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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틀을 깨는 인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고, 괴짜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때로는 당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웃어넘길 수 없는 일들을 주장하거나 물건을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과거로 돌아가 제가 알지 못하는 시대의 일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제가 기억하는 세월 동안에도 별스러운 것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미래의 과학이라는 책에 21세기 사람들은 전화기를 들고 다닐 것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도대체 전화선은 어디다 꽂고 다니냐며 비웃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할 수 있는 전화가 없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생각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동 언어 번역기가 나와서 외국어를 몰라도 외국을 다니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요. 그건 정말이지 제발 발명되었으면 하는 기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세상을 상상만 하고, 누군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실로 만들어 최초가 되는 사람이 원조, 창시자, 즉 오리지널스 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을 보면 창의력이 요구되는 세상의 흐름을 잘 읽고서 - 혹은 그렇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서 자신의 아이도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 창의라는 틀에 아이를 집어넣습니다. 심지어 창의성을 키워주는 학원에 보내, 학원에서 정한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는 바람에 결국엔 창의 프레임 안에 갇힌 아이를 만들고 맙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그런 행동들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를 창의적인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먼저 애덤 그랜트의 저서 <오리지널스>를 읽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를 통해 내면의 독창성을 발휘해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을 변화시킬 수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학계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현장 사례, 차별화된 통찰을 통해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특유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입니다.(표지 날개 - 저자 소개 中)
크롬을 사용하는 저로서는 책의 초반에 크롬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자기 주도적이며 선택지를 찾는 타입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뻤습니다. 어쩌면 나도 오리지널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이런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이 아이는 좀 더 생각이 열릴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나 자신이 무엇을 해내겠다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희망을 더 걸고 있는 자기주도적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웠으며 생각의 방향을 조금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다소 의존적이라거나 이젠 무엇을 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나의 아이디어나 독창성을 억눌러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 우울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 역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나 자신을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책을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판단을 잘 못 하여 와비파커(온라인 안경회사)에 투자하지 않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 획기적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 전망했으나 그렇지 못 했던 세그웨이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부정 오류와 긍정 오류. 두 가지다 오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진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그웨이의 경우에도 실망에서 빨리 일어나서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걷지요. 그런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무척 위안을 받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책의 290페이지를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위인이 아닌 가상의 인물들이 훨씬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독창적인 인물들은 성장기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을 첫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시간의 주름>,<엔더스 게임>같은 소설 말이지요. 알리바바의 마윈 역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을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 아이가 위인 중에, 혹은 성공한 사람들 중에 롤모델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선생님이 추천하지 않는 책을 사랑하며 거기 나오는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을 열심히 파고 파고 온천이라도 발견할 기세로 또 파고 있어도 괜찮은 것이로구나 하며 안심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 전체에서 이 부분을 가장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이 워낙 방대한 부분에서 오리지널스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가장 마음에 와닫는 부분이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만일,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 역시 이 의견에 반대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 오리지널스일겁니다.
이 책은 무척 다양한 부분에서 오리지널스를 이야기합니다. 비밀 독서단에서 즐겨 하는 이야기이지만 딱 부러지는 격언 같은 가르침이 아니라 다양한 실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제대로 짚어주며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요소요소마다 와닫는 이야기들.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책에 메모하는 습관이나 형광펜을 칠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 책은 아마도 너덜너덜 해졌을 겁니다. 플래그 만으로도 고슴도치같이 변해버렸거든요. 애덤 그랜트의 위트 있는 어휘, 공감 가는 진행에 푹 빠져서 천천히 단어와 문장을 음미하며 읽는 바람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번에 죽 읽기보다는 챕터별로 읽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비슷한 경우의 주변 인물, 유명인들, 사건 같은 걸 떠올리면 더 재미있게 이 책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책의 맨 뒷부분에 요약이 잘 되어있습니다. 독자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서 조언을 달리하며 요약되어있습니다. 참 친절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