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플라톤 원저 / 생각정거장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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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번역된 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때 정의 열풍이 불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의식과 올바름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현상이었다. 서점가에서 열기는 식었지만, 정의는 동서고금의 화두다. 플라톤의 <국가>가 여전히 철학 고전의 반열에 올라 오래도록 읽히는 이유다. 정의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직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기원전 380~370년 플라톤이 대화편으로 엮었던 질문과 답변은 서양철학사의 원류가 되었고, 여전히 회자된다. "전통적 유럽 철학의 가장 안전하고 일반적인 정의는 그것이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평가다.


김혜경 교수의 <국가>는 원전을 쉽게 풀이한 해제본이다. 원전이 10권으로 나뉜 것처럼, 10장으로 분류하여 각 권의 내용과 해석을 정리하여 풀었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이라는 표어에 어울린다. 고전이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플라톤도 마찬가지다. 책에 나오는 사주덕(四柱德), 철인정치, 정체(政體) 비판, 영혼 삼분론, 동굴의 비유 등은 익히 들었지만, 암기 교육 위주로 익힌 것들이라 유기적인 맥락은 알 기회가 드물다. 저자의 풀이가 도움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국가>의 면면을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물음이다. <국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호흡 깊은 성찰이다." (p.8)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내세워 말한다. 정의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플라톤은 정의로운 삶이 실제로 왜 이로운지, 정의란 무엇인지를 국가 담론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에게 국가란 인간 영혼의 구조와 유사한 공동체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존립하기 때문에, 개인과 국가의 성립과 활동 방식은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 담론은 흥미롭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은 각자의 정의관을 피력한다. 저마다 "적절한 것으로 갚는 것.", 홉스의 사회계약론을 연상케 하는 "약자의 협약", 트라쉬마코스의 "강자의 이익" 등 현재도 논의되는 정의관을 주장한다. 기원전 400년 가까운 이야기가 고루하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란 덕이고 훌륭함이라고 논변한다. 구체적으로 국가 공동체의 예를 들어서, "자신의 것을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의 영혼이 이성, 기개, 욕구로 이루어졌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성향과 능력에 맞게 수호자(통치자, 전사). 생산자로 나눌 수 있고, 각자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공동체의 정의다. 통치자는 지혜를, 전사는 용기를, 생산자를 비롯한 모든 계급은 절제를 미덕으로 하여, 서로가 본분을 지키고 조화를 이룰 때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인의 삶도 영혼의 각 부분이 미덕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덕이고 훌륭한 삶. 바로 정의로운 삶이다.


이야기는 올바른 정치 체제 담론으로 나아간다. 과연 이러한 정체(政體)가 현실성이 있는지 반문한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철인 정치 혹은 최선자정체를 논한다. 철저한 교육으로 현실 정치, 학문 성찰 모두에 두각을 나타낼 능력을 함양한다. 그는 마치 동굴 속 그림자를 보는 것과 같은 미망에  젖은 대중들을 견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진다. 철인 정치는 정의로운 국가를 구현할 대안이다. 이러한 논의 밑에는 다양한 정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순서대로 공동체는 명예제, 과두제, 민주제, 참주제로 이행하는데, 특히 민주제는 무한정한 자유를 향한 욕구가 오히려 지독한 예속의 길로 몰고 간다고 피력한다. 민주제 하에서 권력 세력은 민중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얻지만, 결국 민중의 의존심을 높이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며 세력을 확대하고, 참주로 군림하는 것이다. 나치와 같은 20세기 민주주의의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보는 듯하다.


김혜경 교수의 해제본 <국가>는 플라톤의 원전을 남녀노소가 쉽게 읽고 되새길 수 있도록 풀어내었다. 플라톤의 <국가>는 서양철학사의 위대한 고전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더러는 플라톤을 계승했고, 더러는 비판하면서 발전하였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멈출 수 없는 질문들, 삶과 정의, 공동체의 방향에 관한 담론의 원류다. 그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기원전 400년 전에 쓰인 철학서를 통해 현실을 반추하는 경험은 새롭다. 이번 김혜경 교수의 <국가>와 같은 생각정거장 출판사의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어, 독자들이 동서양의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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