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트렌드 - 한국 소비자, 15년간의 변화를 읽다
최인수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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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전망 서적을 처음 읽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자주 보고, 신문도 심심찮게 읽는다. 무엇보다 유행에 관심이 없다. 직업이 마케팅, 소비자 수요 분석이면 모를까. 단순히 저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주장에 부합하는 통계 자료를 넣은 책이겠거니 해서다. 그러나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전망하면서 주요 트렌드를 키워드로 만들고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파악이 가능했다. 선입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경에서 나온 <2017 대한민국 트렌드>, 부제 '新 개인의 탄생, 리얼리티, 탈권위에 주목하라'를 접했다. 책에 따르면, 한국 사회 소비자들은 정보를 적극적, 능동적으로 찾으면서 '가성비'에 민감한 소비 습관을 형성하고 있고, 점차 정보 전달자나 발신자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다음으로 '자존의 욕구' 결핍이다. 매슬로우 욕구 8단계(기본적인 5단계를 세분화한 구조) 중 자존에 대한 욕구(성취, 안정, 존경, 능력)를 채우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전망한다.



이를 바탕으로 5가지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한다. '가성비', '희소성vs대중성', '리얼리티', '조직 문화 vs  감정', '공동체 붕괴'다. 가장 중요한 근거는 나홀로족의 증가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가성비를 위해서라면 노브랜드를 마다치 않고, 혼밥족을 위한 간편 산업이 인기를 끈다.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희소성을 추구한다. 반면에, 가성비 사고는 여기서도 발휘된다. 대중이 희소성에 접근하기 쉽도록 마케팅이 진행된다. 샤넬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언어도단이지만 대중친화적인 희소성이다.



리얼리티 추구도 마찬가지다. 나홀로족. 공동체 욕구는 있지만, 개인 생활이 편하고 서로간에 연결망이 느슨해졌다. 마음을 터놓기 어렵다. 내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결속감을 찾는 방법.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다. 타인의 생활, 진솔한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고 공동체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추세는 방송가에선 이미 식상할 정도다. '1박 2일', '무한도전' 등을 비롯하여, '나혼자 산다' 혹은 먹방 열풍도 1인가구, 혼밥족을 위한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타인의 SNS에 올라온 일상을 구독하는 행동도 마찬가지겠다.



결국 가치관의 변화는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붕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처럼 국가 안전에 대한 불안감, 금수저 vs 흙수저로 대변되는 사회계층의 공고화, 사회신뢰도 감소 등으로 '헬조선'이란 용어가 대두되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사고방식이 변하고 1인가구가 증가하는 기저에도 가치관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2017 대한민국 트렌드>를 읽으면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는 고독한 군중을 넘어서 SNS로 느슨히 연결된 고독한 개인 사회로 이행한 듯하다. 각종 심리치유 에세이로 위로받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한다. 반면에, 지금도 어둠을 밝히고 있는 촛불집회는 여전히 공동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온 공동체에 대한 정의감, 시민의 덕성이 돋보였다. 문화적으론 개체화가 진행됐지만,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는 촛불을 밝히며 대한민국에서 아고라 광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가 이루어져서 2018년 트렌드 키워드로 정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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