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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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를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만든 <기탄잘리>. 시집을 생각하면 이 말이 떠오른다.  "고전이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작품". 우리니라 독자에게도 타고르는 대문호이자 유명한 시인이다.  동양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수상자이자 직접적인 인연도 있다. 언론인 이태로에게 남긴 짧은 시 덕분이다. 주요한 작가가 번역하였다.

 

 

 아시아의 황금기에

 그 등불지기 중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네.

 동방의 밝은 빛을 위해

 (p. 241)

 

 

마침 류시화 시인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언젠가 TVN <비밀독서단>이란 프로그램에서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편을 시청한 후에 시인을 다시 봤다. 패널로 나온 조승연 씨가 인도 신화를 근거로 시집을 해석했는데 그 관점이 신선하고 깊이 있게 다가왔다. 시집을 다시 읽었다. 류시화 시인은 단순한 서정시인을 넘어 구도의 시인으로 뇌리에 남았다. 

 

 

 

류시화 시인은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어떻게 한글로 옮겼을까. 궁금했다. 구도자적 관점에서 영성이 깃든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했으리란 기대감이 들었다. 류시화 시인의 손을 거쳐서일까. <기탄잘리>는 평이한 언어로 쉽게 읽힌다. 반면에 두세 번 읽고 곱씹을만큼 울림이 있다.

 

 

<기탄잘리>. '기트'는 노래고, '안잘리'는 두 손에 담아 바친다는 뜻이다. "노래의 바침'이다. 안타깝지만 벵골어 원전이 아닌 영문 번역판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영문판은 뱅골어판 <기탄잘리>에서 53편, 그 외의 시집에서 50편을 선별해 타고르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총 103편의 시들은 대체로 'thou'를 예찬한 내용이 많은데,  'thou' 는 영문 구어로 'you'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김억이 '주님', 오천석이 '님'으로 번역하였고, 정지용은 김억이 남긴 기독교적 분위기를 빼고 한층 문학적으로 옮겼다는 평이다. 류시화 시인은 '당신'으로 번역한다.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기탄잘리>에서 광범위하게 인용)

 

 

시에서 '당신'은 궁극적 자아이자 무한한 존재, 절대자로 볼 수 있다. 물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시상은 우리나라 저항 시인 한용운에게 영향을 미쳤다. 짐작하였으리라 예상된다. 바로 <님의 침묵>에서 "님"이다. 시집은 이러한 "당신"에 대한 동경과 찬미, 그와 대조적인 인간 삶의 유한성과 굴곡에 대한 관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용운 시인의 시집 <님의 침묵>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겐 특히 추천해 본다. 반면에 이같은 주제 의식은 인도 전통 사상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순히 <우파니샤드>에 브라만(궁극적 실체)과 아트만(개별적 참 자아) 개념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끝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기뿜입니다.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p.11)

 

 

타고르는 조국 인도가 영국에 점령돼 직할식민지로 전락한 시대를 살았다. 서구권과 일본에 유명세를 얻어서 하버드 대학교 등 각종 강연과 문예 활동을 하였지만, 명성만큼 만만찮은 비난을 겪었다. 일본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1915년 영국에서 수여한 작위를 거부하여 영국인에게 비난을 받았다. 인도에선 '시인'을 '카비'라고 부른다고 한다. '카비'는 '신과 인간 사이에 위치하는 선지자'를 뜻하는데, 카비의 영혼을 가진 타고르에게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편협한 민족주의는 좌시할 수 없는 병폐였을 것이다. 쏟아지는 찬사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을지언정 거부해야 할 광기였을 것이다.

 

 

누구에겐 잊혀진 고전, 동양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으로 기념비화되었지만, 여전히 뱅골 지방에선 그의 시가 노래로 불리며 역동적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가(國歌) 가사로 쓰이고 있다. 이번에 류시화 시인의 번역을 통해 생동하는 <기탄잘리>를 만날 수 있었다.

 

 

시집은 타고르가 엮은 103편의 산문시와 예이츠의 서문, - 예이츠는 타고르를 서방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 이해를 돕기 위해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 주한 인도대사의 추천사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노벨상 수상작인 영문판 시도 수록했다. 시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면 먼저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먼저 읽어보면 좋다. 타고르의 인생 궤적을 알고 작품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타고르의 생애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 삽화와 함께. 기존의 번역본도 있지만, 이번 류시화 번역본은 특히 독자에 대한 작가와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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