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
권혁웅 지음, 이연미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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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문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색의 편린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숙성하지 않은 글을 읽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느껴지기도 해서

산문집을 보는 걸 꺼려했다.

하지만, 진국을 찾아보자면

재료를 찾는 과정을 엿보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겠다.

산문집은 쉬워서 사색을 따라가기도 편하고, 수긍하는 구석들도 많이 생겨나게 되어서 공감되어지는 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산문집을 즐겨 읽어보는 것도 사람들의 내면에 대한 탐색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하긴 내게 소중한 책 한 권을 꼽으라면 그건 '삼십년에 삼백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자신일 수 있을까"란 김진경님의 산문집과, 조혜정 이화여대 교수의 '삶읽기 글읽기'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산문집이 갖는 의미가 사뭇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 몸은.. 우리들 몸은.. 그 몸들이 하는 말은.. 그 몸을 통해 듣게 되는 소리는

몸에 대해 세세하게 사색해보고 느껴보는 일이란 내가 가진 육신에 대한 집요한 관심일 수 있겠다. 시인이니 더 그런 관심을 통한 언어만들기는 ... 삶과 깊게 밀착하는 어떤 지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기관들에 대해 상세하게 이름들을 들먹이지만, 그 이름들을 읽으면서는 무슨 어려운 철학언어를 읽는 것처럼 낯설어하고, 그것의 생김과 기능에 대한 상상을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지니고 있는 형태나 역할이나 작동원리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몸에 대해

내 몸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관심 가져보는 것은

재밌다. 그것으로 문장을 만들어내고, 비글비글 웃어보는 일은 .. 아니 몽상에 빠지듯 언어를 뭉그려내는 일은... 철학적이다. 내 몸안의 우주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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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
이대흠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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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긴다.

그래서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쓴 이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작자를 읽지 않고도

익숙한 작자를 알아 맞출 수 있다.

언어란 그런 것이다.

말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

전라도 말이 가진 품은 아마도 그런 넓고 넓은 자연과

풍부한 농산물들처럼 푸지고 강그러지는 것은 아닌지

나는 전라도 말이 좋다

긍께하는 긍정도 좋고, 이녁이 어쩌고 하는 조심스러움이 좋고

예말이요 하고 쉽게 건네는 그 관심이 좋다.

그런 관심들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들려주는 전라도 사람들 이야기

그 이야기를 전라도 장흥사람인 이대흠 시인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전라도 말로 그려나가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시인이기에

발붙인 곳의 말은 생생한 그 말들은 그냥 버릴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발붙인 곳의 말을 제대로 체화도 못한 것들이

넘의 나라말을 줏대없이 해대겠다고 하는 것이나

그것을 대통령이 된다는 작자가 체신머리없이

주장하고 나서는 꼴이 꼴사나운 요즘

내나라 말이 주는 그 넉넉한 품새와 아늑하고 아름답고 고즈넉한 향기는

받기 싫은 족속들에게는 주고 싶지 않은 귀한 것들이다.

그것을 알고 발품 팔줄 아는 시인의 걸음이 한없이 소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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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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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이미지를 추구하고 그림을 추구하게 되면서

현실이 드러나면 어딘가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지

하고 묻게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작가들의 소설은 어렵다

그래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너무 현학적인 언어에 천착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건 수많은 단편문학상들이 양산한 필연적인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런 문단의 주된 경향에 대해

항상 꼿꼿한 작가가 공선옥은 아니었는가 하고

그런 작가가 있어

오늘밤 나는 발랄할 수 있고

그래 현실이란 소재의 무궁무진함과

그 역동성과...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남편을 부르던

여인의 울부짖음이

빗소리 속에서도 선연한 것은 생생한 삶의 숭고함과 맞닿아 있다

 

빌어먹을 글쓰는 놈의 노리개가 되었으면서도 대놓고 말한마디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무서워 숨어버린 그녀가

그들이 부르는 쓸쓸함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설정도 고스란히

아픔은 다 통하고

그렇게 다독일 수 있음을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기어코 떠올리게 하는

 

그래서 시동생이 홀로 담배피우는 옥상에서 경비들을 피해 도망하는 것을 뒤쫓아

자신의 시동생이라 말하는 그녀의 복잡스런 시댁과의 소란함 사이로

전화는 울려오고

툭툭 터져나오는 울음과 설움은 비내리는 속에도 달은 있어

울지말고 달을 봐.. 비내리는 추석날 울지말고 달을 보라던

홀로 추석을 맞는 친정아버지와 통화하는 그녀다

 

현실이 주는 아프고 질척거리는 질문들에 대해 등돌리지 않는 작가 공선옥. 그래서 나는 그녀의 [폐경전야]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마음가득한 아픔에 관한 말은 고스란히 제자를 위해 준비해둔 선생의 마음처럼

구질구질 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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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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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까지는 책을 잡으면 곧바로 중심을 향해 파고 들었지 작가나 출판사에 관심 갖지 않았었다.

요샌 달라졌다. 아니 작품이 좋으면 여러번 작가의 이름을 보고,

작가의 약력을 꼼꼼히 살피고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본다. 고맙다고




쥐를 잡자 푸른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그냥 구상하고 있었던 소재와 맞아 떨어져서 사서 보았는데 그런 상을 탄 청소년 소설이다

그리고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팠다.

열일곱 소녀가 감내한 생명의 무게에 대해

충분히 걸러내고

써낸 소설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안타까웠다

그건 한계에 대한 것이다




순전한 여자들의 이야기로만 귀착된 지점에 대한 것이다

속상했고

그건 아직도 이 사회의 대세임에 틀림없다고

나혼자 묻고 답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청소년 문고의 수준을 한단계 높인 소설인 듯하다

문체도 그렇고

비유를 사용한 지점도 그렇고

적당한 호흡을 통한 생략과 응축

그 기법이 탁월했다




그러면서 느꼈던건 작가가 그만큼 많이 앓았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앓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건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지점에서 상상해보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 고통은 작가이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것이지만 또한 작가이기에 굴레이기도 한 지점이다




어쨌든




쥐를 잡자는 열일곱 소녀가 가진 아기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낙태를 하고 혼자서 물속에 스스로를 가두고만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건 청소년 성문제에 대한 이야기지만

도덕에 대한 이야기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일뿐이다. 현실이 빠진 일상이 빠진 이상화된 이야기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진 고통만 극대화된 하지만 소설은 그 고통을 극대화 할 수 있어서

장점을 가진 장르다.

그럼에도 그 장점이 사회의 선입견과 함께 갔을 땐




사회의 편견에 고스란히 실려갈 땐




소설은 아이를 가진 소녀의 고통을 고통스럽게 따라간다. 집요하고 끔찍스럽게

하지만 그나이에 아이를 가진 소녀는 그렇게 혼자 끔찍스러워 해선 안된다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건 사회가 진 책임의 무게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냥 분위기로만 몇마디 말로만 연출하고만 작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게 된다.




내가 다니는 학원 뒤엔 아파트를 짓겠다고, 다랑이 논들과 밭들을 모두 매우고 주변에 높게 담장을 둘러놓았다.

따뜻한 도시 속 시골 풍경은 오솔길이 있고, 논둑길이 있었던 풍경은 순식간에 높은 담장에 먹혀버렸다.

그리고,....




근처 남자 고등학생들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사방 시야가 다 가려져 버리는 높은 담장안 그 음습한 어둠을 이용한

욕망을 억눌린 섣부른 아이들이 있었다. 다섯건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건은 그 폭행을 저지른 녀석들이 잡히고,

잡혀서 경찰의 취조를 받는 와중에 다섯건의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섯건의 성폭행 피해자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초등생과 중학생들이라 했다




그들이 고통을 꼭꼭 누르고 나름으로 해소하면서 살아갈까 아니면

끝없이 자신을 찌르며 아파하며 살아갈까

그네들의 끔찍한 하루하루가 안타깝다.




[쥐를 잡자]는 소설엔 아이를 가진 여자 아이만 나온다

그것을 지켜보는 미혼모 엄마가 나오고

또 그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던 할머니가 나온다

그리고,

제자의 임신을

육감으로 알아채는 담임선생이 나온다

나와서

지켜본다 섣불리 아이의 고통을 재단하지 않으려 몹시도 조심했던 선생님의 마음이 나온다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무서워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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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갈등이다.

작가는 갈등이 무언지 아는 사람같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오래된 신화를 읽듯이 술술 읽어낸다.

그러면서도 자꾸 묻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여자임에도

어느 하나 진정 여성성을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인물은 없다는 사실

모두 여성성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모성이라는 관념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못난이 여인이 자신의 딸을 미워하고 심지어는 눈을 찌르기까지 하고

걱정을 몹시도 사랑했던 여인 금복이 정작

걱정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채 태어난 춘희를 방치하는 까닭까지도

쌍둥이 여인도 써커스단에서 창녀로 몸을 바꾸다보니

정상적인 사랑을 나누어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

등장하는 여인들 모두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다.

금복이 그렇게 많은 사내들과 통정을 하였음에도 다시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을만큼

독특한 모습과 힘으로 어머니 대지를 닮은 춘희도 아기를 낳지만,

엄혹한 현실 앞에 아기를 묻고 만다.

눈이 내리고, 음식이 없어 눈내린 산야를 떠도는 춘희

아이는 열이 오른다. 그 아기를 살리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미개한 여인 춘희는

아기를 감당하지 못한다.

솔직히 알맹이를 추구하는 책읽기를 하는 나로서는

실망스런 책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인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렇게 남성적으로 써도 되느냐고,

바야흐로 폭력을 예언하고 있는건 아닌가하고

불안해 하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 건 또 무언지 묻게된다.

더불어 참으로 문학상을 받을만한 작품인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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