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

 

- 파스칼


자기만의 고독한 방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비참한가.

 

- 몽테뉴 

   고독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고독하다, 고독감 등 자주 쓰지만, 생활에서 고독이 어떤 의미인지, 실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고독을 바라보는 시각, 다루는 혹은 견디는 요령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마침 "'혼자'여서 생긴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독으로부터 삶의 풍요를 발견하게 하는 인문에세이" 『고독의 힘』을 읽었다.



   파스칼은 말했다.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p.14)" 많은 심리 연구 결과가 행복의 요건 중 하나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꼽는 때, 불행은 고독을 견딜 수 없는 데서 온다니, 아이러니다. 저자는 설명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타인과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고슴도치가 서로의 가시가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듯이 인간관계에도 반드시 필요한 거리가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p.54)"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을 나쁘게만 볼 법도 아니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사람 사이 적당한 간격을 보는 안목이 없어짐을 깨닫는다.


  더욱이, 무언가를 이룩하려면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철학자 아미엘은 말했다. "사물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고 평화를 사랑할수록 더욱 고독해진다. 인간은 고독 속에서 뭔가를 이루어낸다.(p.37)" 실제로 칸트, 카프카, 베트겐슈타인, 뉴턴, 베토벤 등 위대한 작품을 남긴 위인들에겐 저들만의 고독한 시간이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업적을 그들의 고독 한 조각이라고 표현한다.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이제는 관광 명소로 거듭난 독방에서, 성찰하고 자신을 벼리는 시간을 가꾸었다. 마치 신영복 교수가 투감 시절 동양 고전을 읽고 평생의 자양분을 얻은 것처럼, 때로 고독은 영혼을 가꾸고 단련시켰다. 월든을 쓴 소로가 영혼을 위해 일부러 고독을 자청하듯, 작가들은 세상과 유리된 곳을 찾고, 글감옥을 만들어 그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마치 스님들이 하안거, 동안거를 치루듯, 구도자들이 스스로 격리시키듯, 영혼의 성장과 성찰은 고독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홀로 있는 좁은 공간에서 영혼이 넓어진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p.180)"


  꼭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도 좋다. 특히 난봉꾼의 대명사 카사노바의 말년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사교계의 스타로 많은 귀족 여성들과 염분을 뿌린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카사노바는 도시 외각의 도서관에 사서가 되어 자서전을 쓸쓸히 집필했다. 과거의 영광은 없다. 그러나 삶을 반추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새겨가는 응축과 성찰의 시간이, 과연 과거의 영광보다 가치가 없다고 감히 단언하지 못하겠다. 저자는 권한다. 카사노바처럼 노년에 맞는 "사색과 통찰의 시간을 미리 앞당겨서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자기를 돌아보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단 몇 분이라도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을 기꺼이 맞이해야지 싶다.


  설사 그들처럼 대단한 업적은 아니더라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위해서, 혹은 의도치 않게 삶의 고비에서 고독을 만난다. 저자는 단언한다. "아무 할 일이 없이 빈둥대는 걸 고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고독을 낙오나 실패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고독한 사람은 패배자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켜 승리자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사람(p.199)"이라는 것을.


 

 


  『고독의 힘』은 원재훈 작가가 고독을 주제로, 많은 명사들의 일화, 명저들, 아포리즘, 그리고 작가의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엮은 책이다. 흔한 문학작가의 인문에세이로 기대했으나, 종종 곁에 두고 만나고 싶은 책이 되었다. 책에 담긴 일화들, 특히 위인들이 고독에 대해 남긴 주옥 같은 명언과 원재훈 작가의 감상을 가까이 두고 싶다. 고독의 힘은 고독을 없애는 책이 아니다. 고독은 병도 아니다. 고독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고, 그것을 소중히 하라고 가르친다. 릴케가 사랑한다면 오로지 혼자 있으라 했던 것처럼. 다음은 저자의 에필로그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감상적인 사념은 고독의 잔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고독의 뿌리와 줄기는 지적이고, 강하고, 무엇보다 삶에 유익한 단백질과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독하게 자신의 삶에 몰두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영혼이 빛나고 있다. 그들이 바로 이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바퀴다. 강한 사람이 고독하고, 고독한 사람이 위대하다. 고독한 당신의 영혼에 축복이 햇살처럼 쏟아지기를.(p.236)"

 

 


   저 침묵 속의 외로움을 알게 되면,

 그 침묵 속의 기쁨을 알게 되면,

  그는 이 공포와 죄악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그는 니르바나, 그 영원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


  《법구경》 중에서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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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 - 파스칼 (p.14)

자기만의 고독한 방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비참한가. - 몽테뉴 (p.17)

 

사물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고 평화를 사랑할수록 더욱 고독해진다. 인간은 고독 속에서 뭔가를 이루어낸다.

- 아미엘 (p.37)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 둘이 나눠 겪으려 하지 말고 / 오로지 혼자가 되어라.

- 릴케 (p.140)

홀로 있는 좁은 공간에서 영혼이 넓어진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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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 (p.191)


고독....무엇보다 삶에 유익한 단백질과 같다.....고독한 당신의 영혼에 축복이 햇살처럼 쏟아지기를.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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