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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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사전 준비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반전을 느끼지도 못해 속상했던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여러 개의 단편 소설로 되어 있는데요. 마지막에 한데 모이니 개별적인 단편이라고 할 수 없겠군요. 연작 단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합니다. 

산뜻한 표지에 넘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토막살인에 대한 소설들을 읽었습니다만, 단편이 가진 장점 - 한 편 읽고, 쉬었다가 다음 편을 읽어도 좋다.-을 즐기다가 느닷없이 모든 것을 기억해내라는 최종장의 명령을 받아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전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 사실은 이 책을 읽은 딸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해설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각 장의 제목을 적고,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의 개요. 치아키나 유스케가 추리, 혹은 상상한 내용을 요약해 적었습니다. 야단스럽다고 하시겠지만, 무척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부디 이 책을 읽을 때 메모할 준비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소설 <인격 전이의 살인>에서도 메모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제법 전이가 복잡합니다- 이 소설에서만큼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굉장한 분량의 메모와 최종장 요약본이 생겼습니다.


이 소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시마다 소지의 추천을 받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데뷔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은근슬쩍 시작 부분에 자신을 등장시킵니다. 치아키의 친구이자 기혼인 선생으로요. 하지만 그 뒤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혹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친구 중에 치아키의 모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치아키나 쇼이치 경감, 유스케가 등장해서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토막살인에 대한 추리를 하고 시신을 해체한 원인을 밝혀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한편 한편이 소중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잘 읽어야 합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에 주의하면서요. 

연속 살인이 될 뻔했던 여성 알몸 토막 살인, 납득이 가지 않는 형태의 토막 살인, 8층에서 1층에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견된 여인의 토막 시체, 난봉꾼의 내연녀 토막살인 사건, 좀 귀여웠던 곰돌이 팔 절단 사건, 여섯 상자에 나눠 담긴 남자의 시체, 그리고 다소 긴 분량이지만 '슬라이드 살인사건'의 추리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참 세상에 토막 사건도 많구나 싶고, 이 모든 게 치아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이 자가 사신이 아닌가 싶지만, 코난을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장.

나카고시 쇼이치 형사라고 하는 남자가 치아키를 찾아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나다 나츠요라는 여자가 도이 도시코와 호즈미 요코를 죽인 후 둘의 목을 잘라 각각의 머리를 교환해둔 엽기적인 사건이었는데요. 범인인 사나다 나츠요는 범행 후 자살합니다. 이에 사건이 종결되고 수사본부도 해체되는데, 이 사건에는 묘한 점이 남아있었습니다. 어째서 머리를 교환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인데요. 치아키는 이 해체 원인을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앞서 단편들의 연결점, 그리고 몇 개의 잘못되었던 추리가 바로 잡히기도 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합니다. 


처음에 제대로 못 읽었을 때엔 정말 머리가 멍했습니다.

그러나 필기를 하면서 이해하며 읽고 나서는 커다란 반전을 느낄 수 있었죠. 아이에게 마치 강의를 하듯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고선 다시 설명을 할때, 이것은 흡사 명탐정의 추리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하하.

절묘하고 놀라운 소설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소설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미디어에서 나온다는 닷쿠 다카치 시리즈를 읽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치아키와 친구들에게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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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율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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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낯선 사람이 내 인생에 등장합니다. 그 사람은 스쳐 지나갈 사람일 수도 있고, 앞으로의 일에 영향을 미칠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고려하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피하며 살아가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 낯선 이로 인해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하더라도요.


미야베 미유키의 <불문율>에는 자신의 인생에 끼어든 타인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소설이든 안 그렇겠습니까만은 이 소설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여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마저 불안과 공포, 그리고 해소로 인한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끼게 합니다. <불문율>은 예전에 <지하도의 비>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는 책인데요. 깔끔한 표지와 편집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구적초>때와 마찬가지로 잡음이 있었던가 말던가 했다지만, 저의 경우 <구적초>도 <불문율>도 구판은 손이 가지 않아 읽지 않았다가 새 옷을 갈아입고 다시 태어난 판본으로 읽게 되었으니,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지와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에도 시리즈나 현대물이나 모두, 미스터리이거나 호러거나 관계없이 늘 사람 냄새가 납니다. 상처 입은 사람이 그곳에 있는데요. 주로 여자나 아이가 그런 역할로 등장하지요. <불문율>에서는 어떨까요. 이번엔 그렇지 않군요. 남자, 여자를 떠나서 - 떠나면 안 될지도 모르지만 - 상처 입거나 자신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가진 이가 등장합니다. 이런, 중요한 걸 빼먹었습니다. <불문율>은 단편 소설집입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군요. 각 단편에 위와 같은 이가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하도의 비'에서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를, 사랑의 아픔이 있는 아사코가 만나게 됩니다. 편집증이 있는 그녀로부터 '그'를 지켜야 하는 아사코는 용기를 내봅니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에서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지만 어쩐지 자꾸만 만나게 된다거나 이상하게 상대방에게 끌릴 때엔 그와 어떤 색의 실로 연결되어있는 건 아닌가 의심해야 하나 싶지만 그마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불문율'에는 월급 셔틀로 전락한 것 같은 남자가 가족과 디즈니랜드로 놀러 가다 느닷없이 동반자살을 해버립니다. 사건은 어이없는 타인의 편지가 방아쇠가 되어 버린 건데요. 글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남자의 순간적인 고뇌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가 느꼈을 공포감도요.

'혼선'은 네, 무섭습니다. 요새는 발신번호 표시가 되지만,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게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장난 전화도 참 많았습니다. 익명성이라는 게 상대방을 괴롭혀도 된다는 뜻이 아닐 텐데요. 지금이라면 인터넷에 있는 악플러들이 그들의 후예겠죠. 

'영원한 승리'는 평생 독신으로 산 이모님의 장례식에서 그녀의 과거를 추억하는데요.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픔을 안고 살았던 이모님은 영원히 승리했으니까요.

'무쿠로바라'를 읽고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던 사람이 어느 날 마가 씌워서(라는 핑계로) 중범죄를 저지른다거나, 평소에는 정의롭고... 아니,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했던 사람이 무서운 짓을 한다거나 하는 건 진짜로는 어떤 이유에서일까 하는 것도 고민해보았고요, 의인이 과잉 행동을 했다며 처벌받거나, 주변인으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사회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안녕 기리하라씨'에는 느닷없이 집안에만 들어가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 일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기리하라씨. 가벼운 코믹물인가 싶지만, 역시 그 집에는 소외된 할머니가 계십니다. 치매기가 있어서 별생각 없겠지 싶지만, 실은 할머니에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잠깐잠깐 귀가 들리지 않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정도로요. 이 단편 역시 반전이 있는데요. 뭔가 마음이 찡합니다.


이 소설을 읽었다고 낯선 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표지를 쓰다듬고, 책꽂이에 두고, 그리고 리뷰를 하는 이 순간 까지만, 최근의 인연들을 잠시 다시 생각해봅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인연이었을까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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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 로드맵 - 사상가 50인이 안내하는 지知의 최전선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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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그 의문을 품고 산지 몇 해 던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그 세계는  저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르테 출판사에서 철알못을 위한 주요 개념 총정리 <현대 철학 로드맵>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그래! 드디어 나도 철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다!! 심지어 아르테 편집자님께서 '열두살 아이부터 여든살 노인까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언어로 풀어쓴 책이라고 하기에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저는 깨달았죠. '아, 나는 열 살이었구나.'


자연계열에 국한된 잿빛 뇌세포는 그들의 사상을 도통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에 맨 처음 등장한 마르크스에서부터 막히고 말았습니다.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의 심정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종이 위에 활자는 있으되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니, 필기구를 준비해 요렇게 저렇게 써보기도 하고,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이용해보기도 하면서 노력하였으나,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철알못, 저처럼 순백의 철알못에게는 버거운 책이었습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으리라... 생각해보았지만, 내 지능에 한계를 느끼고 눈물을 머금을 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주관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이해를 했어야 이야기를 할 텐데요. 그러니 객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철학 로드맵>은 다른 책들보다 사이즈가 작습니다. 13.4*19.1*2.1 정도로 가방에 쏘옥 넣어 데리고 다니기 좋은 크기입니다. 종이도 꽤 질이 좋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부드러운 색의 종이를 택했는데요. 손에 착 달라붙습니다. 글자 크기와 편집도 상당히 좋아서 마음에 듭니다. 

삽화와 도식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저의 경우 그마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철학 사상가 50인의 사상과 이론을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가 호기심이 갈 수 있는, 사상가의 책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상가의 대표 저서를 약간의 요약과 함께 정리해두었는데요. 필요한 분에게는 무척 유용할 것 같습니다. 뒤쪽의 일러스트 인명사전과 찾아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수학을 잘 하거나 수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 <수학의 정석 2>를 펼쳤을 때의 마음과 수포자인 학생이 펼쳤을 때의 차이 같은, 독자에 따라 그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수포자의 마음과 같았던 거고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철학에 흥미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현대 철학 로드맵>은 소중히 두었다가 다른 철학 책을 읽을 때 함께 하겠습니다. 수학 문제지를 풀면서 <수학의 정석>을 앞에 두었던 그날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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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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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십 년 만에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상상했던 21세기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 텐데요.인터넷 덕분에 무척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송금이 없어 소액환을 부쳐야 하던 시대에 살았던 건 아니지만, 그 이름만은 알고 있는 세대이기에 인터넷의 발전으로 요새 은행일 보기가 얼마나 쉬워졌는지 실감합니다. 종이돈을 내민 것도 아닌데, 플라스틱 카드에 박힌 칩으로 결재가 됩니다. 더 이상 지갑에 현금을 빵빵하게 채워 넣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가벼운 지갑이라도, 내가 돈이 없어서 지갑이 빈 것이 아니라고 자신을 속일 수 있습니다. 비단 금융거래뿐만 일까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은 거대한 망 속에 들어있습니다.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에 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망 안에 세상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기, 교통, 보안, 수도 등등 컴퓨터 제어를 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수동으로만 움직이는 시스템이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무척 편리하고 유용한 방식이죠. 그런데, 그만큼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분명 어느 정도의 보안 시스템은 갖추고 있겠죠. 그러나 해커가 포함되어있는 범죄조직에 노출이 된다면, 국가 간 사이버 전쟁이 일어난다면... 문제없이 막아내고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인 저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터넷망을 이용합니다. 기업과 국가의 시스템을 믿고 있으니까요. 발등에 도끼를 몇 번 맞아 깜짝 놀랐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고,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다시 믿어줍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뉴욕 시민들은 대재앙과 만납니다. 일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처음엔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정도였기에 동시 접속자가 많아 그런가... 하는 의심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마트의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더니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끊깁니다. 산간 마을이었다면 벌목이라도 했겠지만 대도시였기 때문에 난방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날씨가 추워서 냉장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 안에 넣을 음식이 있었다면 말이죠. 심지어 조류 독감이 유행한다는 소식에다가 눈폭풍까지 겹쳤습니다. 어쩌면 좋죠? 

매튜 매서의 소설 <사이버 스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실제 상황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프로그래머 마이클인데요. 그야말로 자수성가를 할까 말까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남자로 엘리트 처가에 자격지심이 좀 있는 남자입니다. 그의 친구 척은 전쟁 대비론 자인데, 편집증이라고 놀려도 늘 전쟁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남자입니다. 그 덕분에 마이클의 가족들까지도 대재앙을 함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과 척은 대체로 선한 사람들입니다. 사마리아인처럼 착한 건 아니고요. 아무리 세상이 종말로 치닫더라도 되도록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약탈, 살인, 폭행을 반대하며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하는데요. 놀랍게도 초반엔 많은 사람들이 그들처럼 지냅니다. 마트의 물건을 가져갈 때도 질서 정연하게 약탈하는데요. 일부만이 생존을 위해 폭력을 불사합니다. 폭력과 질서가 양분되어 있을 때 저는 파리대왕을 떠올렸습니다. 이곳에서도 최소한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자와 본능에 충실한 자로 나뉘는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시커멓고 거대한 건물들 사이로, 하늘에 든 별들의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컴컴하게 얼어붙은 뉴욕 시에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이버 다람쥐였다.

-p.301



사망자가 늘어가고 폭력에 노출된데다 기아에 시달리던 주인공들은 척이 마련해두었던 산속의 안가로 대피하기로 합니다. 설상가상 맨해튼이 통제된 상황이었지만 안면을 익혀둔 경찰 덕분에 잘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들은 또다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치고 반전을 지나 이야기는 좋게 잘 끝납니다. 이렇게 스포일러를 방출하는 건, 이 작품이 아토피아 연대기의 시작이기 때문이지요. 짧은 영어로 아토피아 연대기를 검색해봤는데요. 이 책이 1권이 아니더군요. <사이버 스톰>이라는 개별 작품으로 되어 있고, 아토피아 연대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 제가 제대로 본 것이 맞는다면요. <사이버 스톰>의 몰입도가 상당하고 스토리라인이 탄탄해 아토피아 연대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실제로 사이버 보안 전문가라서 그런지 소설이 허구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을까요. 화기로 공격하지 않아도,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네트워크를 교란시키는 것 만으로도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정말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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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 - 세상을 읽고 미래를 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힘
최재원 지음 / 계란후라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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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심하게 앓고 나서 몸에 좋은 걸 좀 챙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까지 비타민도 먹는 둥 마는 둥, 20대 때부터 신장 기능이 약하고 심장이 건강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걸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으니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는데요. 드디어 나이 든 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소셜 커머스를 뒤적여 저렴하지만 효과가 있을 것 같은 - 적어도 플라세보효과라도 있겠지 싶은 - 유산균과 멸치 따위의 작은 생선에서 추출한 오메가3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들을 마구 추천해대는 겁니다. 제가 건강에 관심을 가진 걸 눈치챈 거죠. 

책을 읽고 리뷰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알라딘이나 반디앤루니스에 열심히 올리고 있는데요. 그 결과 독서 취향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추천 마법사를 누르면 추리, 미스터리, 호러, 그리고 만화책을 열심히 추천해줍니다. 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값이겠죠. 빅데이터는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흐름을 읽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주로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하니 우리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를 읽고 빅데이터란 마케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실은 치킨과 행복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요. 처음부터 알려줬으면 좋았겠는데 치사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치킨 지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길래, 그런 지수가 있는데 나만 몰랐구나 했죠. 그러나 90페이지 즈음해서 확실히 알려줍니다. '치킨 지수라 쓰고, 행복 지수라 읽는다'라는 파란 글씨로 말이죠. 



필자가 매주 출연하는 KBS 1 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제작진에서 치킨 지수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해서 3개월 정도에 걸쳐 치킨 지수(Chicken Index) 개발을 완료했다. 치킨 지수는 기상과 경제 변수 그리고 치킨의 버즈량 이렇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산출했다.

-p.95



그래가지고 뭐라 뭐라 복잡한 숫자가 들어있는 지수를 써놨어요. 어떻게 읽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라고.... 그러나 다시 예쁘게, 저도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두었더군요. 


 


사진이 좀 흔들렸군요. 그래도 알아볼 수 있으니 넘어가기로 해요. 어쨌든 위와 같은 상관관계가 생긴다고 합니다. 


서울 살이를 하던 20대의 어느 여름날 밤, 한낮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친구를 만나 오픈 테라스나 파라솔이 있는 호프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곁들여 먹던 일을 회상하면 캬아.... 추억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수많은 시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더랬죠. 날씨와 치킨, 그리고 친구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치킨 지수를 개발하고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가 "그럼 도대체 치킨을 몇 마리 먹어야 행복해지는 거야?"였다. 치킨을 먹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서 치킨을 먹는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은데 치킨을 계속 먹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치킨은 행복의 기준 그리고 열풍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p.100



라고 필자는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반만 믿습니다. 힘들어도 치킨을 먹는 순간엔 행복해졌기 때문이지요. 빅데이터가 인간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통계적이고 확률적인(제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일 거예요. 대개 이렇다...라는 걸 이야기하는 걸 테죠.


참, <치킨은 왜 행복을 말할까>라는 책은 치킨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들어있는 게 아닙니다. 무척 다양한 분야에서의 빅데이터를 말합니다. 

관계, 행복, 변화, 불안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 빅데이터를 설명하는데요. 전혀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누구나, 빅데이터나 경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심지어 디지털하고 친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까지 말이죠. 무척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습니다. 읽을수록 흥미가 생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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