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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여우누이, 다경』
전래동화 ‘여우누이’를 기억하시나요?
아들만 셋인 집에 귀하게 태어난 막내딸이 알고 보니 가족들을 해치는 여우였다는 섬뜩한 설화죠.
이 이야기가 현대의 어느 평범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바로 한국 추리 소설의 대가, 서미애 님의 『여우누이, 다경』에요.
평온하던 정환의 가족에게 비보가 날아들어요.
절친했던 친구 부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죠.
장례식장에서 혼자 남겨진 친구의 딸, 다경은 정환에게 매달려요.
결국 정환은 아내 세라의 간곡한 바람과 다경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게 돼요.
하지만 다경이 들어온 그날부터, 가족들의 공기 속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죠.
소설은 다경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각기 다른 심리 묘사가 압권이에요.
(정환) 친구에 대한 의리로 다경을 데려왔지만, 왠지 모를 위질감과 불편함을 느껴요.
(세라) 딸을 간절히 원했던 그녀는 다경을 친딸처럼 아끼며 집착하기 시작해요.
(첫째 민규) 과거 여행지에서 다경과 얽힌 사건 때문에 그녀를 극도로 경계하고 서먹해해요.
(둘째 선규) 동갑내기 다경과 묘한 경쟁과 유대 사이를 오가요.
여우는 정말 누구인가?
고전 설화에서는 다경이 명확한 악역이지만, 소설은 독자를 끊임없이 헷갈리게 만들어요.
다경이 영악하게 가족을 이간질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가진 각자의 트라우마와 이기심이 다경이라는 거울에 반사되어 터져 나오는 것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상당하죠.
집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공포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이 다경의 등장 이후 의심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돼요.
저자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체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죠.
현대판 잔혹동화의 매력
익숙한 설화의 모티프를 현대적인 서스펜스로 치환하는 솜씨가 대단해요.
‘내 곁의 사람이 사실 괴물이라면?’이라는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리죠.
‘가족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성벽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여우누이, 다경』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위선과 욕망이 어떻게 소중한 것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수작이에요.
서늘한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 또는 고전의 색다른 변주를 보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해요.
😍 오팬하우스(한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