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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난 소년
임홍순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6년 7월
평점 :

『그림과 만난 소년』
오월이면 창문 너머로 짙게 퍼지던 아카시아 향기를 기억하시나요?
임홍순 님의 『그림과 만난 소년』은 그 아카시아 향과 함께 까마득한 수십 년 전, 한 상담실에서 일어났던 가슴 묵직한 기억을 나직하게 꺼내놓은 책이에요.
여든을 넘긴 노년의 상담사에게 며칠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죠.
아주 오래전, 상담실 창가에 앉아 있던 한 소년의 목소리였어요.
학교에서는 존재감 없이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는 부모의 심한 불화 사이에 끼여 세상에서 가장 조용히 무너져 내리던 아이...
소년은 자신의 마음속 어둠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요.
말을 잃어버린 소년의 앞에 종이와 연필을 놓아주자, 소년의 손끝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해요.
종이 위에는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나무, 처마 밑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연필 선이 그려져요.
데칼코마니의 번짐, 모래로 만든 외로운 섬, 그리고 뿌리 없는 나무...
소년이 입으로 꺼내지 못한 외로움은 그렇게 종이 위로 조금씩 새어 나와요.
그리고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 소년은 그 나무 밑에 작은 씨앗 하나를 그려 넣어요.
미술이라는 낯선 통로를 통해 소년이 제 존재를 더듬어가는 생전 처음의 언어를 배워간 것이죠.
말이 끝내 닿지 못하는 자리에, 그림은 어떻게 가닿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질문이에요.
우리는 흔히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정말 깊고 무거운 상처는 말이라는 단어조차 빼앗아 가곤 하죠.
뿌리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나무를 그리던 소년의 마음은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 역시 가슴속 한 구석에 품고 사는 외로움의 모습일지도 모른답니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위태롭던 선 밑에 조용히 심어진 ‘작은 씨앗’을 보며 마음 한편이 찌릿해졌어요.
내 상처를 다그치지 않고, 그저 곁에서 가만히 바라봐 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다시 뿌리를 내릴 용기를 얻게 되니까요.
미술심리치료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소재가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저자의 시선이 단순한 ‘치료 기술’이 아닌 ‘소외된 존재를 향한 깊고 다정한 시선’에 닿아있기 때문이에요.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의 결이 차분해지면서 묵직한 위로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상처 입었지만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응어리를 품고 사는 분
✔ 아이의 말 없는 방황이나 타인의 깊은 침묵을 이해하고 싶은 분
✔ 조용하고 나직한 문체로 가슴 깊은 위로와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
상처 입은 마음이 어떻게 스스로 뿌리를 찾아가고 씨앗을 심는지, 그 정성스럽고 따뜻한 여정을 여러분도 꼭 함께 걸어보셨으면 좋겠어요.
😍 르온서평단(단단한맘) 서평모집을 통해 클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