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푸드 - 당신의 뇌가 원하는 음식은 따로 있다
리사 모스코니 지음, 조윤경 옮김 / 홍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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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생선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부지런을 떨어서 새벽배 들어오는 포구에 가서 각재기라고 불리는 정어리를 사 온다면 모를까 저에게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식품입니다. 실은, 핑계입니다. 저는 비린내가 싫어요. 집에서 생선이 구워지는 냄새도 싫고, 조림을 하자니 나트륨이 걱정됩니다. 밖에서는 먹어요. 단,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에 한해서 말이에요. 몸에 좋은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뇌와 혈관 건강을 위해 오메가 3 보충제를 먹고 있습니다. 이젠 염려해야 하는 나이거든요.

그런데 <브레인 푸드>의 저자 리사 모스코니는 보충제보다는 직접 음식에서 오메가 3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연어를 하루에 85g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연어라... 저 연어 좋아하거든요. 마트에 가서 연어를 사다가 소분해야겠어요. 그뿐만 아니라 난황에는 인지질이 풍부해서 콜레스테롤이 유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적당량의 달걀을 꾸준히 먹는 것도 좋다고 하더군요. 저자는 블랙 캐비아나 연어 알 같은 걸 권하지만 저는 좀.

저자는 <브레인 푸드>를 통해 반짝하고 떠오르는 획기적이거나 신박한 방법보다는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무척 중요한 것으로, 이상한 불안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을만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저자의 처방은 무척 간단합니다.

첫째, 꾸준히 신체 활동을 하면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을 섭취하라. 셋째, 물질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며 동맥이 막히게 만든다고 알려진 동물성 식품과 첨가된 당의 섭취를 제한하라. 넷째, 물을 많이 마셔라. 다섯째, 금연하라. 그리고 간접흡연을 최대한 피하라. 여섯째,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간다면 의사의 지침에 따라 몸무게를 줄여라.

-p.215,216

건강을 위해서는 무척 당연한 처방임에도 꾸준히 이것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뇌와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깁니다. 저는 충분한 채소의 섭취를 하지 않고,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아요. 저는 고혈압입니다. 이는 결국 뇌혈관에도 영향을 미쳐서 벌써 문제가 생기고 있을지 몰라요. 저자는 충분한 수면 역시 권하고 있는데, 저는 약간의 수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게 원인인지도 모르겠는데요. 아이가 공부하다가 늦게 자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봅니다만, 이러다가 노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아이를 더 힘들게 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브레인 푸드>의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당신의 뇌는 어느 날 갑자기 병들지 않는다.'

맞습니다. 지금 저의 식습관, 과거로부터의 식습관, 행동 습관이 노년의 저를 만들겠죠. 안 좋은 습관이라면 그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바로 교정해야 합니다.

그 시기가 이르면 이를 수록 좋아요. 혈관의 노화라거나 뇌의 노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소를 잃어도 다음 소를 위해 외양간은 고쳐야 하겠지만 잃기 전에 단단히 방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 책은 대체로 믿음직합니다. 겁을 주는 게 아닌, 되도록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이자 영양사입니다. 그렇기에 뇌에 좋은 음식을 영양학 측면에서 알려주고 권유합니다. 뇌에 좋은 음식은 곧 혈관에 좋은 음식이고 심장에 좋은 음식입니다. 따라서 저자가 권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피고 따른다면 뇌 건강뿐만 아니라 전신의 건강, 노화 방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 추천 식품 중 비용 면에서 -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 이를테면 물을 충분히 마신다거나 좋은 기름을 사용한다거나 식탁 위의 트랜스 지방을 몰아낸다거나 하는 건 충분히 실천 가능합니다. 고구마를 즐겨 먹으라는 건 누구나 잘 할 수 있겠죠. 특히 단순히 굽거나 쪄서 먹으라는 건 황홀한 유혹입니다. 그러니 이런 걸 어떻게 하라고! 하면서 투덜대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게 좋겠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식단과 요리법이 나와있는데, 그건 참고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분명 건강에 좋은 식단이긴 한데, 우리가 이대로 식단을 꾸리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조리법이고 몸에 좋은 조리법이니 가끔씩 내킨다면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꼼꼼히 읽고 저자의 권유에 따른 좋은 식품, 좋은 조리법으로 우리 형편에 맞게 식단을 직접 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에는 좋은 내용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영양학적 측면에서 손색이 없습니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 혹은 채식에 가까운 식단을 권하고 있으므로 채식주의자 독자가 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처럼 육식을 과하게 하는 독자도 반성의 기회를 갖고 새해 건강 지침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가 2020년 새해 건강을 위해 계획을 세운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마법의 약'이나 순식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빠른 해결 책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 책을 통해 신경 영양학을 실천하며 당신이 발견하는 지식은 평생에 걸친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뇌를 만드는 것을 돕고 앞으로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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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1-07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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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피어스 브로넌, 가이 피어스 주연의 영화 스피닝 맨을 보았습니다.

어여쁜 한 여학생이 실종된 후 주용의자로 에반 교수가 지목되는데요. 경찰인 말로이는 그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그의 주변에서 여학생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이를테면 차 뒷좌석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발견되는 것 같은. 사실 에반에게는 자신의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비밀이 있습니다. 대형 매장에서 어리고 예쁜 여자 점원의 상냥한 미소와 응대를 보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여학생을 보면 깊은 관계에 이르는 상상을 하는데, 그 상상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감독이 제대로 시점을 짚어주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에반에게는 그런 감독이 없었기에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저번 학교에서 여학생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쪽으로 오게 된 것이라는데, 정작 그는 억울합니다. 그 여학생과 관계 맺은 기억이 없어요. 이번에도 억울합니다. 그저 실종된 학생과 친구들을 한 번 태워준 일이 있었을 뿐인데 오해를 받으니까요. 가족과 학교, 학생들 모두 그를 나쁜 놈 취급합니다.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그는 혹시나 어쩌면 정말로...라는 생각 끝에, 실종된 여학생을 따라가다 그만 죽이고 마는 기억을 만들어내고 자수하러 갑니다.

영화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그의 기억인지, 그리고 그의 뇌가 합리화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던 부분도 있습니다. 이 책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읽기 전엔 죄책감이 만든 합리화일 거라 생각했고 세상 모든 이의 기억은 왜곡되고 조작되는 바, 주인공인 에반의 경우엔 이기적이어서 더 심했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뇌 기능 오류였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이 병에 대해 알고 있었나 봅니다.

말짓기증(confabulation,작화증)환자들은 누군가를 고의로 속일 생각이 없으며 자신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있지도 않았던 일을 기억한다.

-p.196

다중 인격에 대해 다루는 영화 아이덴티티나, 가이 피어스의 또 다른 영화 메멘토 같은 영화들은 그냥 보아도 재미있지만 뇌과학이나 이상에 대해 알고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지식이 선행되면 좋지만 가끔은 영화를 보고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책을 읽고 나면 이해되기도 합니다. 이번도 그런 케이스입니다.

이 책,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흔히 말하는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뇌가 어떻게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고자 노력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위트 있는 문장과 센스 있는 편집으로 소설이나 사례집을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책보다 약간 가벼워 누구나 읽을 수 있는데, 책이 하드커버에 두께가 두꺼워 지레 겁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그러나 이 책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 궁금해본 적도 없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보다 궁금했던 '시각 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볼까' 하는 이야기 같은 거요. 후천적 시각 장애인은 영상이 있는 꿈을 꿀 거라 생각했지만 선천적인 경우엔 어떨까 했는데요. 뇌는 부족한 부분을 자신의 논리로 메꾸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영상이 있는 꿈을 꾼다고 하는군요. 그들이 꿈에서 보는 영상과 우리가 보는 영상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시각 장애인의 뇌는 지각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시각적 환각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감각을 동원해 시야를 재건하기도 한다. 꿈을 꿀 때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뇌는 뇌줄기가 활동하면서 내보낸 무작위 신호를 수집하고, 이런 신호들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머리는 잠을 자는 동안 터무니없는 판타지에 포위당하게 된다. -p.76

조현병 환자나 다중인격 환자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런 결과 그들이 기이한 행동을 한다는 부분에서는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무척 신기했죠. 뜬금없지만 정신병원에서 의사들이 그들과 상담하고 약물을 주고 그런 과정에도 이런 부분이 들어가겠구나, 약물은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거나 치료해서 오류를 수정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뇌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오류들은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고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험에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어른은 충격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 스스로 거짓을 꾸며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어른도 그렇거든요. 내가 머리를 써서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뇌는 스스로 합리화하고 논리적이려고 애쓰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을 왜곡해버려요. 그래서 나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거짓을 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영화, 많은 책이 떠오릅니다. 장기 기억으로 담아두었던 것을 뇌가 꺼내어 확인하나 봅니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상처 입은 뇌, 상처 입지 않은 뇌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알려줍니다. 참 흥미롭습니다. 나의 뇌는 어떨까요? 어떤 과정으로 오류를 메꾸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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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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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국 5대 소설: 삼국지연의 서유기>를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 책을 통해 구어체로 된 소설을 '백화 소설'이라고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삼국지연의>와 <서유기>모두 어린 시절부터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기에 이나미 리쓰코의 안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죠.


이번에는 <중국 5대 소설: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편을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만일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편을 읽을 기회가 온다면 꼭 읽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니 정말 기뻤습니다. 책은 지난번보다 좀 두껍고 묵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엔 세 편의 소설을 이야기하려니 분량이 많이 질 수밖에요. 앞서의 책과의 차이점이라면, 지난번의 삼국지연의와 서유기는 백화소설이라 맛깔나게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성격이 다른 별개의 소설이었다면 이번의 책은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는 점일 겁니다.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모두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서로 관계있음을 알고 있을 텐데, 저는 수호전과 금병매는 읽었으나 홍루몽을 읽지 않았고, 두 책을 읽었음에도 반금련의 그 늠름한 시동생이 수호전의 인기 인물 무송이라는 건 몰랐습니다. 수호전은 학생 때, 금병매는 몇 년 전에 읽었는데요. 아마 수호전의 인물들에 대해 거의 잊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삼국지는 몇 번이고 읽었지만 수호전은 두 번 정도 읽다가 처음엔 완독했지만 두 번째엔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 삼국지보다 신이 나지 않더군요. 혹시 수호전에 깔려있는 여혐을 느꼈기 때문일까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나 봅니다.

<삼국지연의>에서도 정면으로 연애를 묘사하는 장면은 없지만 그래도 현부인이나 현모등 꿋꿋한 여성들이 등장해 크게 활약하는 장면이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수호전>은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의 여성상조차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중략) <수호전>세계의 여성관은 지나치게 결벽한 나머지 거의 여성 혐오에 가깝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중략) 대체로 <수호전>에서는 '여성적인 것'은 모름지기 '악'으로서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상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윤리관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수호전>이 정신적으로는 '동성끼리만 사회적 관계를 맺는' 유형의 '남성 세계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p.60~61

그래도 의협심으로 뭉쳐 무언가를 해내는 걸 보면서 통쾌해 했었습니다. 초반엔 말이에요. 후반으로 갈수록 좀 이상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좀 많아요. 자신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자기 가족을 몰살 시킨 집단에 어쩔 수 없으니 들어간다? 과거에는 그래도 좋았을까요?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에 안 들었었나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잊었던 기억이 소환되었어요.

수호전의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무송은 자신과 정반대의 외모인 무대라는 형이 있습니다 키도 작고 못생기고 볼품없는 남자인데요. 주인집과 여차여차한 일이 생겨 억지로 무대에게 시집온 반금련이라는 형수가 유혹해도 넘어오지 않았던 그는 반금련이 서문경과 바람이 나서 형을 죽게 만들자 형수와 상간남을 때려죽입니다.

북송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신흥 졸부 상인 서문경을 둘러싼 욕망과 에로스의 세계를 강렬하게 묘사하는 백화 장편소설 <금병매>(중략)라는 소설이야말로 중국 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획기적인 위대한 소설 작품이라고 하겠다.(중략) <금병매>는 처음부터 단독 저자가 구상해 창작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금병매>의 출현으로 중국 고전 백화 장편소설은 '이야기되는 설화'에서 '창작되는 서사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p.207

금병매는 이때 반금련이 죽지 않고 서문경에게 시집갔다는 - 무송이 죽이기 전에 달아나 혼인을 했다는 내용으로 수호전과 완전히 상반된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저히 남성만의 사회에다가 의리를 중시하고 물욕이나 색욕을 중시하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더러운 것처럼 취급했던 수호전에 반해 권모술수, 물욕, 색욕에 의리는 개한테 주려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형편입니다. 그렇다고 수호전에서 여자들이 악녀였으니 여기서는 선한 이들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반금련부터가 참 고약한 여인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과거에 읽었던 <금병매>는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좀 달랐습니다. 책에서 수호전의 반금련 이야기와 금병매의 반금련 이야기를 조금씩 섞어놓은 것 같은데요. 그때는 반금련이 참 불쌍하고 안타까운 운명의 여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더군요. <금병매>에는 다양한 판본의 텍스트가 있다고 하니 제가 읽은 것은 이 책과는 다른 본 인가 봅니다.

<금병매>는 <삼국지연의>,<서유기>,<수호전>과는 달리 독자를 비일상적인 세계에서 노닐게 하는 것과는 무관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런 차이는 다른 세 편의 작품이 설화의 세계에서 성장했던 시대와 창작소설로서의 <금병매>가 써진 시대 간의 차이이기도 하다. -p.381

<금병매>가 탄생한지 약 150년 뒤, 조설근이 지은 <홍루몽>은 <금병매>를 토대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해냅니다.

<홍루몽>은 최초의 '창작된 작품'으로 중국 백화 장편소설의 새로운 경치를 열었던 <금병매>를 토대로 하면서도, 이를 철저하게 정화하여 비할 바 없이 정치한 서사 세계를 구축해낸 작품이다. 중국 백화소설의 금자탑이라고 마땅히 불러야 하는 동시에 이를 능가하는 장편소설은 중국에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직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겠다. -p.387

하지만 <홍루몽>이 완성되기 전 조설근이 병사하고 나머지 분량은 그의 구상을 바탕으로 고악이라는 사람이 집필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홍루몽>과 <금병매>의 가장 큰 차이라면 서문경은 욕망을 주체 못 하는 속물이었지만 홍루몽의 중심인물 가보옥은 물욕, 출세욕, 에로틱한 욕망 등을 씻어낸 인물입니다. 미리 소설을 읽어보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상상해보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선비 같은 면모가 있는 이가 아닌가 합니다.

<중국 5대 소설 :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은 훌륭한 안내서입니다. 앞서의 <삼국지연의, 서유기>편과 더불어서요.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섯 개의 소설 중 하나를 읽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읽었던 소설들 간에서는 어떤 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져서 이 책의 안내를 따라가기 쉬웠으나 읽지 않았던 <홍루몽>편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며 맞장구 쳐가며 읽는다면 더 맛 좋게 느껴졌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그런고로, <홍루몽>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렇다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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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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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미소년의 이름이 유마일지 세이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가>의 주인공은 유마입니다.

친아버지 세토 마사오는 도세 다이마라는 필명으로 순문학 소설을 쓰는 작가였지만 세이토바 츠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세계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린 유마에게는 충격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정 경제를 꾸려가는 건가 보다 하며 아버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별로 대화가 없었던 아버지라 크게 정이 있던 건 아니지만 작가인 아버지는 유마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엄마는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건전한(?) 술집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세토 도모히데라는 남자를 만나 재혼합니다.

간사이의 작은 연립주택에서 살다가 느닷없이 도쿄의 큰 집으로 이사 가게 된 유마는 그곳의 모든 것들이 불편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꾸만 하늘의 별을 보며 부자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새아버지 도모히데가 가장 불편했는데요. 그나마 도모노리 삼촌이 있어 좋았습니다. 말도 통하는 것 같고 장난감도 사주고 마치 큰형 같았습니다.

유마는 좀 특이체질입니다. 영매 체질 같은 게 있는 것처럼 이계로 빠지는 체질인 것 같은데 벌써 두 번이나 다른 길로 빠졌드랬습니다. 그때마다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런 경험이 낯선 곳이라거나 괴이한 가락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홍콩할매 귀신이 유행했던 것처럼 유마네 동네에서는 호박 남자가 유행했던 모양인지 혹시나 그에게 끌려가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유마였지만 또래에 비해 영리하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는 성실한 소년이었기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엄마가 새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새아버지는 외국으로 발령받아 엄마와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 자칫하면 유마 혼자 일본에서 몇 년이나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도모노리 삼촌이 여름방학 동안 유마를 맡아주기로 합니다. 그는 유마를 데리고 유흥가 근처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가 아닌 별장으로 데리고 가는데요. 삼촌의 애인 사토미가 유마를 돌봐주기로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인터넷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버티나 싶은데요. 배경이 살짝 과거인가 봅니다. 스마트폰도 없고 PC도 없는걸 보면요. 삼촌이 가져다준 책 대여섯 권과 좀 유치한 DVD로 숲속의 별장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다니. 또래 친구도 없고 참 심심하겠습니다만. 유마에게는 그럴 일이 없었습니다. 첫날부터 기이한 일을 겪거든요.

그러고 보면 좀 희한합니다. 이 별장 근처에는 가미카쿠시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가가구시 마을도 있고 실제로 이 별장에서 살던 아이가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일도 있어서 아이가 이 별장에 묵는 것 자체가 불길한 일인데 삼촌은 개의치 않는 것인지. 이계에 빠진 적이 있었던 유마는 별장 근처에 이상한 곳이 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었는데요. 삼촌에게 그런 체질임을 미리 말했더라면 삼촌은 유마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을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어느 날, 그 집에 몰래 숨어있던 아이 세이를 만납니다. 어머니 몰래 3층에 숨어있다가 가끔씩 내려오는 거라고 하더군요. 세이는 유마에게 숲으로 놀러 가자고 합니다. 자기는 숲길을 잘 안다면서요. 유마는 세이를 따라 숲에 가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유마가 알고 있는, 이른바 자연의 숲이 아니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는 완전한 자연 상태지만 또 한 편으로는 강렬한 원시성이 느껴졌다. 인간의 존재 따윈 애초에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로 가득했다. 유마가 아는 숲과는 명백히 다른 공간이었다.

이계, 다시 말해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세계'에 성급하게 발을 들이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p.200

<마가>는 미쓰다 신조 '집 시리즈' 마지막 권인데요. 앞서의 <화가>,<흉가>처럼 미스터리와 토속 신앙에서 오는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요. 성인에 비해 약한 존재인 어린이가 등장함으로써 공포는 더 극대화되는데 눈앞에 있다면 손 내밀어 구해주고 싶은 정도로 안쓰럽습니다.

하지만 다행입니다. 세 권 모두에서 어린아이들은 저보다 더 강했습니다.

특히 <마가>의 유마는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마가>는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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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탄생 - 신의 선물인가 뇌의 습관인가
칼라 스타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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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타고난 운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게 진짜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는 금수저로 태어나서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니까 좋겠네, 나는 이상한 수저 물고 태어나서 지금 이렇게 사는데.라고 한탄했었다면 마음을 활짝 열고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리 금수저로 태어나도 올바른 수저 사용법과 식사 매너를 모르면 몰락하기도 하고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잘 다듬어서 고온에 구워내고 유약을 발라 다시 구우면 값진 도자기 수저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책은 어떻게 태어났느냐 - 그러니까 신으로부터 운을 선물 받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법에 대해 쓰여있습니다.

표지에 쓰인 원제를 보면 더 확실하게 이 책의 취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운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직접 만들어서 쓰는 것도 좋겠죠. 나는 운이 없다며 주저앉아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원래부터 타고난 것들이 끝내주게 좋았다면 이 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겁니다. 그러나 저자는 친구에게 빌린 차를 타고 데굴데굴 구르는 바람에 심한 부상을 당합니다. 두개골 골절에 팔목에는 철심까지 박았죠. 의료보험이 없어서 의료비가 엄청나게 쌓입니다. 결국 파산. 잠깐 극복했나 싶었더니만 세계 금융위기로 결국 백수 생활을 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찾아온 우울증... 이쯤 되면 재수가 참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짧은 새에 불운이 겹치고 겹쳐서 괴로웠을 텐데요.

그런 괴로움 속에서 어떻게든 일어나 힘내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저자는 전자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속된 불운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심리학과 뇌과학을 연구하며 근거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 연구 결과가 지금의 잘나가는 저자, 칼라 스타를 만들었죠. 저자는 이제 행운 전도사입니다.

이 책에서는 스스로 운을 만들어나가는 행동, 습관에 관해 조언합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운은 따른다...라는 건데요. 과학 근거를 들어 설명하니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거나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는 부분도 다소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서양에서나 먹히는 방법일 거 같아, 균형을 잘 못 잡으면 상당히 오버스럽겠는걸? 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책이든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해서 맞추는 게 좋습니다. 그런 생각이나 노력 같은 것도 운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일 테니까요.

자신감이 없고 매사에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자신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깨달을지도 모르니까요.


** 나에게 필요했던 말**

자신을 최대한 매력적인 존재로 만들어라. 그리고 당당하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선을 끌어내라.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만점의 존재다. 그러니 세상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정복하라

-p.113

우리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정하면, 유혹과 장애를 물리치면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우리 뇌는 계획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를 볼 수 있을 때, 결과에 관심이 있을 때,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고치면 될지 알 때 그 신호는 증폭된다.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서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고 그 방법까지 안다면, 개선된 방법을 배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p.162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신의 미래에 이로운 것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마치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차와 같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게 기꺼이 투자하려 한다.

-p.251

우리가 관심을 두는 일과 그 일을 이해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우리 몫이다. 작은 것을 대하는 방식은 큰 것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에서 긍정적 측면에 집중하고, 중립적인 대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부정적인 것은 무시하거나 빨리 고쳐서 털고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회복력의 핵심 요소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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