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최갑수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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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일치知行一致의 경지다. 불교 선지식善知識들의 삶이 그렇다. 계율과 수행에 엄격하면서도 걸림이 없는 자세. 몸소 실천하는 무소유와 검소함의 태도. 때로 세속인의 안목에선 기행처럼 느껴지는 행적들. 삶이 법문이고 깨달음이다. 비록 족적 하나하나의 참뜻까지 이해하기가 어렵고 선문답禪問答은 아리송하지만, 그분들의 일화는 많은 일깨움을 준다.

<스님의 생각>은 부처님을 비롯하여 경허, 효봉, 성철, 법정, 고산스님, 틱낫한, 달라이라마와 같은 동서고금 고승들의 일화를 담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선맥을 잇는 스님들을 주로 다뤄서 새롭고 정감이 갔다. 부처님과 중국 선종 조사들의 유명한 이야기는 많이 접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고승분들은 불자가 아니면 생소한 탓이다. 반면, 익히 들어본 경허, 성철, 법정, 만공 스님이 나오니 반가웠다.


운주사 비구니 스님의 신심 깊은 어머니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마을 장정 두 명이 크게 싸우다가 한 명이 상대의 방 안에 똥을 뿌리자 칼부림이 날 지경까지 이르렀다. 주민들은 비구니 스님의 어머님을 불러 싸움을 말려달라고 간청했는데, 중재는 커녕 묵묵히 방 안의 똥을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싸움 당사자들이 무안하여 멍하니 보고 있자, 아주머니는 "이제 다 싸웠능교? 걸레를 하나씩 줄 테니 방이나 닦으세요."(p.85)라고 하였단다.


많은 선승들 중에서 비구니 어머님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이해하기 쉬웠지만 곱씹을수록 반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 자기가 옳다는 분별심으로 성을 내고 다투지만, 오히려 싸움을 키우고 남의 방 안에 똥이나 뿌리는 미련한 짓이지 않나 싶다. 묵묵히 냄새나는 똥을 치우는 일이 참 지혜다. 자기가 옳다고 자기가 살길이라고 믿지만, 도리어 사지死地로 향하고 있는 꼴이고 업장業障을 키우는 꼴이다. 과연 내가 진정 슬기로운 삶을 살며, 활로를 찾고 있는지 성찰하게 되었다.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천당은 오지 못하게 막는 사람이 없는데도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마음속에 번뇌가 많아 문이 환하게 열려 있어도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옥은 오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왜 그럴까? 오역 덩어리를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p.114) 내가 가는 길은 천당인가 지옥 길인가 반문해 볼 일이다.


<스님의 생각>에 나오는 일화 하나하나는 깊이 곱씹고 본받을 만했다. 이야기 끝에 저자가 짧은 코멘트를 달아서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었다. 하지만 굳이 저자의 시각과 해설에 메일 필요 없이, 스스로 인상적인 글귀나 이야기를 가슴에 담는 일이 중요할 듯싶다. 경허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허허, 이제 알겠느냐?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잠깐 사이에 사람의 목숨이 달렸다.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한없는 탐욕에 찌들어 사는 것이다." (p.221) 금오 스님은 "스님, 저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까?"라는 한 청년의 물음에, "이 세상에 부처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p.156)라고 답했다. 불교의 삼독인 탐貪, 진嗔, 치痴를 버리고 스스로 부처가 되는 길. <스님의 생각>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허허, 이제 알겠느냐?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잠깐 사이에 사람의 목숨이 달렸다.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한없는 탐욕에 찌들어 사는 것이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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