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혁명 - 로렌스 시선집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내가 표현하는 백두산 천지가 하늘과 땅이 맞닿은 신비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곳이 흔히 볼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로렌스는 모를 것이다.
또한 내가 표현하는 오두막에서 먹는 수박, 옥수수가 그냥 먹는 음식의 나열이 아닌,
정감어린 시골 풍경을 표현하고 하는 것임을 로렌스는 모를 것이다.

분명 나도 로렌스의 시를 읽으며 그랬으니까.
로렌스가 말하던 이자르 강이 어떠한 곳인지 모르고,
그가 말하는 용담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사랑, 자연, 신 등' 시 전체를 아우르는 이 주제들은 세계 어느 누구도 다 이해 할 수 있는 보편적 것들이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시 구절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외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그와 함께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눴다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만 같았다.
물론 동일한 소재라도 여러 시인이 자신의 주관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표현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다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인이 다시 재해석 해낸 소재를 다시 그 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재재 해석하게 만드는 것이 시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시를 읽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난 그부분에 실패했다.
그 실패한 이유를 나름 찾아 낸 것이 바로 앞부분에 서술한 문화의 차이다.
시인 신동엽이 표현한 풀잎이 그 시대적 배경,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 일제에 억압당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민족의 저항을
의미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지만, 그런 배경문화를 모르는 다른 문화의 사람이 읽는 다면 어떻게 해석할 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이 시집은 시인 로렌스가 26년간 써온 시들을 엮어 만들어 어린시절, 청년시절, 장년시설의 인생 전반을 통해 고민했을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한 가족 안에서의 자아와 그 주변인들의 모습, 운명적 사랑과 그로인한 기쁨과 고난과 슬픔, 대자연의 존엄함과 찬미, 사회라는 제도 안에서의 인간 갈등과 혁명, 이 세상 모든 것을 관장하시는 신의 형체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가 전개 되고 있다.
단편의 시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마침내 하나의 로렌스 장편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엔 앞 표지에 그려진 로렌스의 시선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는데
소설을 다 읽은 지금에는 로렌스가 다시 나에게 되묻고 있는 듯 생각이 들었다.
"넌 어때?" 이런 식...
아직 그 답변을 찾지는 못했지만..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좀 더 단어 하나 하나 내 마음에 와닿고, 쉽게 이해 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공통분모가 로렌스와 나에게 조금만 더 있었다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며 시를 읽는 동안 좀 더 의미있는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맨 뒤에 번역하신 분께서 적어놓으신 글을 읽으면서 이 전체의 시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렌스 그 개인의 삶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는 분들께 꼭 뒤 부분까지 읽기를 바라고 싶다.
그리고 만약 나처럼 읽는 도중에 너무 읽기 힘드시다면, 먼저 그 부분을 읽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그 작가의 삶을 알고 나니 솔직히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시들이 나에게도 몇몇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 내게 하나의 진리의 찰나를 선사한 로렌스의 시 한편을 옮겨 적으며 끝맺겠다.

 

진정한 사랑
자기 도취에 푹 빠진 멋진 청년이
역시 자기도취에서 헤어나지 못한 예쁜 아가씨를 보고 전율했다.

자기애에 빠진 그 귀여운 아가씨
고개 돌려 그 멋진 청년 보고서 마찬가지로 전율했다.

그는 그 점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의 자신에 대한 몰입은 나 못잖군
나 기어이 저 여자의 자기 탐닉을 깨고
그녀가 내게 관심을 갖도록 하고 말리라.'

그녀는 그 점에 전율을 느꼈다.
'그의 자신에 대한 몰입은 나보다 훨씬 강렬한 걸!
나보다 강하다니! 이것 참 웃기는 일이군
나 자기도취에 빠진 삼손을 과연 홀릴 수 있을까 시험해 보리라.'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아부했다.
결국 그들은
신경분열자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관심을 반반 나누어 자기와 상대를 보는 거에서 막상막하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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