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사전 준비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반전을 느끼지도 못해 속상했던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여러 개의 단편 소설로 되어 있는데요. 마지막에 한데 모이니 개별적인 단편이라고 할 수 없겠군요. 연작 단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합니다. 

산뜻한 표지에 넘어가 가벼운 마음으로 토막살인에 대한 소설들을 읽었습니다만, 단편이 가진 장점 - 한 편 읽고, 쉬었다가 다음 편을 읽어도 좋다.-을 즐기다가 느닷없이 모든 것을 기억해내라는 최종장의 명령을 받아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전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 사실은 이 책을 읽은 딸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해설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각 장의 제목을 적고,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의 개요. 치아키나 유스케가 추리, 혹은 상상한 내용을 요약해 적었습니다. 야단스럽다고 하시겠지만, 무척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부디 이 책을 읽을 때 메모할 준비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소설 <인격 전이의 살인>에서도 메모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제법 전이가 복잡합니다- 이 소설에서만큼은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굉장한 분량의 메모와 최종장 요약본이 생겼습니다.


이 소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시마다 소지의 추천을 받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데뷔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은근슬쩍 시작 부분에 자신을 등장시킵니다. 치아키의 친구이자 기혼인 선생으로요. 하지만 그 뒤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혹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친구 중에 치아키의 모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치아키나 쇼이치 경감, 유스케가 등장해서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토막살인에 대한 추리를 하고 시신을 해체한 원인을 밝혀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한편 한편이 소중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잘 읽어야 합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에 주의하면서요. 

연속 살인이 될 뻔했던 여성 알몸 토막 살인, 납득이 가지 않는 형태의 토막 살인, 8층에서 1층에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발견된 여인의 토막 시체, 난봉꾼의 내연녀 토막살인 사건, 좀 귀여웠던 곰돌이 팔 절단 사건, 여섯 상자에 나눠 담긴 남자의 시체, 그리고 다소 긴 분량이지만 '슬라이드 살인사건'의 추리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참 세상에 토막 사건도 많구나 싶고, 이 모든 게 치아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이 자가 사신이 아닌가 싶지만, 코난을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장.

나카고시 쇼이치 형사라고 하는 남자가 치아키를 찾아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나다 나츠요라는 여자가 도이 도시코와 호즈미 요코를 죽인 후 둘의 목을 잘라 각각의 머리를 교환해둔 엽기적인 사건이었는데요. 범인인 사나다 나츠요는 범행 후 자살합니다. 이에 사건이 종결되고 수사본부도 해체되는데, 이 사건에는 묘한 점이 남아있었습니다. 어째서 머리를 교환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인데요. 치아키는 이 해체 원인을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앞서 단편들의 연결점, 그리고 몇 개의 잘못되었던 추리가 바로 잡히기도 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합니다. 


처음에 제대로 못 읽었을 때엔 정말 머리가 멍했습니다.

그러나 필기를 하면서 이해하며 읽고 나서는 커다란 반전을 느낄 수 있었죠. 아이에게 마치 강의를 하듯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고선 다시 설명을 할때, 이것은 흡사 명탐정의 추리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하하.

절묘하고 놀라운 소설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소설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미디어에서 나온다는 닷쿠 다카치 시리즈를 읽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치아키와 친구들에게 매력을 느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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