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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면역력을 키우는 짠맛의 힘 - 원인 모를 염증과 만성질환에서 탈출하는 최강의 소금 사용설명서
김은숙.장진기 지음 / 앵글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혹은 세뇌되었던 것을 완전히 뒤집을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관한 것도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에 대해 거의 정설처럼 알고 있던 것에 대한 반대되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을 활짝 열고 두뇌를 부드럽게 하지 않고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의 3크리를 맞던 날 병원에서 덜 짜게 먹고 규칙적으로 무리가 안 가는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짜지 않게 먹고 있었던 터라 여기서 뭘 어째야 하는지 좀 난감했습니다. 간이 안 맞으면 맛이 없잖아요. 그래서 간은 적당히. 대신 약간의 칼륨 증가를 꾀하면서 채소 섭취를 조금 늘렸습니다. 어차피 당뇨관리 때문에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순차적 식사를 - 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좀 짭짤한 걸 먹으면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제 판단이 옳길 바라면서 제멋대로의 식사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습니다. 뭐 나쁘지 않았는지 혈액검사 결과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약과 식사, 생활 태도 수정이 합이 잘 맞았나 봅니다. 그렇다면 무리해서 저염식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런 의문이 들던 차에 <짠맛의 힘>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짠맛이 문제가 된 것은 소금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스턴트식품이나 간편식, 외식, 매식을 통해서 각종 첨가물과 과식, 폭식으로 쓸데없이 많은 - 그러니까 모든 성분의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러운데요. 이 책의 저자들이 정말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소금'이야기가 아니라 소금이 좋은가 나쁜가, 얼마를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무수한 논쟁 뒤에 빠져 있는 몸의 지혜. '생명의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p.14)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부는 소금에 대한 오해, 소금과 소금 섭취 논쟁에 대한 이야기, 2부는 우리 몸과 소금의 관계, 소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소금이 부족할 때의 증상과 생리학적 원리를 실제 좋아진 사람의 사례와 함께 다룹니다.(p.12,13)
책의 초반(p.22,23)에 소금력 테스트라고 '내 몸의 짠맛 부족 신호'를 체크해보는 리스트가 있는데요. 저의 경우엔 7개가 해당되어서 소금력이 줄어들고 있으니 평소보다 좀 더 간간하게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괜찮을까 살짝 걱정하면서도 과하게 염분을 보충하지는 말고 미역국 같은 무기질이 많은 국 종류를 조금 더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납득이 가는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균형을 잘 맞춥니다. 병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잘 맞추며 건강하려고 노력하죠. 저염식을 하면서 지나치게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의도적으로 참고 안 먹고 과잉 섭취하는 문제는 보통의 일이 아닙니다. 항상성 유지를 스스로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또한 이건 비단 염분 섭취나 나트륨 권장에 관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데, 무슨 무슨 통계에서 이렇다더라, 임상 검사를 해봤더니 이렇다더라 하는 통계치는 숫자 장난이 아닌가, 통계 장난에 놀아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라는 이름 아래 화려한 통계 수치를 제시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가설이자 추정이고 확률일 뿐이다. 목적에 따라 의도한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숫자는 얼마든지 재가공될 수 있다(p.136)고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조작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빈번하게 일어남을 주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소금이 아닙니다. 소금을 바라보는, 소금을 둘러싼 불량 과학, 가짜 지식입니다.(p.144)
<짠맛의 힘>은 소금이 몸에 아주 좋으니 무조건 소금을 많이 먹자는 책은 아닙니다. 평소에 소금을 제대로 섭취하자는 내용과 더불어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소금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 이를테면, 신맛이나 쓴맛을 증상에 맞게 - 것들을 보충해야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특히 함께 먹으면 좋은, 구하기 쉬운 것들을 제시해줍니다. 특히 168 페이지의 염증이 있을 때 염증의 종류, 소금과 함께 추가로 먹으면 좋은 음식을 소개 해둔 것은 따로 메모해서 엄마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책을 통해 소금에 관한 오해를 좀 풀었습니다. 예전부터 생명 유지에도 필수불가결했던 짠맛, 식품의 보존 및 좋지 않은 기운을 몰아내는 데에도 사용되었던 소금이 어쩌다가 이렇게 악한으로 취급 당하게 되었는지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좀 만병통치처럼 나와서 거부감이 들기도 한데, 혹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소금을 먹을 때 소금과 물, 그리고 다른 영양소와의 균형을 맞추는 게 무척 중요한 것처럼요.
소금 섭취에 관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올바른 식염 섭취하는 법을 슬기롭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소금에 관한, 짠맛에 관한 오해가 있으신 분은 <짠맛의 힘>을 통해 소금이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무조건적인 저염식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가능하다면 부록의 소금 디톡스 2주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말리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