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심연 - 뇌과학자,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하다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명도가 있는 유명한 뇌과학자이자 첫사랑의 그녀와 결혼해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인 제임스 팰런은 어느 날 연구실에서 뇌의 영상들을 분석하던 중 자신의 뇌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그것과 유사한 특징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이내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평범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지요. 게다가 알고보니자신의 가계도에 살인자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이 있는 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 하나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지식을 동원, 스스로를 분석하기에 이릅니다. 



91 페이지부터 110 페이지까지는 좀 어렵습니다. 무척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알듯 말듯합니다. 다행히 최근에 뇌과학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읽다가 만 적이 있기에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는 있었습니다. 아주 잠시요. 전문용어와 분석에 관한 이야기가 책의 중간중간 나오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럴때는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자신의 뇌에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뇌과학적인 지식으로 스스로를 분석하는 것도 그렇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분석하는 것들도 그랬습니다. 그는 어릴 때, 젊을 때에 공황장애, 강박장애나 공격성, 쾌락주의, 개인주의 등 사이코패스로서 폭력성을 드러낼 소지가 무척 많았습니다만, 누구를 죽인 적도 없었고 가정폭력범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돌출되던 폭발적인 에너지를 스포츠로 대방출. 그래서 안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잠깐의 이야기이고, 길게 보아서 그는 어째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을까요? 


  수감된 사이코패스 중 유아기에 신체적, 감정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청소년 사이코패스 범죄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0퍼센트가 어린 시절 내내 심각한 학대를 받았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믿을 만한 기억이 기껏해야 서너 살 이후에야 시작된다고 보면, 이 결과는 더 높은 비율의 성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일찍부터 상당한 학대를 경험한다는 의미를 함축했다. 그렇다면 이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생애 초기의 한 시점에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다. 나는 여기에다 가해자를 감싸는 사이코패스들을 더하면, 사이코패스 중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은 비율은 거의 99퍼센트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내가 범죄자가 아닌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한 게 바로 이때다. 살인자들은 학대를 당한 적이 있었고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우리를 만드는 건 양육이 아니라 본성이라는 나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키우느냐'가 결국은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112-113


최근 아동 학대가 늘고 있죠. 가정에서나 어린이집에서나.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건지 이런 것이 아동학대다...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인식의 변화가 숨겨져있던 아동학대를 드러나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수치상으로 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런 학대는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킵니다. 학대를 하는 사람의 뇌 역시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있을 텐데요. 그것은 후성유전체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래의 유전자 부호는 동일하더라도 초기 환경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서 10대 이후의 행동을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제하고 폭력의 고리를 끊어낸다면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전해 준 폭력성의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10대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폭력은 그 폭력의 감수성을 무디게 함으로서 아이가 가질 수 있는 폭력의 크기는 어마어마 해지겠지요. 


얼마 전 에이드리언 레인의 <폭력의 해부 >를 읽을 때 모든 것이 유전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것이라면 후천적으로 아이를 케어해도 소용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고뇌했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고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폭력의 해부>역시 끝까지 읽었더라면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끝까지 읽지 않은 탓에 혼자서 고민했었나 봅니다. 

이 책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감내하면서 읽을 가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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