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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이 책은 나의 역사적 지식에 대한 인지적 2%의 목마름을 해결해준 책이었다.
조선의 역사는 TV드라마를 통해 반복적으로 다루어져 정확한 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드라마가 제공하는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양 받아들인 부분이 많았다. 드라마 속 역사는 팩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조선의 역사에 대해 물음표를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찾아낼 만큼의 열정이 부족했는지 어떤 사료를 찾아보거나 하진 못했다. 그저 역사 관련한 이런 책을 통해 운 좋게 나의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겨우 찾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책은 총 50개의 항목으로 질문거리를 정하고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맘에 들었던 부분은 이 책의 독자라면 한번쯤은 봤을 법한 TV 역사 드라마를 이야기의 중심 줄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왕세종, 이산, 왕과 나, 홍길동전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지 책의 내용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이런 이유에서 인지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이 책에서 다룬 내용 50개 중에 내게 흥미로웠던 주제 10개정도만 이 곳에 적어본다면,
1. '청백리 신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정승이 역사적 사료에서는 뇌물도 곧잘 받았다고 한다.
2. 조선은 뛰어난 외교정책 때문에 망했다?
-> 고종은 여러 열강을 조선에 끌어들임으로써 그들의 세력균형으로 독립을 꾀했다.
고종은 흥선대원군이나 명성황후로 인해 나약한 군주로 인식되어 왔는데 외교정책에 있어서 그의 적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3. 조선은 황제의 나라였다?
-> 황제라는 칭호가 그 시대에는 별 의미가 없어, 국가로서 체계를 갖춘 나라의 왕은 황제라고 불렸다.
4. 고려 복원 세력 정말 있었을까?
-> 고려 복원 세력이 잔존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조선의 태종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료를 바탕으로 대왕세종에서 다룬 것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5. 연산군 때 한글 금지령이 내렸다?
-> 연산군의 폭정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비난하는 익명의 글이 한글로 쓰여 졌다고 하여 한글 금지령을 내린 부분에서 조금은 유치하게까지 느껴졌다.
6. 역사 연도 계산에 오류가 숨어 있다?
-> 역사는 음력으로 계산되어 있고, 우리 일상생활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여 역사 연도의 오류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병자호란은 1636년이 아닌 1637년이라고 한다.
7. 성종과 어우동 스캔들의 진상은?
-> 어우동과 성종은 만난 적도 없다고 한다. 성종이 어우동에게 여느 형과 달리 극형을 명 하여 세간들 사이에서 뭔가 성종이 거리끼는 것이 있지 않았냐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스캔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8. 세도정치의 원조 홍국영, 얼마나 대단했나?
-> 드라마 속 홍국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정조를 무시한 행동과 여색에 빠졌다는 기록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9. 황희는 '줄타기의 달인'이었다?
->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 양녕대군에서 충녕대군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줄을 잘못 섰지만 곧 다른 줄로 잘 옮겨 탔다.
황희 관련 부분에서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역사해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는 황희가 두루 뇌물을 거절 않고 받았다는 점에서 원만한 성격을 지녔다고 기록하고 있지 만, 현재의 역사가라면 황희를 과거처럼 좋게 기록하진 않았을 것이다.
10. 장영실, 정말 반체제 인사였을까?
-> 장영실에 있어서 정말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세종 때 발탁된 것이 아닌, 태종 때 발탁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겨났다. 과연 조선시대 쓰여 진 사료는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역사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패배자, 승리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여러 역사자료에 공통적으로 기입되는 부분들은 믿을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조건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옳지 못함을 경고했다. 마치 황희처럼...
새삼 역사기록의 객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