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탄생 - 창조, 발명,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
케빈 애슈턴 지음, 이은경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칸딘스키, 라이트 형제, 우디 앨런 등등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창조적 성과를 낸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비범하다. 범인들은 따라잡을 수 없고, 창조의 역량은 위인의 전유물이거나, 혹은 뛰어난 일부가 가진 축복 같다. 그러나 사물 인터넷(loT)의 개념 창시자로 유명한 기술혁신가 케빈 애슈턴은 저서 『창조의 탄생』을 통해, 이러한 '창조 신화'를 여지없이 깨 버린다.  

이러한 '창조 신화'에 대한 믿음은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인지심리학자 터먼은 IQ지수를 바탕으로 천재유전학을 입증하고자 했다. 우생학을 믿었던 그는, IQ와 창조적 역량 간의 상관성을 밝히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많은 실험 연구 결과 창조성과 지능지수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창조적인 학생군이 덜 창조적인 학생들보다 지능지수가 낮은 경우가 빈번했다.


저자에 따르면, 창조는 마법의 순간이 아니다. "창조는 걷기와 같은 사고의 결과이다. 왼발이 문제이다. 오른발이 해결책이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한다.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보폭이 아니라 걸음 수이다." (p.105)  창조는 노동이며, 창조적 행위는 '문제 - 해결' 프로세스의 점진적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창조적 행위는 특별한 것이 아닌,  그것은 인간 본연의 행위이다. 신경과학자의 연구는 천재나 일반인이나 창조 과정의 프로세스는 동일하다고 한다. 창조의 성과는 특별하지만, 창조의 과정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창조할 수 있으며, '창조성 신화'의 베일이 벗겨진다면 진정 창조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창조적 역량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창조, 발명,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과학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조성의 실체를 밝히고 보다 창조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많은 창조적 인물들은 심리학자 카를 던커가 말한 사고 프로세스. "왜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가?", 그것이 작동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의 무한 루프, 끊임 없는 실험과 실패를 통해 창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재정의하고,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며,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책의 원 제목인 "HOW TO FLY A HORSE"의 모티브가 된 라이트 형제, 칸딘스키, 스티브 잡스, 바닐라 대량생산법을 처음 발견한 흑인 노예 에드몽 등 여러가지 사례를 보면, 일반적인 사고과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진 결과 창조가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창조는 이러한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가장 중요했다. 창조는 노동이고 노력인 이유이다. 창조는 천재의 영역보다는 성실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를 통해 왜 LG 프라다폰은 아이폰이 될 수 없었는가를 보니 참 아쉬운 감정마저 들었다.


또한, 창조적 역량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익숙한 것과 통념이다. 창조도 인간의 본연의 행위지만, 익숙한 것을 선호함도 본성이다. 제멜바이스는 산모의 산욕열과 임상용 시체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 산모의 병원 감염 치사율을 줄였지만 의료계에서 매장당했고, 주디 포크먼은 암 종양과 혈액 사이의 인과관계를 연구했지만 혁신적인 연구물을 내기 전까진 이단아로 매도당했다. 당시의 의학적 상식과 통념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는 산성이므로 무균상태일 것이다 라는 추정에 기반한 의학적 통념은 유산균 요구르트 광고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 마셜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증명하기까지 지속되었다. '무주의 맹시'  때문이었다. 실제 의사들은 엑스레이와 CT사진으로 암 발생 여부는 밝혀내었지만, 고릴라 사진을 삽입한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전문가로서의 선택적 주의가 창조 과정을 방해하는 경우이다. 더 적게 생각하고 효율적이지만, 창조의 과정을 저해한다. 그리고 인지의 부조화를 일으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초심初心을 가져야 한다.


일반 직장인들은 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까. 실험에 따르면, 내적 동기는 창조를 향상시키지만 외적 동기는 악화시킨다.(p. 259)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외적 보상만을 위해 일할 때 가장 압박감이 심하고 창조적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이 출근할 때의 상황이다. 그리고 조직의 창의적 역량은 "일단 증명해 봐" 식의 도전과 행동 중심의 파트너십 조직구조에서 발휘되는데, 과연 우리나라 직장 현실은 어떠한가. 물론, 기업 내에서 창조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다. 그러나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일례로 브레인스토밍. 그러나 저자는 브레인스토밍에 가진 막연한 환상의 실체를 밝힌다.

『창조의 탄생』은 창조에 관한 신화와 일반적인 통념에 근거한 대중 심리학을 과학적인 실험 결과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여지없이 깨 부순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특히, 창조의 역사란 천재들의 획기적인 성과가 아닌, 평범한 사고과정을 통한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저자의 견해가 인상적이었다. 꼭 IT 산업, 연구원, 아이디어 산업 등에 종사하지 않아도, 일선 현장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하다. 인생의 많은 문제들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통해 창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창조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비록 인류 역사에 남을 위대한 창조는 못하더라도, 내 인생은 보다 창조적으로 꾸려나갈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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