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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평점 :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 소설이다. 미국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였다. 데이빗 핀처 감독, 벤 에플렉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원제는 <Gone Girl(사라진 소녀)>였고 나름 함의가 있었지만, 한글 제목 또한 잘된 의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닉과 에이미 부부는 뉴욕에서 잡지사를 다니던 작가였다. 그러나 전업 작가 시장은 불황이 지속되고, 닉은 해고당한다. 대도시에서 고향 미주리로 이사온 그들. 나름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혼 5주년 에이미는 갑자기 사라진다. 경찰은 남편 닉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언론은 실종 사건에 주목한다. 닉은 에이미가 남긴 단서로 행방을추적한다. 갈수록 사건 정황과 증거들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언론은 스포트라이트 포화와 비난을 던진다.
에이미는 단순한 주부가 아니었다. 부모는 딸을 모티브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동화 시리즈로 막대한 성공을 거뒀다. 아동 스테디셀러 실제 주인공. 전국 독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그녀가 결혼 생활 중에 실종되고, 남편은 살인 혐의자다. 언론과 대중은 시선을 집중한다.
그녀는 일기를 남겼다. 남편은 해직 스르레스로 아내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섹스마저 마음 내키는대로, 강압적으로 이뤄진다. 에이미는 고통스러운 기록을 적어나갔다. 닉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언론 플레이로 동정 여론을 받기 시작했는데, 경찰이 일기를 공개하자 다시금 혐의는 짙어지고 비난이 쇄도한다. 과연 에이미는 살인당했을까. 실종됐을까. 진실은 무엇인가. 스릴러다. 잔인한 묘사는 없지만 긴장감은 대단하다.
소설은 닉과 에이미가 살아온 성장 환경, 성격과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평범한 부부란 겉모습 이면에 반전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삶이다. 닉은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처세를 배웠다. 갈등을 회피하는 법. 어색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 습관. 닉은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내면은 성장기 트라우마와 소극적인 성향이 박혀 있다. 에이미와 연애 당시, 그녀가 가진 완벽주의에 맞추려고 노력하였다. 결혼은 현실이었다. '어메이징 닉'이 될 수 없었고 지쳐갔다. 도피처를 찾았다. 미주리 지역 대학에서 강의하던 중에 만난 여학생과 불륜을 저지른다.
에이미 부모는 딸에게 이상적인 소녀 '어메이징 에이미' 역할을 요구했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완벽한 소녀를 연기했다. 인기녀였지만 주변 친구에게 알게 모르게 군림하였고, 사소한 무관심을 보이거나 그녀의 결함을 알게 되는 순간,에이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어메이징 에이미'가 가진 극단적인 반면을 드러냈다. 복수다. 자신은 철저하게 희생자 역할을 맡고, 정작 피해자는 가해자로 낙인찍힌다. 오명과 처벌을 받는다. 사람들에게 에이미는 억울하고 가련한 피해자였다. 에이미의 '어메이징'함은 완벽한 소녀 겉치장 속에 내재된 냉정하고 소시오패스적인 기질이었다.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면서 결혼 생활에 의문을 던진다. 연애는 낭만이고 연인을 만족시키는 페르소나를 유지할 수 있다. 결혼은 현실이다. 배우자가 가진 치명적 결함, 알지 못했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순간. 과연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알아갈수록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서로를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역설이 일어난다. 톱니바퀴는 삐걱거리며 돌아간다. 소설은 영화보다 주인공이 가진 배경, 심리를 자세하게 드러낸다. 개연성을 더한다. '어메이징'한 소설이지만, 놀라운 사건은 그들의 성격, 사소한 과거로 치부되었던 아물지 않은 이야기들이 원인이었다. 티끌들이 모여서 '어메이징'한 구덩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스릴러는 긴장감과 함께 부부 관계에 묵직한 함의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