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많은 문제들 중 하나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유물론에서는
"죽으면 육체의 소멸과 함께 모든 게 다 끝"이라고 단정짓지만 
그것을 반증하는 미스테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영혼이나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이런 저런 경험담이나 책, 영화들이 이따금씩 화제가 되기도 하지요. 
이 책 역시 사후세계와 환생 등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저자가 의학자라는 사실이 제게 호기심을 증폭시켜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을 쓰신 정현채 교수님은 
서울대 의대 교수님이세요. 
아, 지난달(18.8)에 명예퇴직 하셨으니까 전직 교수님이라고 해야겠네요. 
2년 동안 써오던 이 책을 마무리할 무렵인
올해 1월쯤 암 선고를 받으셨대요. 
책의 머리말에 그 때 당시의 생각에 대해 쓰신 부분이 있는데 
인상적이라 그대로 옮겨봤어요. 
 

"이 책의 원고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받은
암 진단은 그동안 해 온 죽음학 강의 내용을,
강의자가 아닌
암 환자로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제까지의 익숙한 삶에서 새로운 변혁으로 이끄는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수많은 사망 원인 중에서
무엇이 나를 죽음으로 이끌지 예측할 수 없어
막연했었는데
정작 암진단을 받고서는 상황이 명확해지면서
죽음 준비에 구체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특정 종교를 믿으시는 분도 아니면서 
이 분은 "죽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시길래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15년전쯤 부모님과 친척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부터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과 공포감을 갖게 되었대요. 
사실 아무리 일상적으로 죽음을 마주치는 의사라고 해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는 것은 다른 문제일테니까요. 
그래서 이것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책들과 과학 논문들, 사례들을 연구하셨다고해요. 
실제로 이 책 내용의 반 이상이 임사체험자들과 환생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례,
또는 그들을 연구한 학자들의 주장으로 채워져 있어요. 
이런 연구를 통해 저자는  
"죽음은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벽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예요. 
사후세계와 환생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주장이나 사례들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나 레이먼드 무디 주니어, 마이클 팀 등이 쓴 책이나
몇 년전 ebs에서 방영한 <Death> 3부작에도 나왔던 내용들이니까요. 
 
이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하지만 
임사체험자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경험들은 들을수록 신비롭긴 해요. 
잠시 죽었을 때, 
체외이탈을 해서 자신의 육신을 내려다보고
터널을 통과해서 밝은 빛과 교신을 하며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와 만났다거나 
이제껏 살아온 삶이 영화처럼 스쳐지나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예요. 
 
사후 세계를 입증하기 위해 이 책에 인용된 일화들을 읽다보면 
'이게 정말 실화일까' 싶어요. 
아마 어떤 독자들은 
어떻게 과학자 그것도 의학자가 
이런 비과학적이고 실증되지않은 것을 사실처럼 믿을 수가 있나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실 것도 같아요. 
실제로 사후세계를 믿지않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임사체험 자체를 뇌가 만들어낸 일시적인 환각이라고 보고있고
칼 세이건 같은 유명한 과학자도 말했잖아요.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사후세계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사례와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사람이 없는 마당에 
그걸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입증된 것만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세상에 입증 가능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회의감과 함께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고 말할 만큼 확신했다지만
저는 오히려 믿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결국 믿고 안믿고는 
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다만 사후 세계나 환생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일지라도
이 책의 뒷부분 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후 세계를 믿고 안믿고를 떠나 
죽음은 인간이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뒷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죽음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서 죽음관을 정립하는 문제라든지
웰다잉을 위한 준비 
 그리고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한 이해와 
자살 방지를 위한 저자의 조언 등 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나오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지만 
사실 매일 보도되는 사건 사고 뉴스만 봐도 
죽음이 얼마나 삶과 가까이 있는지 우린 늘 보잖아요.
그런 면에서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해놓는 일에 
너무 이른 나이란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또 그 시간이 언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철학자 키케로의 말대로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는 말처럼요. 
 
결론적으로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이라든지 사전 유서 작성 같은 것들이나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남은 가족들에게 당부하는 말들을
남기는 것 등 역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죽음은 떠나는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감당하기 두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부재한 현실에 대해 
덜 아프고 덜 힘들어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도록 돕는 것 역시 
내가 미리 해놓고 가야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했습니다. 
 
아직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읽게되어 
삶 만큼이나 중요한 죽음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과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번데기가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 
이 세상에서 이룬 영적 성장을 통해 
보다 온전한 영혼으로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렇기때문에 이 생에서 내가 겪는 고난과 고통 역시 
영적 성장의 관점에서 이해해야한다는 사실과 
살면서 더욱 많은 것들을 사랑과 공감,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삶이 좋은 죽음을 가져올테니까요. 
 
이 책의 저자이신 정현채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아무쪼록 수술 잘 받으시고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죽음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지않은 우리 사회에서 
교수님께서 하셔야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