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격 없는 우정 - 경계를 허무는 관계에 대하여
어딘(김현아)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요조앤 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격 없는 우정>
친구의 자격은 무엇일까요?
나이가 같아야 하고, 사는 형편이 비슷해야 하고, 관심사가 일치해야 할까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친구라는 관계에 수많은 자격 요건을 달아두고, 그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안도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딘(김현아) 님의 <격 없는 우정>은 그 견고한 울타리를 사뿐히 뛰어넘어, 세상 만물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나의 세상은 얼마나 비좁았던가?’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에요.
이 책은 단순히 친구 사귀는 법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나이, 성별, 국적, 심지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죠.
저자는 이슬아, 하미나, 양다솔 등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핫한 젊은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 스승으로 유명해요.
하지만 책 속에서 느껴지는 그는 권위 있는 선생님이 아니에요.
저자는 제자들을, 그리고 여행학교 로드스꼴라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우주로 대하고 있어요.
서로의 상처를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저 묵묵히 목격해주고 견뎌주는 관계.
저자는 이를 동지라고 부르죠.
나이 차이가 나도, 살아온 배경이 달라도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에 있음을 깨닫게 해요.
이 책의 시야는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저자는 관계의 확장을 어스십(Earthship)이라 명명하죠.
늙은 반려견과 깊은 교감, 여행지에서 마주친 자연, 이주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과 나누는 연대까지.
저자의 우정은 지구 전체로 뻗어 가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 올린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자의 문장은 참 솔직해요.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에 오히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요.
문체는 사뿐사뿐 가볍게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묵직한 온기가 마음에 남죠.
관계에 지쳐 동굴로 숨고 싶을 때, 혹은 내 곁의 사람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 이 책은 ‘먼저 곁을 내어주면, 기적 같은 우정이 시작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듯해요.
<격 없는 우정>은 좁은 관계망 속에 갇혀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에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 혹은 매일 마주치지만 인사 한 번 제대로 건네지 못한 이웃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어요.
내 세계를 조금 더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이 따뜻한 우정의 기록을 추천해요.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클랩북스 @clab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