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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날, 응급 편의점으로 오세요 ㅣ 문학의 즐거움 74
이알찬 지음, 모차 그림 / 개암나무 / 2025년 3월
평점 :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다고 느낄수도 있는 가족. 곧 5월이면 가정의 달인데, 이번에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어보았어요. 바로 3월에 나온 개암나무 신간 <마음이 아픈 날, 응급 편의점으로 오세요> 입니다.
이 책은 가슴 찡한 감동이 있으면서도 유쾌한 가족 이야기 6편이 묶은 단편모음집입니다. 특히 이일찬 작가님의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작이자 표제작인 <응급편의점>을 비롯해 2022년, 2023년 아르코 발표 지원 선정작이 수록되어 있어서 초등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도서구요.

한편 한편의 내용도 길지 않아서 제목만 보고 골라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은 책 호진이도 저도 함께 읽어보았답니다.
먼저, 첫번째 이야기 <꼭꼭 숨어라! 아빠 머리 보일라>는 실직한 아빠를 할머니에게 비밀로 하면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 동민이의 이야기였어요.
예전엔 IMF 때, 최근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실업자가 늘고, 취업도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들도 회사원들도 다 살기 팍팍해진거 같아요. 특히 경제활동은 원하지만 구직이 어려워진 가장들이 백수가 되면서 가정 경제에도 위기가 찾아와 이혼율도 급증했구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교육비, 식비 등 생활비는 필요한데, 소득이 불안정하면 가정이 흔들리기 쉬워요.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끼리 똘똘뭉쳐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면서 헤쳐나가는 게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구요.

하지만, 동민이의 엄마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남편을 믿고 직접 취직해 생계를 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민이에게도 아빠의 체면을 생각해 할머니께는 비밀로 하자고 하죠.
할머니는 엄마가 취직하면서 손자 동민이가 잘 못챙겨 먹을까봐 학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늘 동민이 집에 오셔서 밥도 차려주시고 새로운 반찬도 냉장고에 넣어주시지만, 집에 있는 동민이 아빠는 할머니를 피해 집안에 숨어있느라 늘 힘듭니다. 동민이도 할머니에게서 숨은 아빠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했구요.

동민이가 바라보는 아빠는 어느새 어깨도 좁아보이고 집안이 가난해질까봐 겁도 납니다. 취직 준비로 스트레스지만 씩씩한 척 연기했을 아빠가 짠하고 코 끝도 찡해졌구요. 동민이 아빠는 여름 무더위가 수그러질 무렵, 다행히 취직합니다. 다시 입은 양복이 헐렁해졌다니 얼마나 아빠가 마음고생했을지 느껴지네요.
그리고 다음날 신을 아빠 구두를 꺼내놓는데.. 구두가 반짝반짝합니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은 진작부터 아빠의 실직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체 하면서 그 누구보다 아빠의 취직을 바라며 구두를 닦았던 사람이 할머니였다는 것입니다.

아빠의 실직에 서로 원망하거나 불평불만을 하기 보다는 서로 똘똘 뭉쳐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어주면서 기다려줬다는 게 정말 뭉클했어요.
<악당별 기억 탐사선> 과 < 응급편의점>이야기도 참 슬프고 찡한 감동적인 이야기였는데요.
<악당별 기억 탐사선>에서는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났던 배다른 동생과의 이야기를 그려냈고, <응급편의점>에서는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던 연우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엄마를 안경너머 세상에서 만나는 이야기도 참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연우가 다시 만난 엄마를 위해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던 모습은 참 뭉클하더라구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슬프지만 담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낸 6편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몰입감있고 가족의 존재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해주었어요.
가족끼리는 함께 공간을 나누며 생활하지만, 때때로는 너무 편하게 생각해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얼굴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 이야기도 제대로 못나누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반면에 슬프거나 큰 일이 있을 때 가장 의지가 되고 버팀목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구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며 오늘 옆에 있는 남편과 호진이에게 다시 한번 사랑한다 말하며 안아주려고 해요. 성장동화로 초등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은 책으로 <마음이 아픈 날, 응급 편의점으로 오세요>를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