어의 온도를 돌아보게 된다. 

그 돌아봄이 비록 내게는 누추하고 부끄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킨다해도 
작가가 내게 건네는 작은 위로의 말처럼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직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의 끔찍함을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상처가 보이면
남보다 재빨리 알아챈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건 아닌지...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것이 참 많다.

늙음이 무엇인가 하는 이 만만치 않은 질문에 여전히 나는 답을 하지 못하겠다.
다만 ‘낡음‘이 ‘늙음‘의 동의어라는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느끼는 일과 깨닫는 일을 모두 내려놓은 채
최대한 느리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유일한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삶의 밝음이 사라지고 암흑 같은 절망의 그림자가 우리를 괴롭힌다.
그때 비로소 진짜 늙음이 시작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능성‘을 찾으면,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나온다.
사전적 의미가 그렇다.
하지만 실현성, 현실성, 가망성 따위는
철저하게 계산된 통계나 명료한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때론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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