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페미니스트 여자의 몸을 말하다
문현주 지음 / 서유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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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월경은 틀림없이 부럽고도 자랑할 만한, 남성적인 일이 될 것이다.(...)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 생리통을 더 많이 연구할 것이며 생리대는 연방정부가 무료로 나눠줄 것이다."(글로리아 스타이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재인용, p.8~9)



영화 <히스테리아 (Hysteria, 2011)>가 떠오른다. 바이브레이터 역사를 다룬다는 소개에 혹해서 CGV 아트관에서 관람했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주성을 조명하였다. 정신질환 히스테리의 어원은 여성 자궁인 히스테라에서 기원한다. 닥터 모티머 그랜빌은 상류 여성층의 히스테리 증상 치료로 명성이 자자한 병원에 취직하여 이름을 떨친다. 그 치료법이란 여성에게 오르가즘을 제공하는 것.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루나 닥터 그랜빌은 손에 마비가 온다. 고심 중에 손기술을 대신할 만한 갖가지 도구를 만들어낸다. 이른바 바이브레이터. 그는 병원장 딸인 샬롯을 만나게 된다. 자주적이고 성 평등을 외치는 그녀가 정신질환자가 아닌 당당한 한 인격체임을 인정한다. 결국 재판장 참고인으로 피고인 샬롯에 대한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밝히고 자주적 여성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증언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는 번영과 동시에 보수적인 사회였다. 프로이트가 성 에너지에 천착했던 기저에 당시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많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성적 문제, 고유의 질병이 제대로 조명될 리도 없고, 도리어 자궁은 히스테리 질환을 유발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닥터 페미니스트 여성의 몸을 말하다> 저자 문현주 한의사는 "여성과 남성은 세포 단위에서부터 차이가 많"다고 한다. 같은 질병이라도 성별에 따라 예후와 증상 차이가 난다. 반면, 의학 연구 샘플과 대상은 남성에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의학의 혜택에서 소외된 것이다. "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gender-specific-medicine)"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성(sex)뿐 아니라 사회적 성(gender)까지 고려한 관점이다.



책은 월경과 임신, 출산 같은 여성이 생애주기별로 겪는 몸 이야기, 고통을 유발하는 이유 등을 상세히 담았다. 남자인지라 월경통에 관심이 생겼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니 공감까진 아니라도 이해는 해야지 싶다. 사회적 성 차이를 알아가는 데 생물학적 성 차이가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월경은 단지 자궁과 난소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몸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이 서로 밀고 끌고 협력하고 간섭하면서 발생하는 생리현상입니다. 특히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이어지는 내분비계는 월경의 핵심축이지요."(p.38) 자궁근종, 자궁내막증뿐 아니라 몸의 조화가 깨어지면 월경통이 심해진다. '질병 없는 아픔'의 대표적 사례라니 여성으로선 답답할 일이다.



<여자의 몸을 말하다>는 섹스, 임신과 출산, 모유수유, 산후조리 주의점, 갱년기까지 여성과 관련된 전생애를 다룬다. 10대 딸에게 이야기하듯 진행하여 남성 독자가 읽기에도 수월하다. 남녀의 몸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젠더 이해와 상통한다. 저자가 닥터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이유겠다. 한편으론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터부시되었던 여성 의학 담론을 읽을 수 있어서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녀는 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이 다를 수 있는데, 남성 통증과 가까운 증세를 보이는 여성 환자 치료가 잘 이루어진다는 현실, 되새겨 볼 이야기다. 한의학에선 여성은 자궁을 포함하여 육장육부라 할 정도로 자궁의 역할을 중요시하였고, 옛부터 여환자 한 명을 고치는 것이 남자 열 명 고치기 어렵다고 하였을 만큼 남여 성차이를 고려한 의학이 발달하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월경통을 겪는 환자가 한의원을 내방하는 이유다. 저자가 성별 차이를 고려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나아가 사회적 성 의학 담론까지 고려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한의학적 시각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2차 성징을 시작한 딸에게, 혹은 여성 질환을 앓거나 생애주기별 몸 담론을 알고 싶은 성인 여성에게, 의학계에서 젠더 담론을 이해하고픈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여성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남성 독자에게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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