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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 -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한 자존감 연습
슈테파니 슈탈 지음, 김시형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왜 중요한 상황에서 말문이 막히고, 나중에야 논리적으로 반박할 말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고 이불을 걷어찬다."
"나는 순간순간 위축되고 남들보다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
"나는 상대방에게 예의 있게 대하고 헌신했는데, 상대방은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남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거절을 못 하고 나중에 속앓이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인간관계에서 항상 손해를 보는 것 같다."
"과거에 잘못한 것, 혹은 부끄러운 일들이 떠올라 죄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괴롭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되고 남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주도권을 양보해야 안심이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고 삶이 행복하지 않다."
혹은 반대로,
"나는 남들이 나를 깔보면 화가 치민다."
"나의 약점을 건들면 복수해야 직성이 풀린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위나 겉모습에 치중한다."
사람들과 깊이 있는 속마음을 나눌 때,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고민 글을 읽을 때 자주 접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자존감 부족이다. 겉핥기로 아는 이들은 단순히 자신감이 부족하다,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잘 받는 예민한 성격이라고 치부한다. 쉽게 내뱉는 조언으로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자존감은 삶의 방향과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존감이 부족하면 남의 삶을 사는 것 같고 불안감과 피로감에 젖어 있다.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 나아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는 자존감에서 시작하여 자존감으로 끝난다.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그만큼 깊이가 있다. 자존감 부족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불안 행성'으로 규정하고, 자존감이 충족되고 행복과 여유가 있는 반대 상황을 "확신 행성"으로 표현한다. 책은 독자를 불안 행성에서 확신 행성으로 도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여정은 체계적인 목차를 따라간다. 먼저 자존감 부족의 증상들을 'part 1 : 인식'하고, 'part 2 : 원인'을 살펴본 다음, 본격적인 'part 3 : 치유'와 일상생활에서 훈습 과정인 'part 4 : 연습'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정신분석 치료가 연상된다. 무엇보다 자존감 부족에 시달려 왔던 독자라면, '인식' 부분에서 마치 자기 이야기를 읽는 듯 공감을 하며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자존감 부족은 스스로 진정 원하는 삶을 방해한다. 애초에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회의와 증오, 불안감을 항상 느낀다. 원하는 목표 대신에 엉뚱한 노력으로 삶을 허비하기 일쑤다.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평화주의자'와 '욱하는 성격'. 평화주의자는 갈등을 회피하고 남의 요구에 순응한다. 자기가 초라한 만큼 남들은 커 보인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배려심 있지만, 내면은 불안하고 삶이 버겁다. 결국,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고 관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는다면, 남탓보다는 스스로 자존감 부족을 성찰하고 교정해야 한다. 반면에 욱하는 성격은 공격 지향적이다. 평화주의자가 나를 지키기 위해 순응했다면, 반대로 상대방에게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겉치장을 좋아하고 허세를 부리는 나르시스트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되는데, 특히 부모와 애착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자존감 부족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과 성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 채 통제할 수 없는 부적절한 상황에 놓인 아이가 자기를 지키는 방편으로 부모의 눈치를 보고 순응, 혹은 반항하면서 자존감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자랐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자존감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인생이 억울하고 안타깝다.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는 자존감 부족과 불안감에 떠는 '내면 아이'와 현재를 사는 '내면 어른'을 분리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자기 긍정으로 가는 연습, 내 감정과 권리를 인식하고 지켜나가는 방법,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인간관계를 능동적으로 맺어나가는 훈련법들을 소개한다. 그동안 남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이 부족했다면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무엇보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행복감을 맛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물론 머리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몸은 그대로다. 자존감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익숙하지만 고통스러운 '불안 행성'에서 낯설지만 보다 바람직한 '확신 행성'으로의 여정은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 점진적인 교정 과정을 한걸음씩 나가가는 동안 자존감이 점차 회복되고,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삶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한 자존감 연습', <심리학, 자존감을 부탁해>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