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심리학으로 읽는 가족의 속마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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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관계로 고생하는 지인이 주변에 꽤 많다. 부모님이 누구를 특별히 편애했거나, 잘난 형제를 둔 탓에 열등감을 간직한 사례는 다반사다. 철없고 자기중심적인 언니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언니가 아쉬운 소리를 할 때면 내칠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도와주기를 반복한다. 심하면 형제를 위해 일생을 헌신하면서 마땅한 대접은 고사하고 당연한 것마냥 칭찬도 못 듣는다. 남이라면 의절을 하련만은 핏줄이라 어렵다. 남들이 보기엔 왜 저러나 싶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렸을 적부터 굳어진 관계라 고정된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형제지간은 인생의 큰 버팀목일 수도, 애증 관계일 수도, 혹은 남보다 못한 혹 덩어리자 화병의 원인일 수도 있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는 형제 관계에 주목한다. 갈등, 집착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부모의 미성숙한 자기애로 인한 잘못된 애착 관계가 갈등의 주요 원인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아들러의 출생 순서에 따른 형제간의 성격 차이를 살펴보고, 상처를 치유하는 관계 개선법을 알려 준다. 오바마, 힐러리, 니체, 무라카미 하루키 등 유명인의 사례를 접목한 것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성경> 창세기의 카인이 신의 사랑을 받는 아벨을 질투하여 동생을 살해했듯이, 형제자매 간의 다툼은 대체로 불평등과 질투에서 시작한다. "형제자매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경쟁심의 뿌리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p.52) 결국 이러한 관계가 형재 간의 우월감, 열등감을 조장하고, 성격을 형성하며, 서로의 관계를 고착화하는 기제가 된다.


많은 연구결과가 영, 유아기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인격, 두뇌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다. 그러나 미성숙한 자기애를 가진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기를 원하고 그들의 건전한 자립심과 자기표현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를 빛내주고 고분고분한 자녀는 편애하지만, 반대로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배척한다. 더러는 미운 남편을 닮았다거나, 사정상 육아에 소홀했던 자녀에게 거리감이 생겨서 애정을 거두기도 한다. 그 죄책감으로 다른 형제를 더욱 편애하는 등 부모의 애정도 비합리적일 때가 많다.


그러나 부모 탓으로 한탄만 하기에는 인생이 괴롭다. 아들러는 인간 행동의 주요 동기로 우월을 향한 노력과 열등감을 꼽았다. 덕분에 형제자매의 인격 형성과 생활 습관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였는데, 크게 맏이, 둘째 혹은 중간 아이, 막내, 외동으로 나누었다. 예컨대, 첫째는 낙천적이고 친절한 배려심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반면에, 부정적인 영향이 강하면 자신감이 없거나 강한 질투심을 드러낸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윈스턴 처칠, 프로이트, 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격 유형은 나와 부모의 애착관계, 형제 간의 성격 차이에 대한 통찰을 준다. 부족하거나 잘못된 애착관계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을 성찰하고, 내 형제 자매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갈등 해결의 첫 단계를, "특정한 형제자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야를 갖는 일"이고, "모든 일이 그의 잘못이 아니며, 그 형제자매 또한 의도치 않게 상황에 휩쓸린 것이었다는 사실을" (p.202) 아는 것이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결국, 힘들고 외로울 때는 피붙이를 찾기 마련이고, 그때는 만나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한다. 인생은 무한하지 않고, 언젠가 형제자매가 죽으면 생각이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쉽다. 결국은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임을 권유하는데, 실제 갈등 양상을 보면 금전 관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켜켜이 얽히고 설켜 있기 마련이다. 형제자매에게 의도치 않게 희생과 헌신을 했던, 혹은 지금도 하는 입장에선 서운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갈등의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보고, 나아가 원인이 되었던 미성숙한 부모의 대처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은 유익하겠다. 내 자식들이 또 다른 희생양이 되어 형제자매간에 서로 반목하지 않게 만들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형제자매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경쟁심의 뿌리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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