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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 단순함 뒤에 숨은 고도의 성공 전략
마스다 아키코 지음, 노경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무인양품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된다. 삶의 차분함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브랜드. 그 '이유'를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아진다.
무인양품의 상품을 집어들 때마다 느꼈던 공통된 감성, MUJI의 근간을 이루는 사명감인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MUJI가 공통적으로 가져가는 가치, '심플함'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묻는 질문이 어쩌면 현대인으로서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장식적 요소를 빼고 기능만 남기는 어떤 물건이 될까?'
'색을 제거하면 물건의 인상이 얼마나 심플해질까?'
'누구나 '이거 좋은데?'라고 느낄 만한 물건은 어떤걸까?'
'무인양품'은 브랜드라기 보다 하나의 개념에 가깝다.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상품이라는 뜻인, 무인양품' 컨셉이 그대로 브랜드명이 되어서, 그들이 추구하는 기업활동 (상품 개발, 판매 등 사업 활동)의 원칙이 되고 있다.
이렇게 '심플함'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출발하여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며 스스로 'MUJI 다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일관된 상품개발과 기업활동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놀랍고 명확하다.
특히, 전세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타 여백'을 포괄하는 포지셔닝, 그 하나의 개념으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질적인 것들을 모두 체로 걸려내면서 자연스럽게 '남과 다름'을 증명하는 결론을 가져가는 통찰에 저절도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특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브랜드, 남들이 가져간 나머지 '기타 여백'의 포지셔닝, 세상의 수 없이 피고 지는 브랜드를 제외한 '기타 여백 전부'를 포괄하는 브랜드가 되다니...!
이러한 단일 개념으로 문화의 벽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벽도 넘어선다. 다른 브랜드가 유행을 좇느라 정신없을 때 MUJI는 우아하게 보편을 좇는다. 다른 브랜드가 전용 라인업을 구축할 때 MUJI는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범용 상품을 출시한다. MUJI 상품은 심플하고 수수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 오래 쓰이는 도구일수록 디자인이 단순한 법이다. MUJI는 공간의 주역으로 잠깐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명품조연으로 선택되어 고객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심플함'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생리적 '쾌적함'을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제공한다. 인류공통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MUJI의 마케팅은 상품개발단계에서 이미 시작한다.
불특정 다수가 합리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이거면 됐어' 이면서 '버릴 것은 다 버리고 더 이상 버릴 게 남아 있지 않는 상태' 수준의 상품을 만든다. 상품개발자는 생활자 대부분이 선호나는 것에 대한 현실적 감각에 의존하여 상품을 개발한다. 이것이야 말로 MUJI다운 특성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마케팅의 근간이다.
'이거면 됐어' 개성의 한 걸음 앞에서 멈춘 상품. 개인의 개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고 조금만 덜어낸다면 상품의 범용성이 높아져 총 고객 수가 늘어나고 상품의 용도도 훨씬 다양해진다. 이것은 모두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부질없는 노력과는 다르다. '이거면 됐어'라는 사고 방식은 수가 적어도 좋으니 우리의 사상을 이해해 주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제공한다는 자신감이다.
무지의 마케팅은 고객을 세분화하기 보다 '고객을 새로 창조한다'는 혁신적 사고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러므로 마케팅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것이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지 제품 뒤에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소수의 좋아하는 물건만 갖고 생활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MUJI 상품과 미니멀리즘이 잘 맞는 이유는
(1)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용도가 다양하고 모듈화되어 있어서 사용 목적에 따라 원하는 대로 조립해서 쓸 수 있다.
(2)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부품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으므로 가족의 성장, 가족 형태의 변화에 맞추어 변형할 수 있다.
(3) 가족과도 공유하기 쉽다. 흰색, 베이지색 등 심플한 색을 주로 사용하기에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공용으로 쓸 수 있다.
이처럼 MUJI 상품은 사용 장소나 사용자의 변화에 매우 유연하게 적응한다.
MUJI는 콤팩트 라이프(Compact Life)를 추구하는 브랜드 이념을 실천한다. 수납 용품을 비롯하여 깔끔한 디자인과 범용성을 갖춘 다양한 상품들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소비자가 이들 제품을 통해 정돈된 심플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공정의 개선, 소재의 엄선, 포장의 간소화. 염색과 표백 공정을 생략함으로써 소재의 색이 도드라져 상품의 분위기가 더욱 내츄럴 해져서 상품의 매력이 더욱 향상된다. 소재를 선정할 때에도 재활용 가능성을 항상 고려한다.
MUJI는 '왜 이런 상품을 만들었는지' 고객에게 반드시 그 이유를 알리고 MUJI의 컨셉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 태그(상품 라벨)이다.
프랑스 포도주 라벨 디자인에는 산지, 포도의 품종 등 상품의 이력이 상세히 기록되듯이 '이유'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푹신 소파', '목 따끔거림을 줄인 터틀넥 스웨터', '누락 목화솜' 등 상품명으로 상품의 편익을 전달하려 한다.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에는 '짜릿한 행복함(미래 지향)'과 '차분한 행복감(현재 지향)'이 있다. MUJI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차분한 행복감'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MUJI의 상품은 현재의 생활을 정성껏 채워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천연 소재, 심플한 디자인, 온화한 색채를 주로 사용한다. '온화함'과 '쾌적함'을 갖춘 생활 용품을 제안하다 보면 '느낌 좋을 만큼'의 가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MUJI에 대한 호감이 책을 읽으면서 강한 운명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 기업에 대해서 공부하고 조사하게 만드는 것, 그 것이야 말로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지닌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