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갈등이다.
작가는 갈등이 무언지 아는 사람같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오래된 신화를 읽듯이 술술 읽어낸다.
그러면서도 자꾸 묻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여자임에도
어느 하나 진정 여성성을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인물은 없다는 사실
모두 여성성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모성이라는 관념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못난이 여인이 자신의 딸을 미워하고 심지어는 눈을 찌르기까지 하고
걱정을 몹시도 사랑했던 여인 금복이 정작
걱정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채 태어난 춘희를 방치하는 까닭까지도
쌍둥이 여인도 써커스단에서 창녀로 몸을 바꾸다보니
정상적인 사랑을 나누어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
등장하는 여인들 모두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는다.
금복이 그렇게 많은 사내들과 통정을 하였음에도 다시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을만큼
독특한 모습과 힘으로 어머니 대지를 닮은 춘희도 아기를 낳지만,
엄혹한 현실 앞에 아기를 묻고 만다.
눈이 내리고, 음식이 없어 눈내린 산야를 떠도는 춘희
아이는 열이 오른다. 그 아기를 살리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미개한 여인 춘희는
아기를 감당하지 못한다.
솔직히 알맹이를 추구하는 책읽기를 하는 나로서는
실망스런 책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인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렇게 남성적으로 써도 되느냐고,
바야흐로 폭력을 예언하고 있는건 아닌가하고
불안해 하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 건 또 무언지 묻게된다.
더불어 참으로 문학상을 받을만한 작품인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