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마음 강좌
폴 해머니스.마거릿 무어,존 행크 지음, 서영조.강영화 옮김 / 전략시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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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엔트로피』에서 엔트로피 법칙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과 많은 사회적 문제를 통찰했다. 특히 그 중에 '교육의 혁명' 부분에서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시청각 교육 등이 이루어지지만, 오히려 과거에 비하여 학습자의 집중력 등을 저하시켜 효율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사람들은 장편의 서사시를 암송한 사실을 읽고 경악했던 적이 있다. 현대인들은 왜 자기 집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도 깜빡할까. 현대인들은 바보일까. 하지만 실상은 현대인들이 퇴화해서가 아니라, 각종 매체와 정보 혁명으로 자극과 정보 홍수 속에서 삶은 복잡해지고 그만큼 기본적으로 저장해야 할 것과 숙지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회적 흐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개개인도 산만함과 무질서한 생활로 인하여 많은 고민을 호소하고 있다. 단지 ADHD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서를 통제하지 못하고 우울함이나 격앙된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고, 일을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해서 업무 능률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험으로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단지 의지력의 문제일까. 우리나라에선 단순히 의지력의 부족, 게으름의 문제로 치부하기 일쑤이다. 의지가 약해서 그래. 성실하지 못해서 그래. 정신 똑바로 차려. 하면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일이 의지로만 가능하다면, 심리학, 뇌과학의 영역은 무엇때문에 탐구할까.



하버드 마음 강좌의 여섯 가지 법칙


  『하버드 마음 강좌』 는 산만함, 정서적 통제 불능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관리하는 규칙을 제안한다. 하버드 정신과 교수, 하버드 코칭연구소 전문가, 글쓰기 전문가 등 각 분야 3인의 전문가의 공동저작이라 이색적이다. 정신과 교수 해머니스 박사가 심리학, 뇌과학 등에 바탕한 마음 관리법 6가지를 제시한 다음, 코칭 전문가 매니 코치가 각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알려준다. 이를 '산만한 일상으로 흐트러진 마음에 질서를 세워주는 마음 관리의 법칙'이라 부른다.

1. 격앙된 감정을 다스려라.
2. 주의력을 유지하라.
3. 멈추어야 할 때 제동을 걸어라.
4. 작업 기억 능력을 향상시켜라.
5.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라.
6. 통합적으로 실행하라.

 

  사실 표면적인 명제만 보면 식상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법칙들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체계적으로 밝혀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뇌가 가진 체계와 규제라는 고유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성화시키는 프로세스들이다.

1. 격앙된 감정을 다스려라. 
 
  예컨대, 우리의 뇌는 체계와 규제의 시스템을 따른다. 이성적 사고와 종합적인 인지 작용을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감정 회로인 편도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격앙된 감정은 편도체를 과열시키는데, 문제는 감정적으로 격해질수록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인의 경우 우울, 불안감이 편도체를 과열시킬 때 긍정적인 생각이 진정에 도움이 되지만, 우울증 환자의 경우는 오히려 편도체가 더욱 과열되는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럴 경우 우울하다고 영화를 보면서 집에 틀어박혀 휴식을 취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적 사고를 하도록 난이도 있는 수학문제 등을 풀어서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기를 권한다. 또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통찰하는 '인지적 재평가' 도 전전두엽에 자극을 주는데,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조언들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우리는 단순한 경험칙에 기반한 잘못된 조언을 했던 것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2. 주의력을 유지하라.

  두번째 법칙 주의력을 유지하라는 단순히 주의 집중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의 집중 프로세스는 목표 지향적 주의 집중을 강화하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자극 주도적 주의 집중' 이 아닌 자신의 동기와 의도, 목적에 맞는 곳에 한정된 집중력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기이다.

3. 멈추어야 할 때 제동을 걸어라.

  사실 산만한 사람은 더 크고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인내하기 보다는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자극을 추구한다. 하지만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내력이 중요하지 않던가. 시험, 취업, 업무성과를 위해서 자신을 통제해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마음 관리법 세번째 핵심 요소인 '억제적 통제력'이 필요하다. '억제적 통제력'은 대인관계에서 절실한데, 습관적인 반응. 예컨대, 상대방의 요구에 습관적으로 반응하여 거절하지 못하는 것. 비이성적 혹은 방어적 반응으로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것 등을 통제하는 법을 알려준다.

4. 작업 기억 능력을 향상시켜라.

  작업 기억은 '최신 정보를 단기간 보유하면서 각종 인지 과정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작업장 역할을 해 주는 기억'으로, '정보가 사라진 뒤에도 그 정보를 이횽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언가를 계획할 때, 주어진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작업 기억에 문제가 있으면 계획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인지, 혹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자극이 주어졌을 때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체계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작업 기억은 '주의력'을 관장하는 뇌 시스템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시스템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나타났는데, 기억 훈련 등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백질에 자극을 줌으로써 뇌의 가소성을 활용하면 단련시킬 수 있다.

5.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라.

  위의 네 가지 법칙으로 원하는 곳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면, 그러한 집중력의 방향을 전환하는 법도 중요하다. 어린아이의 경우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것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 과정은 전두엽과 두정부, 기저핵 등 뇌의 집중과 억제를 담당하는 기능이 단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도 무언가에 한번 몰두하면 다른 곳에는 전혀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과정이 멀티테스킹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많은 일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한다. 멀티테스킹은 주의 집중력을 분산시킴으로서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하고, 반대로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집중하는 것이 뇌 활용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가지 영역에 집중했다가, 다른 영역으로 집중력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지, 뇌의 구조와 맞지 않는 멀티테스킹의 신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6. 통합적으로 실행하라.

  체계적이고 유능한 사람은 위의 다섯 가지 능력을 종합하여 활용한다. 삶은 복잡하고, 언제든 마음의 평화는 꺠질 수 있지만, 체계적인 마음관리법을 실천하여 회복 탄력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잠재력을 죽이는 산만함과의 결별

 

  위의 여섯 가지 마음관리법은 뇌자도와 자기 공명 영상 촬영 MRIs 등 뇌과학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주의를 집중하고 마음을 통제하는지를 뇌 촬영으로 밝히고 그러한 프로세스를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전전두엽의 이성적인 절제력과 사고력, 두정엽의 주의 집중력, 기저핵과 해마 등이 관장하는 기억력을 강화하게 된다. 물론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마치 이성과 감정이 기수와 말처럼 삶의 목표를 향해 체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매그 코치의 실천조언은 무엇보다 자신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 동기 부여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명제에만 그치지 않고, 자가진단질문과 비전 설정 가이드를 통해 현재 산만함이 어느정도인지 수치화하고 자기 자신의 현 강점, 약점 등을 현실적으로 이해해게 해서 유익했다.
  또한 매그코치는 긍정심리학, 인지 훈련, 미하이 칙센트리히 교수의 몰입 등 다양한 심리학의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습관의 힘』에서 나온 '핵심 습관'의 개념과 비슷하게, 여섯 가지 관리법 중 자신이 가장 절실한 영역 혹은 성공할 확신이 강한 영역을 택해 하나의 영역에서 시작하길 권한다. 일종의 도미노 효과를 노려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격앙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마음관리법의 기본이라고 본다. 특히 신경증과 정서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은 꾸준히 퍼즐 문제 등을 풀어서라도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길 바란다. 몰입의 경험을 통해 주의력을 집중하고 인내력과 작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두려움을 이겨나고 한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여섯 가지 마음관리법은 뇌의 기능을 향상시켜 원래 뇌가 가진 체계과 절제력을 기르는 방법인 만큼, 고단백질의 영양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과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를 강조한다. 규칙적인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섯 가지 마음관리법과 실천방법을 통해 건강관리에 신경쓰다보면, 또한 건강해진 뇌는 더욱 집중력과 통제력을 발휘할 것이다. 
 
  단점을 꼽자면, 한 권에 여섯 가지 방법과 함께 실천방안까지 다루다보니, 한 가지 주제에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 매그 코치의 조언도 한 가지 방법에 여러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만 단편적이다. 오히려 한 두 가지의 핵심 습관을 통해 교정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고려해 본다. 다만, 학술서적이 아니라 심리학에 근간한 자기계발 방법론이고, 여섯 가지 방법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감정을 더 잘 관리하고 뇌에서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들이 조화를 이루고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신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더 체계적으로 생활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더 생산적이 되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보람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자동체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p.51

  편도체가 '활발해지면', 뇌에서 생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조용해지는' 듯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서, 감정적으로 격해질수록 인지적 조절 능력이 감소합니다. p.102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면의 동기를 찾는 것입니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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