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창조성'은 지역과 국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을 초월하며 매우 강조되는 미래의 핵심 역량이다. 이렇게 21세기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업의 속성상 창조성 없이는 차별화를 이루기 힘든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3가지 요소에서 창조성을 분해하여 관찰한 재미있는 책이다.

 

첫째, 창조성은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만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렌체에서 발원한 르네상스 예술이다. 메디치 가는 이런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서로 만나서 융합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해주었고, 이러한 사회적 명문 지도층의 지원을 통해서 회화, 조각, 건축, 문학,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간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융합예술의 시대가 탄생한다.

 

둘째, 창조성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구조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한 사회를 일사불란하게 통제하던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이 붕괴할 때 갑자기 창조성이 꽃피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 사례로는 신성로마제국, 교황청 등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이 지배하던 중세 암흑시대가 붕괴되면서 각 도시 중심의 분권화된 사회가 도래하면서 역사상 최고의 예술 창조성 전성기기인 르네상스가 발생한 것이라던가, 프랑스 예술계를 중앙집권적으로 지배해온 왕립 예술원의 붕괴로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파 미술이 출현할 수 있었던 사례 등이 있다.

 

셋째, 창조성은 예술 자체에 몰입하는 힘에서 나온다. 창조성의 동기 부여는 경제적 대가나 명성 등의 외재적인 동기보다는 예술 자체를 사항하는 마음, 순수한 열정, 관심, 흥미, 몰입 등 내재적인 동기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며, 실제로 이러한 순수한 내재동기로 모든 것을 잊고 완전히 몰입하여 창작활동에 몰입할 때 역사에 남을 만한 대작들이 탄생했다는 것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가지 사회과학적인 분석 프레임 하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9인의 예술가들을 고찰하여 네가지 '창조성의 원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하나씩 정리했다. 평생을 거쳐서 '자기 혁신'을 이루어가야 하는 어마 어마한 창조성이 요구되는 예술이라는 직업의 세계에서 지치지 않고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게 된 근원이 무엇인지를 19인의 사례를 통해서 파악해 보았다.

 

첫번째 창조성의 원천은 '전방위 통신'이다. 이는 예술의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려 모든 방향과 소통함으로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례로는 20년간 우리사회의 소통을 이끄는 큐레이터로 한국미술계의 역사를 새로 써온 김선정 예술감독이 인상적이었다. 장기적인 안목과 전방위적인 소통으로 기존의 미술 작품을 연결하고 배치하며 새로운 의미를 끄집어 내는 전령사로서 '아트로 아트를 한다'라는 큐레이터라는 직업 세계를 새롭게 써나간 장본인이다. 그녀는 이러한 융합전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본질을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세계 미술계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저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번째 창조성의 원천은 '내면 탐색'이다. 이는 예술가 자신의 내면과 정신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창조적 예술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례로는 한국적 정서와 서양 음악을 절묘하게 결합시켜서 자신만의 소리로 세계를 감동시킨 김지영 작곡가님의 사례가 눈에 띄었다. 이국 땅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성 작곡가로서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자신의 삶과 내면의 철저하게 고찰함으로써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타 문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독창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음악 영역을 창조하였다.

 

세번째 창조성의 원천은 '창조적 파괴'이다. 이는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창작하는 것은 의미한다. 사회적 통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예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춤추는 김주원 발레리나의 창조적 자기 혁신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외 평단의 극찬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경지를 찾아 떠나고 신선한 성취를 이루어 가는 끊임없는 도전자이자 파괴적 창조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움을 향한 동경과 진심을 담은 몰입, 그리고 지독한 근성과 끈기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부수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경이로운 노력의 모습에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넘어 전율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 창조성의 원천은 '완전한 도취'이다. 이는 예술 자체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으로 예술 행위에 몰입함으로써 창조적 예술을 만드는 것을 의미힌다. 오직 춤추고 싶은 본능과 자신의 깊은 영혼의 발산으로서 오로지 발레만 알고 발레만 하며 살아온 '춤 바보' 김지영 발레리나의 삶이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배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하여 관객들을 무아지경에 빠뜨린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꽃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철저히 신뢰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철저한 기회의 도약으로 만들어 가는 거인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발레에게 간택당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발레와 자신이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완전한 몰입이 무엇인지를 그녀의 삶을 통해서 본보기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창조성을 기업과 경영,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주로 바라보았다. 이 책을 통해 '창조성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 영역에서 창조성의 정의를 다시 곱씹어 볼 수 있었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19인의 눈부신 삶을 통해서 창조성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정말 신선했다. 그동안 경제 경영, 자기 계발서만 읽었던 사람이라면 나만의 '창조성'의 화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제가 서평에 적은 예술가들은 모두 여성분들이네요... 이건 우연입니다~!!! ♥♥♥ ^^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