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 스토리콜렉터 15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박계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출판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조금씩 들려오는 소문을 듣자 하니 그렇게 녹녹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와 계약해서 책을 내더라도 그 책이 쪽박인지 대박인지는 시장에 풀려보아야 알 수 있을 텐데요. 작가와의 협의가 판매 부수당 얼마로 계약되었을 때에도 걱정이 되겠지만 선인세를 주었다거나 계약금을 후하게 주었다거나 할 때에는 판매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편집부에서는 윤문이라거나 편집에 신경을 쓰고 소설의 내용뿐만 아니라 표지 시안에도 무척 신경을 씁니다. 마케팅부에서는 어떤 마케팅으로 이 책을 소문낼 것인가 고심하겠지요. 유명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읽어주거나 비밀 독서단 같은 데에 소개가 되면 판매 부수가 좀 오를 텐데,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면 자신들만의 독특한 마케팅을 기획해야 할 겁니다. 


만일 계약을 한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아보았는데, 그 원고가 형편없다면 큰일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원고를 읽어보았을 때 이건 어떻게 해도 책으로 팔릴 수 없겠다, 독자에게 소개할 수 없겠다 싶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출판사 직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장의 매끄럽지 못함은 둘째 치고서라도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받은 작품이 잔인한 살해 방법이나 자극적인 내용만 잔뜩 묘사되어있는데, 논리면에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앞뒤가 맞지 않고 형편없는 구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소설 <스크립트>에서는 편집부의 한 명이 고스트라이터로서 이 소설에 손을 댑니다. 아니, 손을 댔다기보다는 공저자 혹은 실제 저자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소설이 형편없었거든요. 출판사에서 애초에 작가의 소설을 포기했다거나 작가에게 이런저런 점이 잘 못 되었으니 수정하라고 했었더라면 이 소설 속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스크립트>에는 크리스토프 얀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등장합니다. 그는 4년 전 <밤의 화가>라는 미스터리 소설을 발표했고, 어떤 광팬에 의해 모방 살인이 일어나는 바람에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립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신작 <스크립트>를 모방한 범죄가 다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피부 위에 새겨진 소설이 캔버스처럼 틀에 고정되어 배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일 이 사건이 <스크립트>의 모방 살인이라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겠지요. 형사들은 엽기적인 사건을 추적하다 이 소설과의 접점을 만나게 됩니다. 소설의 흐름 중간중간 피해자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끼어있습니다. 읽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한 묘사로 인해 눈앞에 그려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너무나 끔찍해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피해자인 그녀처럼 눈이 고정되어 차마 돌릴 수도 없습니다. 과연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작가인 크리스토퍼 얀, 서점 주인 한젠, 가정부 예거부인, 서평을 까칠하게 올렸던 니나 하르트만, 니나의 남자친구 등 등장인물들 모두가 수상쩍습니다. 책의 장이 거의 다 끝나 갈 때까지 이 책의 범인은 진부하게, 뻔한 사람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 했던 인물일 것인가 궁금했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제대로 마무리 지어집니다. 



캔버스 틀을 돌려 캔버스를 틀에 고정시킨 클립 옆에 작은 암적색 덩어리들이 달려 있는 너덜너덜한 가장자리를 보자, 니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틀림없이 착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감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의 둔탁한 울림처럼 니나의 마음속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명확해져 갔다.

니나는 손가락 끝으로 그 틀을 다시 돌렸다. 그녀가 어두운색의 점을 한 번 더 또렷이 바라보았을 때 그 예감은 한순간에 확신이 되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그 물건을 싱크대 위로 던지고는 떨리는 손을 입술에 갖다 댔다.

이 어두운색 점은 약간 늘어난 색소반이 틀림없었다. 책의 표지로 보이는 이 물건을 만든 이 소재, 가장자리에 여전히 작은 살점들이 매달려 있는 이 소재는 틀림없이 살갗이었다. 그것도 동물의 것이 아니었다.

- p.13 ~14


아, 참. 이 책의 교훈.

서평을 까칠하게 올리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서평이 아니라 리뷰니까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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