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 스토리콜렉터 15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박계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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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조금씩 들려오는 소문을 듣자 하니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와 계약해서 책을 내더라도 그 책이 쪽박인지 대박인지는 시장에 풀려보아야 알 수 있을 텐데요. 작가와의 협의가 판매 부수당 얼마로 계약되었을 때에도 걱정이 되겠지만 선인세를 주었다거나 계약금을 후하게 주었다거나 할 때에는 판매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편집부에서는 윤문이라거나 편집에 신경을 쓰고 소설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지 시안에도 무척 신경을 씁니다. 마케팅부에서는 어떤 마케팅으로 이 책을 소문낼 것인가 고심하겠지요. 유명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읽어주거나 비밀 독서단 같은 데에 소개가 되면 판매 부수가 좀 오를 텐데,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마케팅을 기획해야 할 겁니다. 


만일 계약을 한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아보았는데, 그 원고가 형편없다면 큰일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원고를 읽어보았을 때 이건 어떻게 해도 책으로 팔릴 수 없겠다, 독자에게 소개할 수 없겠다 싶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출판사 직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장의 매끄럽지 못함은 둘째 치고서라도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받은 작품이 잔인한 살해 방법이나 자극적인 내용만 잔뜩 묘사되어있는데, 논리면에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앞뒤가 맞지 않고 형편없는 구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소설 <스크립트>에서는 편집부의 한 명이 고스트라이터로서 이 소설에 손을 댑니다. 아니, 손을 댔다기보다는 공저자 혹은 실제 저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소설이 형편없었거든요. 출판사에서 애초에 작가의 소설을 포기했다거나 작가에게 이런저런 점이 잘 못 되었으니 수정하라고 했었더라면 이 소설 속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스크립트>에는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등장합니다. 그는 4년 전 <밤의 화가>라는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고, 어떤 광팬에 의해 모방 살인이 일어나는 바람에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립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신작 <스크립트>를 모방한 범죄가 다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피부 위에 새겨진 소설이 캔버스처럼 틀에 고정되어 배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일 이 사건이 <스크립트>의 모방 살인이라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겠지요. 형사들은 엽기적인 사건을 추적하다 이 소설과의 접점을 만나게 됩니다. 소설의 흐름 중간중간 피해자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끼어있습니다. 읽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한 묘사로 인해 눈앞에 그려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너무나 끔찍해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피해자인 그녀처럼 눈이 고정되어 차마 돌릴 수도 없습니다. 과연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작가인 크리스토퍼 얀, 서점 주인 한젠, 가정부 예거부인, 서평을 까칠하게 올렸던 니나 하르트만, 니나의 남자친구 등 등장인물들 모두가 수상쩍습니다. 책의 장이 거의 다 끝나 갈 때까지 이 책의 범인은 진부하게, 뻔한 사람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 했던 인물일 것인가 궁금했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제대로 마무리 지어집니다. 



캔버스 틀을 돌려 캔버스를 틀에 고정시킨 클립 옆에 작은 암적색 덩어리들이 달려 있는 너덜너덜한 가장자리를 보자, 니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틀림없이 착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감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의 둔탁한 울림처럼 니나의 마음속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명확해져 갔다.

니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 틀을 다시 돌렸다. 그녀가 어두운색의 점을 한 번 더 또렷이 바라보았을 때 그 예감은 한순간에 확신이 되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그 물건을 싱크대 위로 던지고는 떨리는 손을 입술에 갖다 댔다.

이 어두운색 점은 약간 늘어난 색소반이 틀림없었다. 책의 표지로 보이는 이 물건을 만든 이 소재, 가장자리에 여전히 작은 살점들이 매달려 있는 이 소재는 틀림없이 살갗이었다. 그것도 동물의 것이 아니었다.

- p.13 ~14


아, 참. 이 책의 교훈.

서평을 까칠하게 올리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서평이 아니라 리뷰니까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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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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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가 있는 유명한 뇌과학자이자 첫사랑의 그녀와 결혼해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인 제임스 팰런은 어느 날 연구실에서 뇌의 영상들을 분석하던 중 자신의 뇌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그것과 유사한 특징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이내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지요. 게다가 알고보니자신의 가계도에 살인자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있는 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지식을 동원, 스스로를 분석하기에 이릅니다. 



91 페이지부터 110 페이지까지는 좀 어렵습니다. 무척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알듯 말듯합니다. 다행히 최근에 뇌과학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읽다가 만 적이 있기에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요. 전문용어와 분석에 관한 이야기가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럴때는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자신의 뇌에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뇌과학적인 지식으로 스스로를 분석하는 것도 그렇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분석하는 것들도 그랬습니다. 그는 어릴 때, 젊을 때에 공황장애, 강박장애나 공격성, 쾌락주의, 개인주의 등 사이코패스로서 폭력성을 드러낼 소지가 무척 많았습니다만, 누구를 죽인 적도 없었고 가정폭력범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돌출되던 폭발적인 에너지를 스포츠로 대방출. 그래서 안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잠깐의 이야기이고, 길게 보아서 그는 어째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을까요? 


  수감된 사이코패스 중 유아기에 신체적, 감정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청소년 사이코패스 범죄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0퍼센트가 어린 시절 내내 심각한 학대를 받았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믿을 만한 기억이 기껏해야 서너 살 이후에야 시작된다고 보면, 이 결과는 더 높은 비율의 성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일찍부터 상당한 학대를 경험한다는 의미를 함축했다. 그렇다면 이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생애 초기의 한 시점에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다. 나는 여기에다 가해자를 감싸는 사이코패스들을 더하면, 사이코패스 중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은 비율은 거의 99퍼센트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내가 범죄자가 아닌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한 게 바로 이때다. 살인자들은 학대를 당한 적이 있었고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우리를 만드는 건 양육이 아니라 본성이라는 나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키우느냐'가 결국은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112-113


최근 아동 학대가 늘고 있죠. 가정에서나 어린이집에서나.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건지 이런 것이 아동학대다...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인식의 변화가 숨겨져있던 아동학대를 드러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수치상으로 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런 학대는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킵니다. 학대를 하는 사람의 뇌 역시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있을 텐데요. 그것은 후성유전체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래의 유전자 부호는 동일하더라도 초기 환경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서 10대 이후의 행동을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제하고 폭력의 고리를 끊어낸다면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전해 준 폭력성의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10대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폭력은 그 폭력의 감수성을 무디게 함으로서 아이가 가질 수 있는 폭력의 크기는 어마어마 해지겠지요. 


얼마 전 에이드리언 레인의 <폭력의 해부 >를 읽을 때 모든 것이 유전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것이라면 후천적으로 아이를 케어해도 소용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고뇌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고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폭력의 해부>역시 끝까지 읽었더라면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끝까지 읽지 않은 탓에 혼자서 고민했었나 봅니다. 

이 책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감내하면서 읽을 가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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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스토리콜렉터 39
리 차일드 외 지음,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박미영 외 옮김 / 북로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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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을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보드라운 흰색의 책 표지를 넘기자, 그곳은 뉴욕이었습니다. 



뉴욕은 미국의 상업, 금융의 중심으로서 실제의 수도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과 연구소, 공연장들이 있어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지요. 문화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학일 텐데요. 문학 중에서도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작가들이 모인 미국 추리소설가 협회(MWA)에서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앤솔로지 <뉴욕 미스터리>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책입니다. 

 

미국 추리소설가 협회(MWA)는 1945년 3월에 창립되어 2015년에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클레이튼 로슨, 앤서니 바우처(그의 이름을 딴 앤서니 상도 있습니다만), 로렌스 트리트, 브렛 할리데이를 비롯한 10여 명의 작가들로 시작했던 이 단체는 점점 그 규모가 커져 현재는 수많은 작가들이 이 협회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그랜드 마스터는 서스펜스의 여왕이라 불리는 메리 히긴스 클라크가 맡고 있는데요. 그녀가 엮은 <뉴욕 미스터리>는 17명의 작가가 참여해 흑백의 뉴욕을 자신의 색으로 칠하고 있습니다. 

 

각 단편의 시작마다 흑백의 뉴욕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그 사진은 뉴욕의 명소 플랫 아이언 빌딩, 센트럴 파크, 헬스 키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뉴욕은 커녕 미국에 가보지 않은 저 역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장소가 등장하며 그 장소를 배경으로 미스터리가 펼쳐집니다. 미국 추리소설가 협회가 뉴욕에 있기 때문에 70주년 앤솔로지는 뉴욕의 과거와 현재를 담는데 초점을 맞춘 모양입니다. 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요. 읽다 보면 회색빛의 건물이 붉은색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회색빛의 강이 푸른색으로 빛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회색으로 돌아가버리는 우울함을 겪기도 하지요.  

 

17명의 작가들의 색은 확실히 뚜렷해서 각각의 단편들이 분명한 경계를 긋습니다만, 단 한가지 미국 소설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 뉴욕을 더욱 진하게 만나게 만듭니다. 읽을수록 더 깊게 느껴지는 미국적인 냄새와 향기가 코를 자극해 가끔은 매캐하기도 합니다. 저는 코리안 인 뉴욕을 흥얼거리며 - 그런 노래가 있을까요? 원래는 잉글리시 맨 인 뉴욕입니다만 - 거리를 헤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욕 미스터리>에 실려있는 작품들 중 전혀 저와 안 맞는 작품도 있었고 무척 잘 맞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뷔페에 가도 모든 음식이 제 입맛에 맞는 건 아니니까요. 뷔페라면 샐러드 쪽이 잘 안 맞았을 테지만, 소설에서는 도리어 육류가 저와 잘 안 맞았던 것 같습니다. 

 

북로드에서 출판 전 예고로 연재했었던 줄리 하이지의 '이상한 나라의 그녀'는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척 짧은 분량의 소설이었지만 미스터리가 주는 반전의 맛이 진하게 들어있어서 좋았습니다. 유니언 스퀘어를 배경으로 한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5달러짜리 드레스' 역시 반전과 더불어 주인공의 돌아가신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 들어 있지 않은 수십 년의 시간을 마지막 한 줄의 문장으로 떠올리며 상상하게 만들고 놀라움 속에 빠지게 만드는 그녀의 필력에 놀랐습니다. 헬스 키친을 배경으로 한 토머스 H.쿡의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는 무척 슬펐습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비극이 결국 그녀를 계속 지옥에 있게 만든 것 같아 우울했습니다. 희곡의 형식으로 쓰여진 첼시 배경의 '함정이다!'는 벤 윈터스의 단편인데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를 희곡으로 만드니 모든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극체의 대사로 이야기하는 것이 상상되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스틴 스콧 덕분에 시간 여행자 에드거 알란 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단편 '더할 나위 없는'을 통해서요. 에드거 알란 포가 은행강도를 도와주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었을까요? 우울함과 몽상에 빠져있던 에드거 알란 포의 밝은 모습을 훔쳐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틴 플레이스를 배경으로 하는 주디스 켈먼의 '서턴 플레이스 실종 사건'은 애잔했습니다. 화려함과 부유함이 오히려 마음의 공백을 만들고 그 공허함 때문에 괴로워하는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언제나 밝은 모습의 그녀였는데요. 과거의 단 한 번의 실수가 그녀를 망쳐버렸고, 그 사실은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었지요. 

N.J. 에이어스의 '가짜 코를 단 남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제 입맛이 아니었던 거죠. 이 작가는 법의학 미스터리로 유명하다는데 왜 이런 스타일의 단편을 썼을까요. 장편이었으면 모를까 단편으로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이 스토리를 토대로 중편이나 장편을 썼다면 좀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순식간에 읽게 되거든요. 어쩌면 호흡을 조절하며 읽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뉴욕 미스터리>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모두 끌어내어 온전히 느꼈을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매력을 느끼지 못 했던 부분들까지 모두 가지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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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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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틀을 깨는 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고, 괴짜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당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웃어넘길 수 없는 일들을 주장하거나 물건을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과거로 돌아가 제가 알지 못하는 시대의 일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제가 기억하는 세월 동안에도 별스러운 것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미래의 과학이라는 책에 21세기 사람들은 전화기를 들고 다닐 것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도대체 전화선은 어디다 꽂고 다니냐며 비웃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할 수 있는 전화가 없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생각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동 언어 번역기가 나와서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을 다니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그건 정말이지 제발 발명되었으면 하는 기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세상을 상상만 하고, 누군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실로 만들어 최초가 되는 사람이 원조, 창시자, 즉 오리지널스 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을 보면 창의력이 요구되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서 - 혹은 그렇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서 자신의 아이도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 창의라는 틀에 아이를 집어넣습니다. 심지어 창의성을 키워주는 학원에 보내, 학원에서 정한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는 바람에 결국엔 창의 프레임 안에 갇힌 아이를 만들고 맙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그런 행동들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를 창의적인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먼저 애덤 그랜트의 저서 <오리지널스>를 읽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를 통해 내면의 독창성을 발휘해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을 변화시킬 수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학계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현장 사례, 차별화된 통찰을 통해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특유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입니다.(표지 날개 - 저자 소개 中)


크롬을 사용하는 저로서는 책의 초반에 크롬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주도적이며 선택지를 찾는 타입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뻤습니다. 어쩌면 나도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이런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이 아이는 좀 더 생각이 열릴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나 자신이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희망을 더 걸고 있는 자기주도적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웠으며 생각의 방향을 조금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다소 의존적이라거나 이젠 무엇을 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나의 아이디어나 독창성을 억눌러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 우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 역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책을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판단을 잘 못 하여 와비파커(온라인 안경회사)에 투자하지 않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 획기적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 전망했으나 그렇지 못 했던 세그웨이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부정 오류와 긍정 오류. 두 가지다 오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진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그웨이의 경우에도 실망에서 빨리 일어나서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걷지요.  그런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무척 위안을 받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책의 290페이지를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인이 아닌 가상의 인물들이 훨씬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독창적인 인물들은 성장기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을 첫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시간의 주름>,<엔더스 게임>같은 소설 말이지요. 알리바바의 마윈 역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 아이가 위인 중에, 혹은 성공한 사람들 중에 롤모델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추천하지 않는 책을 사랑하며 거기 나오는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을 열심히 파고 파고 온천이라도 발견할 기세로 또 파고 있어도 괜찮은 것이로구나 하며 안심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 전체에서 이 부분을 가장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이 워낙 방대한 부분에서 오리지널스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가장 마음에 와닫는 부분이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만일,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 역시 이 의견에 반대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 오리지널스일겁니다. 


이 책은 무척 다양한 부분에서 오리지널스를 이야기합니다. 비밀 독서단에서 즐겨 하는 이야기이지만 딱 부러지는 격언 같은 가르침이 아니라 다양한 실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제대로 짚어주며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요소요소마다 와닫는 이야기들.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책에 메모하는 습관이나 형광펜을 칠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 책은 아마도 너덜너덜 해졌을 겁니다. 플래그 만으로도 고슴도치같이 변해버렸거든요. 애덤 그랜트의 위트 있는 어휘, 공감 가는 진행에 푹 빠져서 천천히 단어와 문장을 음미하며 읽는 바람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번에 죽 읽기보다는 챕터별로 읽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비슷한 경우의 주변 인물, 유명인들, 사건 같은 걸 떠올리면 더 재미있게 이 책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책의 맨 뒷부분에 요약이 잘 되어있습니다. 독자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서 조언을 달리하며 요약되어있습니다. 참 친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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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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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팀-알렙' 이라는 이름도 찻탓캇이라는 이름도 전혀 낯설지가 않고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리뷰를 곰곰히되짚어보아도 댓글 부대라는 소설이 전혀 소설 같지 않고 실제와 같아서 혹시 정말 있었던 일을 옮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 그리고 여론 조작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는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이름들을 어디서 들었을까요? 어쩌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흘려버린 이름을 제 뇌에서는 특이한 부분이니 저장해두거라.... 하며 저의 무의식 속에 집어넣어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나 사진 속에 그런 정보를 슬쩍 집어넣는 것처럼요. 그렇게 몰래 집어넣어둔 정보라 할지라도 우리의 뇌는 신기하게도 그것들을 저장해 놓았다가 어떤 계기나 상황에서 무심결에 끄집어 내게 됩니다. 그런 원리를 잘 이용하는 자들이 바로 이 소설 속의 '팀- 알렙'이었습니다. 


'팀-알렙'은 리더인 삼궁, 글을 잘 쓰는 찻탓캇, 서번트 증후군의 01査10,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소규모 팀이지요. 커뮤니티의 댓글이나 게시물을 통해, 그 커뮤니티를 와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머리도 좋고 센스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검은 손이 다가와 의뢰를 합니다.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무너뜨리면 돈을 주겠다고. 의뢰를 수락한 그들은 의뢰인이 원한 커뮤니티를 순전히 글 솜씨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무너뜨립니다. 한편, 이런 일을 계속 해오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찻탓캇은 K 신문사 임상진 기자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세세한 부분들까지 모두 이야기하지요. 돈도 좋지만더 이상 이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점점 더 빠져들어갑니다. 묘하게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것 같은 사건들. 인터넷에서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들, 유행했던 것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진짜로 이런 팀이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국정원 사건도있었고 하니 이런 댓글 조작단, 여론 조작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교묘한 몰아가기, 음모론에 사람들이 편승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점 살을 붙여가며 진짜처럼 변하는 일들을 많이 보아왔으니까요. 생각은 점점 더 확장되어 혹시 그 사건도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어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 경계가 애매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소설은 사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입니다.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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