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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생각 밥상 - 박규호의 울림이 있는 생각 에세이
박규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5월
평점 :
방송가는 먹방을 넘어 쿡방이 대세다. 인기 셰프들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요리
프로그램의 인기가 뜨겁다. 처음 소담한 생각 밥상을 접했을 때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나름 미식가가 쓴 요리 이모저모인 줄로 알았다. 목차가
'에피타이저'로 시작해서, '한국요리', '일본요리', '중국요리' 가 차려져 있고, '디저트'로 마무리하니 얼핏 삼국의 음식문화를 다룬 책인가
싶다. 『소담한 생각 밥상』을 직접 읽으니 조금은 맞다. 음식 이야기도 나온다. 실상은 제목처럼 저자의 삶을 독자들에게 정성스레 담은 생각
밥상이 옳다.
저자 박규호씨는 1979년부터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한 베테랑 공기업 임원으로,
2013년부터 한전 국내 국내 부문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에너지 관련 기관의 자문, 마이스터고 이사장, 대학 강단의 겸임
교수로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과거 중국, 일본 주재원, 지사장 등을 거쳐서 해외통으로 통한다. 책은 저자의 인생과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의 노하우, 인간관, 글로벌 마인드, 아직도 끊이지 않는 배움에 대한 열정 등으로 차린 에세이다.
밥상을 들고 나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란 경구가 떠오른다.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익히면 스승이라 할만 하다 라는 뜻이다. 책이 단순히 사회적 명망인의 성공담, 자화자찬 형식의 자서전이 아닌 이유다.
고전과 인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졸업할 정도이다. 그만큼, 고전과 인문 정신을 바탕에 두고 경영 일선에서
새로운 기술과 경영지식, 환경을 수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예컨대, 혁신이란 , 가죽이 닮을 정도로 과학적으로 궁구하여 앎에 이르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실행이다. 온축된 지식으로 한 분야에 물꼬가 트이고 여기에 창의적 사고가 결합되어야 나오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융합이나 통섭 정도로는 개선은 가능할지 몰라도 진정한 혁신은 어림도 없다."(p.74)고 말한다. 세종대왕의 경연經筵 원칙인 "견狷, 광狂,
지止"의 법칙과 창조적 마찰(p.81), 어원으로 경영management 의 핵심을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가 MBA 과정에서 배운 경영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이 융합되어 일선 경영환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이 인상적이었다.
해외 경험도 흥미로웠다. 복어 요리에 얽힌 한, 중, 일 삼국의 이야기. 일본에서
스시를 싸게 즐기는 법, 속된 말로 쓰는 '사바사바'가 일제 강점기에 고등어(일본어로 '사바') 한 손(두마리)를 들고 순사에게 뇌물을 준데서
비롯됐다는 것. 각국의 정서에 맞는 에티켓으로 외국에서 고위급 관계자들과 친교를 맺은 일 등, 마치 호사가 같은 입담으로 맞깔나게 이야기한다. 저자가 해외에 주재하며 각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깨달은 점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근본은 각국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할 것은 대처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여 우리나라를 발전시키자는 소망이었다. 역사적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에 대해서도. 지일知日이라야 진정한 극일克日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세운다.
『소담한 생각 밥상』은 무엇보다 사회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와 『논어』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실천하는 저자의 열정이 돋보인다. 첫 에세이인지라
제목대로 소담한 생각 밥상으로, 미술로 치면 소묘에 가까웠다. 박규호씨의 보다 정밀하고 맛깔나는 생각을 담은 두 번째 만찬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