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오늘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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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가 서점가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러다. 기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기반의 심리학 교양서들과 다르게 아들러 개인심리학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은, 트라우마 개념을 부정하며 '지금 여기에서' 를 강조하는 용기의 심리학으로도 불린다. 책의 인기 이면에는 독자들이 단순히 '괜찮다 다 괜찬다' 식의 힐링서적에 질린 탓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종교에세이 <눈부신 오늘>을 읽고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를 다시금 떠올렸다.

저자 법상스님은 군법사로서 청년들을 상담하고, 인터넷 카페 '목탁소리'의 지도법사로서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한다. 평일 아침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진행하며 '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이라는 아침 문자서비스를 발송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아포리즘은 가볍지 않은 깨달음을 담고 있지만, 쉽고 감성적이면서 아기자기하다.

먼저 책의 대목차는 마치 구도의 여정을 떠나는 듯하다. '1장 나를 바라보다', '2장 당신을 받아들이다', '3장 삶을 내려놓다' '4장 고통을 벗어나다', '5장 행복에 도착하다'로, 수행의 단계를 나눠서 결국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불교 용어나 법문들을 스님 나름으로 해석하고 풀어서 아포리즘 형식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것이 매력이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역설적인 교훈들을 맞닥드린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가 되려 하고,/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한다./그러나 사실은 되어야 하거나/얻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그 마음만 없다면/그 자리에서 그 모든 것이 되어 있다./우리가 이 생에서 해야 할 것은/오직 이것뿐이다.// 그저 지금 이대로의/나 자신이 된 채로/ 있는 것이다."(p.94) 라 한다. 내가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지 않아야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다.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야말로 스스로를 속박한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재를 생각하는 순간, '지금 여기'는 없으며, 분별을 놓아야 진실을 볼 수 있다. 세상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진리들이 보다 감성적으로 다가와서 뇌리에 꽂힌다.


무엇보다, "모든 일은// 꼭 필요한/'일'이 꼭 필요한/그 '때'에/꼭 필요한/'만큼' 일어난다"(p.269)는 말이 인상적이다. 우주법계는 이미 갖춰져 있으며, 인연법에 따라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세계관. 싫다 좋다라는 분별을 떠나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괴로움의 대상은 아니게 된다. 분별과 집착이 환상을 만들고, 환상이 고통을 부풀리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증오의 대상에게 집착하면 스스로 증오의 대상에게 삶의 힘을 부여하는 격이다. 스스로 노예가 된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아야지 관계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으며, 상대방을 바로 보는 혜안이 생긴다.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는 바로 이 순간을 관조하고, 이 순간을 살다간다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들 수가 있다.

법상스님은 모든 것을 놓고 관조하라고 하지 않는다. '슬플 때는 슬픔을 외면하지 말고 마음껏 슬퍼하라.'(.290)고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실패하라고 가르친다. 다만 어떤 것에 매몰되지 않고,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의 삶을 살라 한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된다면 그 모든 것이 참되어질 것이다라는 임제 스님의 말씀. 핵심은 이것이 아닐까. 책은 불교의 개념인 연기법, 인연법, 오온五蘊 등을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결국 수처작주의 삶을 말한다. "지금 여기의 현재에, /주어진 삶에/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있으라."(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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