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감 - 역사 속 남자들의 활력 비전
정지천 지음 / 토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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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精力) 혹은 스테미너는 남성의 오랜 주제다. 남성은 중년에 접어들면 기력이 예전만 못해진다. 마누라 샤워하는 소리가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예전에는 한의원에서 정력을 보하는 약을 지어 마셨지만, 요즘은 홍삼, 하수오, 야관문 같은 약제나 자양강장식품을 찾는다. 부부관계만이 아니다. 중년 남성은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야 할 시기다. 집에서는 가장 노릇을 해야 하고, 자녀 교육 등 신경쓸 곳이 많다.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활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직접적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남성보감>은 남성의 건강과 활력 증진법을 소개한다. 저자 정지천 원장은 한의학 박사로,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의 '역사 속 건강법',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 중에 남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양생법을 엮었다. 특히 조선시대 옛 선인들의 건강 비결을 담았는데, 영조대왕, 다산 정약용, 우암 송시열, 퇴계 이황, 황의 정승 등 익숙한 인물들을 조명하여, 건강 지식과 함께 역사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과거 선비들은 나름의 양생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오랜 독서와 좌식 생활 속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의학 입문> 같은 한의서를 공부하고 약장(藥欌)을 마련해 두었다. 청년 시절 공부에 매진한 나머지 건강을 해친 퇴계 이황은 직접 의학서적인 <활인심방>을 저술하였다. 한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양생법을 터득하여 실천하였다. 양생법(養生法)이란 건강 장수하게 하는 생활 속의 실천방법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체력을 증강시켜 정력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p. 6)

조선 역대 임금 중에 가장 장수한 영조는 평소 소식과 잡곡밥 중심의 식사를 즐겼다. 연암 박지원의 반남 박씨 명문가에선 탈속반이라 하여 한번 찧은 거친 쌀을 먹었는데, 이러한 소식, 산해진미보다 거칠고 소박한 식단이 장수의 비결이었다. 당나라 명의 손사막은 식사는 자주 하되 자기 양의 70~80%만을 채우라고 하였으니, 저자는 탐관오리보다 청백리가 건강했던 이유가 소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체질에 맞게 나름의 건강식을 먹기도 하였다. 중봉 조헌은 부족한 살림에 보양식으로 양(소의 첫째, 둘째 위장)을 후학들과 나눠 먹었다. 요즘은 귀한 부위이나 당시는 비교적 저렴했다고 한다. 송시열은 삼대 야생 정력초로 불리는 구기자를 자주 먹었고, 성호 이익은 소식하는 가운데 콩 식품을 즐겨 친척들을 모아 삼두회(三豆會)를 조직했는데, 콩죽, 된장, 콩나물 등 콩음식을 먹으며 절식 생활을 하자는 취지였다. 추사 김정희는 녹차와 인삼으로 건강을 지켰다.


성생활도 빼놓을 수 없다. 적절한 성생활은 스트레스 완화, 면역 기능 증강, 질병 예방 및 노화 방지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실제 영조는 노년기에도 꾸준한 성생활을 유지하였다. 금욕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반면에, 무절제한 성생활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연산군은 노루 생식기 등 정력에 좋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으나, 최음제와 과도한 성교로 건강을 잃었고, 특히 철종은 성행위로 시름을 풀다가 방로상(房勞傷)을 얻고 단명하였다. 세종대왕도 성병을 앓았다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 책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임질은 아니었다고 밝힌다. 격무와 오랜 좌식 생활, 정신적 스트레스에 성생활도 왕성했으니, 전립선이 오래도록 충열되어 임증이 생긴 것이다. 책은 남성호르몬과 관련하여 내시들은 거세를 하였기 때문에 장수했다는 속설을 파헤치는데, 평소 궁금했던 독자라면 흥미롭겠다.


현대인들은 영양 과잉, 불규칙한 생활 습관, 스트레스로 인하여 각종 성인병과 대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옛 선인들이 소식과 검소한 생활을 통해 장수를 누렸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양생은 심리양생(心理養生)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황제내경>, <동의보감>, <활인심방> 등 다양한 한의서적에서 마음 다스리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성 원기와 활력을 더해주는한약과 약차, 제사음식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유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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