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 - 당신의 편견을 깨는 생각지도 못한 독서법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문지영 옮김 / 다온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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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 '당신의 편견을 깨는 생각지도 못한 독서법'이란다. 한편으로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금세 잊어도 좋다', '잘못 이해해도 좋다', '빠르게, 닥치는 대로 읽어라'  라는 표어들이 의심스럽다. 독서는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흡수하기 위한 활동이 아닌가. 처음엔 자기계발 위주의 책인 듯 싶은데, 저자 약력이 심상찮다.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는는 아흔이 된 일본의 노학자로, 명문 여자 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일본에서 '지知의 거인'으로 불릴 정도로 명망 있는 지식인이라고 하니, 허투루 하는 조언은 아닌 듯싶다.

저자는 난독(亂讀)을 권한다. 사전적 정의는 "책의 내용이나 수준 따위를 가리지 아니하고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마구 읽음"이다.  옛부터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했고, 여러 명사는 양서를 되풀이해서 읽기를 권하는데, 오히려 난독을 지향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독 위주의 독서 신앙은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단순히 지적 창고형 인재를 만들 수 있다. 내용을 전부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읽는 진도가 더뎌진다. 만만히 보던 책도 속도가 줄어들면 재미가 없어진다. 독서는 해야겠고, 독서 자체의 관심은 줄어드니 특정 분야를 편독하게 된다. 그리고 지식 습득에 치중하다 보면, 머릿속에 든 것은 많아지는 반면 오히려 사고력은 둔감해지는 역효과를 낳는데, 저자는 이를 '지적 메타볼릭 증후군'으로 일컫는다. 대사증후군처럼 지식으로 사고가 막혀버리는 부작용이다. 사고력 증진을 위해서는 차라리 망각이 유용하다고 할 정도다.

난독의 장점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으면 독서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 굳이 전부를 이해하려는 강박 없이 자연스럽게 읽어나가는 가운데, 내용을 나름대로 융합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치 여러 권을 속독하다가 갑자기 책들의 핵심이나 관통하는 키워드,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는 경험은 여러 책에서도 다루는데, 저자는 이를 '세렌디피티'.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발견을 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독해가 어려운 원서의 문장, 혹은 철학 서적과 같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고심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속도로 읽어나가면서 오히려 뜻이 파악되기도 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고심하기보다, 앞 단어의 잔상들이 남아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다시 단어의  잔상이 이어지고 하나로 뭉쳐져서 뜻이 드러나는 경우다. 난독이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기존에 접하기 힘들었던 분야의 책들을 부담 없이 접근한다. 익숙한 분야의 읽기를 '알파 읽기'라고 한다면, 내용과 의미를 모르는 문장 읽기는 '베타 읽기'라고 이름한다. 난독은 베타 읽기의 장벽을 줄여주고 다양한 간 학문적 독서에 유익하다.

난독은 한마디로 하자면, 지식 창고형 독서법이 아닌 창조형 독서법이다. 마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책은 많이 봐서 아는 것은 많다. 하지만 사고력과 응용력은 꽉 막힌 인재 혹은 성적은 노력보다 안 나오는 인재가 창고형이라면, 난독을 통한 자유로운 세렌티피티, 베타 읽기로 간 학문적 통섭의 사고력을 지닌 인재가 창조형이며, 난독은 이를 지향하는 독서법이다. <나는 왜 독서가 힘들까?>는 실용적인 독법을 넘어,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노 지식인의 지적 철학을 응용하였다. 꾸준히 독서에 노력하지만, 사고력 증진과 같은 성과가 없어서 조바심이 나고 혹은 독서 권태기에 직면한 독자라면 한 번쯤 난독을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의 철학을 접하면서 지식에 대한 선입견을 근본적으로 바꿔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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