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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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부제와 띠지가 매혹적이다.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최고의 그림 전문가가 소개하는 그림으로 욕망의 감정을 관리하는 방식. 과연 착한 욕망이란 무엇인가. 그림으로 욕망을 관리하는 방식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가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니 일단 주목은 성공이다. 둘째. 예술에 관심이 있지만 그림 같은 류는 입문 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종의 독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욕망을 주제로 그림 이야기를 풀어내었다니 관심이 갔다.


저자 이명옥 교수는 문화 예술계의 기획자로서 대학 강단, 예술 관련 협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들이 각종 간행물위원회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될 만큼 작가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욕망 자체를 탐구하기 위해 미술,  세계문학, 인문학을 탐구하던 중, "욕망은 생명을 꽃피우는 강렬한 에너지로, 그 에너지는 순환하고 소멸되지 않으며 오직 죽음만이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따라서 착한 욕망과 나쁜 욕망을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욕망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p.8) 깨달았다. <욕망의 힘>은 이명옥 교수가 미술로 풀어낸 욕망 도록圖錄이다.


신영복 교수의 베스트셀러 <담론> 초반부는 시적 세계인식을 다룬다. 고전 <시경>과 <초사>를 참고하여 시를 통한 세계인식은 어떠한 것이고, 효용은 무엇인가를 살핀다. 한편, <욕망의 힘>은 미술적 세계인식이다. 과연 미술 작품 속에서 작가가 무슨 욕망을 투영했는지에 대한 주제 관점과,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에 관한 기법적 관점을 통해서 살펴보고, 저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욕망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1부 사랑, 원초적 욕망"은 남성 중심의 에로티시즘 욕망에서부터, 여성 작가가 여성의 관점에서 몸을 이해하고 기성의 질서에 반항하는 작품들을 조망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까지 여성 예술가에게 에로티시즘은 금기의 영역"(P.44)이었다는 역사가 충격적이다.  여성 누드화가 남성의 전유물이고, 여성 작가가 성적 욕망을 드러내면 인격적 자살로 치부받던 시절. 그웬 존과 렘피카의 명화는 그 자체로 혁신과 저항인 것이다.

'2부 나쁜 욕망 극복하기'는 기성 체계의 억압과 편견,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들을 담은 그림을 소개한다. 열정적인 판화가 케테 콜비츠, 칸딘스키, 에곤 실레, 마드리드부터 우리나라 화가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만종'과 '이삭 줍는 사람'으로 유명한 밀레가 당대에는 보수 진형의 공격을 받았던 현실비판적인 화가라는 사실에 놀랐다.(p.157) 농민들의 궁핍함과 현실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었던 밀레. 정의를 향한 저항의 욕망을 담았다.

'3부 성취욕, 존재추구에 대한 욕망'은 세속적 성취욕구보다는 존재에 대한 성찰적 욕망과 한편으로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 욕망에 가까웠다. '4부 소통, 관계에 대한 욕망'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 그 때문에 나타나는 관계적 욕망을 다루는데, 특히 남경민 작가의 '서안 안에서 향유를 즐기다'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전통공예품과 나비를 그린 고풍스런 그림인 줄 알았는데, 그림에 나타난 배치의 의미를 알아내니 옛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세계와 자유와 해방, 매 순간 충실한 삶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다니 신기했다. 그림은 많은 욕망을 담고 있으며, 실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욕망의 힘>은 욕망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선정하고, 해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림이 내포한 욕망과 기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저자 이명옥 교수의 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인용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그림에 생소한 독자들에게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 친절한 독법 해석이 도움이 되었다. 그림이 의도하는 바와 그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니, 책에 수록된 그림에 집중하게 되고 생생한 이해가 가능했다. 기성과 기득권의 욕망과 정의와 저항의 욕망을 살펴봄으로써, 마치 변증법에서 테제와 반체제가 합을 이루듯 우리가 지향해야 할 욕망과 그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그림이야기로 제시하였다. 참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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