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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쿰부 트레킹
법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한 여름 더위 속에서 시원한 눈 산을 느껴볼 수 있어 참 행복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저자인 스님의 산행을 함께 하면서 철학적 사유 또한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특정 종교가 없기 때문에 주제가 흥미롭고, 내용이 흥미롭다면 종교 구분 없이 책을 읽는 편이다. 특히 동양 철학의 서적은 특정한 신을 논하지 않고, 일반적인 자연의 이치를 논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대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읽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내 삶의 가치관과 일부분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좋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읽는 동안 대 자연의 섭리 속에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저자와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여행서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사진 컷들이 많이 실려있어 나를 그곳에 함께 존재하게 만들었다. 멋진 자연 속에서 저자와 함께 걷고, 대자연의 위대함을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그 곳의 맑은 기운을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은 총 14일의 여정을 중심으로 내용이 목록화 되어 쓰여져 있다. 그날 그날의 여행 일정 또한 소제목으로 적혀져 있어 마치 계획된 여행을 하듯 안정적으로 저자를 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제목만으로 그 곳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조금 전 읽었던 곳과는 어떤 다른 느낌일까 하는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본문을 흥미롭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책의 첫 시작은 그야말로 여행의 첫 시작이었다. 일정에 조금 뒤쳐져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인간을 초월한 힘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저자가 일정에 맞춰 비행기를 탔다면, 추락한 비행기 속에 저자가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운명을 마치 누가 정하고 조정한 듯한 신비한 느낌과 함께 어찌 됐건 운명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여행 지에서 처음 만난 여인은 사진을 통해 그 곳의 정취를 물씬 풍겨 내고 있었다. 한국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인의 순수한 매력이 그 곳만의 순수한 매력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후 만난 젊은이. 저자와 여행 일정을 내내 함께 하며 여행을 도와줄 짐꾼인 젊은 청년을 만나게 된다. 히말라야를 통해 꿈을 찾고, 그 꿈을 쫓아 사는 환한 미소를 지닌 멋진 청년이었다. 이렇듯 저자는 여행 지에서 만난 인연을 중요시 여기며 정성껏 사진과 함께 글로 적어 옮겼다. 저자의 글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고, 그들을 통해 내가 작아지고 겸손해짐을 느끼며, 삶에 대한 진실한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인연이라는 것을 사람에게만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으며 만난 꽃들과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노을, 달빛에게서도 그 정성어린 마음은 한결같았다. 나 자신이 걸으며 산책하는 것을 즐기고, 그 동안에 바라보는 자연 풍경에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지니려고 노력해서 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
글과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 준 저자에게 고마웠고, 무심코 지나칠 자연을 고마워하고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저자를 만나 함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이 여행의 목적이었던 대자연, 히말라야를 정복하고자 했던 저자와 나에게 자연은 무엇을 보여주었고, 무엇을 허락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자 했는지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 존재의 본연적 특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 스스로 겸손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예전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들을 읽고 가졌던 그런 사색의 시간들을 다시금 이 책을 통해 기분 좋은 글과 사진으로 여유롭게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서점에 가서도 여행 책자에만 눈이 갔다. 또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며 이 책이 준 그런 감흥을 또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너무나도 느낌이 전문적이었다고 할까? 물론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했다. 하지만 꼭 여행 서를 읽는 것이 그 곳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어 일 수도 있는데 그 점을 망각한 여러 여행 서들이 많았다. 이 책 안에서도 저자의 그런 비판이 실렸지만, 어찌 됐건 이 책이 내게 준 히말라야의 느낌과 견줄 만한 여행서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다시 히말라야를 향해 걷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