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빅터 프랭클을 로고테라피의 창시자로 유명한 정신분석가입니다. 로고테라피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정신질환자들에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해서 치유하는 방법이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면, 로고테라피가 단순히 빅터 프랭클의 머릿속에서 혹은 정신분석가의 임상체험 속에서 만들어지지는 않았음을, 자신의 고난과 역경을 통한 성찰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에 감명을 받습니다.

사람의 삶은 무의미합니다. '은교'에서 이적요가 말했죠.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다라고 했던가요.' 생로병사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사람은 자신의 의도가 아닌, 혹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고난과 시련을 당해야 합니다. 내 부모의 잘못과 학대, 배우자와의 사별 , 혹은 갑작스레 찾아온 변고. 이런 것들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 나의 자존감과 인간다움을 상실하기가 쉽습니다. 즉, 내가 원치 않은 것으로 상처받고 괴로워하며 실존적 공허 속에서 허덕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습니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p.121)

하지만 빅터 프랭클은 그 속에서 삶이 내게 주는 의미를 깨달으라고 합니다. 자신이 억지스레 부여한 의미가 아닙니다. 삶이 내게 깨닫기를 원하는 의미와 내게 부여한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삶의 의미가 나를 살아가게 하고, 힘든 여정을 견디게 하는 이정표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 회고와 함께 후미에 로고테라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덧붙여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 치하에서 강제수용소생활을 했습니다. 부모, 형제, 아내가 수용소에서 모두 죽고, 삶에 필요한 제반 것들을 모두 박탈당했지만, 이것을 견뎌냈던 한 정신분석가 지식인의 회고입니다. 고통과 시련 속에 인간다운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던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이 돋보입니다.

'당신이 가진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자유는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자유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자유, 내가 하지 않을 자유, 그리고 더욱 숭고한 자유가 있습니다. 바로 고난의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인간다움을 지키는 정신적 자유라고 합니다.

또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는 말합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필히 책임의 여신상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인간다움을 지키는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겠습니다.

우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역경과 시련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신적 자유는 있는 것이고, 이러한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견지하며 부단하게 삶이 내게 주는 의미를 찾아야 함이 이 책의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조각난 삶의가늗란 실오라기를 의미와 책임의 확고한 유형으로 짜 만드는 것이 프랭클 박사가 스스로 창안한 현대 실존 분석과 로고테라피의 목적이자 추구하는 바이다.' 시련이 주는 의미를 찾아봅시다.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봅시다. '두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당신이 지금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p.237)

- "저는 제 비좁은 감방에서 주님을 불렀나이다. 그런데 주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공간에서 저에게 응답하셨나이다."

그 때 얼마나 오랬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이 말을 되풀이했는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바로 그날, 바로 그 순간부터 새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는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