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말하기 - 예일대가 주목한 말하기 교과서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희수 옮김 / 토트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역주행 베스트셀러 도서 강원국 씨의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어보면,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 사회 리더에게 중요한 자질로 글쓰기와 연설력을 꼽는 발언을 자주 하였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과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누구라도 필요하다. 특히 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발언, 연설력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비문이 난무하고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내용. 거기다 대필 논란까지. 안타깝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철학이 다시금 각광받는 이유다.

<힘 있는 말하기​>가 출간되었다. 청중을 리드하고 설득하는 말하기의 힘이란 어디서 나오는가.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털 명예교수는 영국 언어학 분야 석학이다. 단순히 자기계발 차원을 넘어서 언어학적 지식을 토대로 깊이 있는 스피치 연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여겨 볼만 하다.



달변이란 무엇인가. 대체로, 유창성, 개성, 시의적절함, 높은 수준, 명료함, 청중에게 반응하기, 기억에 남는 내용 등을 들 수 있다. 하나 더 달변이라 함은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시대 철학자들, 키케로, 마르쿠스 파비우스 퀸틸리아누스부터 내려온 수사학의 다섯 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착상(인벤티오) : 말하고 싶은 것을 골라라.

배열(디스포시티오) : 어떤 순서로 말할 것인지 정하라.

표현(엘로쿠티오) : 어떤 식으로 말할 것인지 선택하라.

암기(메모리아) :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외워라.

발표(프로눈티아티모) : 이제 말하라.



결국 주어진 시간적 한계 내에서 위의 5대 원칙을 어떻게 발휘하는가가 수사학의 핵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 가지 방법을 더한다. 로고스(말, 이성에 호소), 에토스(성격, 강연자의 권위), 파토스(번민<감정과 동정심에 호소)를 든다. 많은 스피치 기술이 발전했지만, 기본적으로 달변은 이 세가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책 광범위하게 참조)



<힘 있는 말하기>는 수사학의 기본 원칙에서 출발한다. 기본 요소를 살리기 위한 논법, 억양과 강약 조절, 특히 대가들의 스피치 비결을 그들의 연설문과 함께 담았다. 1. 암기 전략, 2. 3의 법칙, 3. 무게 조절, 4. 언급 순서, 5. 변화 도입, 6. 계획된 즉흥성, 그리고 분당 언어 수 등 자연스럽게 들리는 말하기 기법 등이다. 그 중에서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대행진 연설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예스, 위 캔!"으로 유명한 선거 승리 연설은 따로 전문을 실었다.



기본에 충실한 책이다. 수사학의 5대 원칙을 어떻게 살리는가가 달변의 핵심이다. 언어학을 연구한 학술적 성과를 담아서 무게감이 있다. 기본서 역할에 적합하다. 반면에, 영어권 교수의 책인지라, 발성과 억양, 예시문이 영문 연설로 이루어져 있다. 셰익스피어 희곡이 가진 효과적인 음율법은 영미권 독자에겐 매력적이겠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싶은 한국어 독자에겐 생경하게 느껴지겠다. 물론 음절 활용법 등은 영어권 화자가 아니라도 활용 가능한 팁이다. 오랜만에 수사학과 언어학의 기본에서 출발한 스피치 서적을 만나서 반갑다. 단순히 스피치 기술 향상뿐 아니라 수사학과 영어 말하기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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