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안드레아 오언 지음, 김고명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난 왜 이러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으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면서 별로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요샌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하고.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자존감이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아아... 기분이 개떡같아.

우리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든다.(p.10)

기분이 개떡 같던 어느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인데요. 제목도 마음에 들고 기분을 확 업 시켜줄 형광 녹색의 표지. 이 책이 나를 도와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 오언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전문가인 CTI 인증 코치라고 하는데요. 원래부터 강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식사 장애, 알코올 중독에다가 엉망진창이었던 첫 번째 결혼의 파국을 이겨내고 점점 강해졌는데요. 본인의 경험과 고찰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며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재혼해서 남들처럼 알콩달콩 투닥투닥 잘 살고 있습니다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첫 번째 결혼에서 회복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자의 또 다른 책 <어쨌거나 마이웨이>는 아마존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니 그럼 이 책이 자기 계발서란 말이야?

솔직히 자기 계발서를 안 좋아합니다. 뇌피셜에다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독자를 현혹시키곤 결과물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물론 자기 계발서에도 좋은 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뢰할 수가 없었어요. 에휴...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내 인생 패턴이 달라진다면 따르겠습니다만... 어쩌면 다이어트 식품이나 물품 판매자와 비슷한 거 아닌가 하거든요. 그래서 좀 꼼꼼히 읽고 영 아니면 투덜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장을 열었습니다. 기분이 개떡 같을 땐 뭐든지 다 미워 보이니까요.



그런데 책을 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내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원래 인생이 고단하기 때문이라는 글레넌 도일 멜튼의 문구를 보고 위로를 받았거든요. 내 잘못이 아니구나.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두를 읽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자기 비하를 하기 때문에 우울감에 빠지는 게 바로 개떡같은 기분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일단 남의 시선을 버리고 나 자신에게 주목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야단치다 못해 비하하는 그 나쁜 녀석을 내쫓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죠. 적절한 자기반성과 반성을 통한 나아감은 좋지만 비하는 안됩니다. 남에게는 '죄송합니다만, ~해주시겠어요?' 라거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달고 살면서 나에게는 좀 인색했구나, 비하했구나.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게 인색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 그 반대의 경우도 나쁘다는 걸 몰랐어요.

이 책은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남과 관계를 맺기, 감정을 마취시키는 습관 끊기-제가 그런 습관이 있어요. 저자는 내 감정과 친해지는 여덟 가지 방법을 알려주며 마취에서 풀릴 수 있게 해줍니다. - 비교하지 않기, 자기 훼손 멈추기, 가면 콤플렉스로 유명한 사기꾼 콤플렉스 버리기, 남의 비위 맞추지 않기, 완벽주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쓸데없이 강한 척하지 않기, 통제욕 내려놓기, 파국적 사고 대비하기 등 열네 가지 솔직한 조언을 통해 스스로 개떡같은 기분을 내려놓게 돕습니다.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다른 자기 계발서처럼 읽고 으응 그렇구나 해버려서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책의 매 챕터 아래에 '어려워도 답해야 할 질문'에 이르면 잠시 책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야 합니다. 생각하고 글로 적어봅니다. 약간의 자기 연민이 생기고 자기애가 솟으며 나를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편지를 쓰면 좋겠죠. 조제의 <살아있으니까 귀여워>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방법이 제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가 봅니다.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건 내가 인간이고, 인간적인 결함에 대한 죄책감에서 그만 해방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p.48)이니까요. 과거의 내가 어땠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건 나는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며, 나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나는 더 이상 가면 콤플렉스, 사기꾼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겠습니다. 꾸며진 모습도 나 자신이니까요.

실수를 저지른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잘못 아는 게 있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완벽하지 않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인간인 이상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인생을 헤쳐나가지만 가끔은 잘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률 천재가 된 홍 대리 -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법률 상식 천재가 된 홍대리
김향훈.최영빈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이란 뭘까요?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이다.'라고 되어 있더군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우리들은 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평소에는 법에 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법을 아예 모르는 게 삶에 있어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거. 20대 이후로 종종 법적인 문제를 만나면서 법원도 다녀보고 했지만 여전히 '법적 조치'라거나 '고소'라는 단어를 보면 심장이 벌렁 거립니다. 두근두근,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라고요. 작년에도 이건 신고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경찰서에 가서 형사와 상담해 본 결과 도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듣고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했었습니다. 또 다른 법을 통해서 일은 잘 해결되었지만, 그때 깨달았죠. 내가 생각했던 거랑 실제 법이랑은 좀 다르다는걸요.

그래요 법은 알면 힘이 되지요. 그런데, 너무 어렵잖아요. 무슨 무슨 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나에게 일어난 일이나 주변인의 일을 도우려고 그래도 나름 책을 좀 읽어서 독해력이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는 제가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면, 어라, 모르는 말투성입니다. 용어 자체가 어려워요. 한자어라서 그런가... 한자 공부를 안한 내 탓이지라며 자괴해봤자 용어가 이해될리 없습니다. 국어사전을 끼고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찾기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졸업해버렸거든요.

홍대리 시리즈 아시죠. 무척 유명한 홍대리. 책마다 서로 다른 홍대리가 활약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늘 바쁜 홍대리에게 연민이 생깁니다. 이번의 홍대리는 법률 천재가 되었어요. 홍대리 시리즈의 최신간 <법률 천재가 된 홍대리>가 나왔거든요.

<법률 천재가 된 홍대리>는 소설 형식으로, 주인공과 가족, 주변인이 맞닥뜨리는 일에 관한 법 조언을 어려운 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잘 설명해줍니다. 저 같이 법률용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해가 쏙쏙 됩니다. 스토리만 쉽고 설명이 어려우면 눈이 자동으로 글을 스킵 해버리기 일쑤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어요. 주차장 문콕 사고나 층간 소음 반려동물 문제, 교통사고 합의 요령 같은 일상 속 분쟁부터 전세 계약 갈등 대처, 임대차 계약서 작성 유의점, 내용 증명서나 소장 작성법, 경매 및 주식 사기 피해 대처법 같은 돈이 걸려있어 눈물 날 것 같은 상황에 대한 법률 상식, 그리고 상표권 분쟁 대처법이나 임금 체불 진정서, 부당 해고 시 법적 대응법, 중소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문제 같은 직장 관련 법률문제까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생활 법률이라 할 수 있죠. 알아두면 정말 좋을 내용이 가득.

홍대리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생활, 직장 법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데요.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습니다.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이 터지는지... 안 좋은 일은 계속 몰려오는 건지, 홍대리 참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온 후 땅이 굳는다고, 사건들 때문에 만나는 변호사들을 통해 조언도 받고 스스로 성장하며 소설 초기보다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됩니다. 나중에는 블로그를 개설해서 상담을 해줄 정도로 자랍(?)니다. 홍대리야 건실하고 착한 사람이었으니 스토리가 그렇게 흘러가겠구먼 하고 짐작할 수 있었지만, 알쏭달쏭한 소리를 잘 하며 약간 허세가 있는 남대리가 알고 보면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는 게 약간의 반전이었달까요.

책은 참 즐겁고 유익합니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본문 내에서 법률 관련 서술 부분이 파란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한 톤 낮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밝은 파란색이다 보니까 오히려 보기 힘들었거든요. 그것 말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와 별 이야기
하타나카 다케오 지음, 김세원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희 동네엔 운 좋게도 전깃줄 하나조차 방해 않는 커다란 하늘이 있습니다. 낮에는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만으로 신비로웠던 하늘이 밤이 되면 많은 불빛으로 물듭니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내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밤을 밝히는 인공의 불빛들로 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에서도 그런데 서울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캠프장에서 하늘에 손전등을 비추면 검은 공간에 동그란 불빛 자국이 생겼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건 전설의 고향이나 다를 바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나는 밤하늘을 보며 많은 상상을 했었습니다. 전설도 좋고 신화도 좋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의 지구인들도 상상을 키웠습니다. 그들은 옛날이야기, 신화를 하늘에 담았습니다. 하늘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다 보니 우주와 별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갔고, 그것은 낭만을 빼앗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았던가요. 알고 싶지만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죠. 제가 그렇습니다. 우주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면서 알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달나라 어느 곳 깊숙한 곳에는 달토끼나 토끼형 인간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지구과학을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그렇잖아도 지구과학 시간에 왜 지구가 아닌 우주를 배우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테니스를 사랑하던 선생님은 이런 거 알아봤자 쓸데없고, 어차피 입시에 도움도 안 되니까 그냥 이런 게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노트 정리한 내용으로 시험 낼 테니 그냥 잘 베껴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의무 교육도 아니었는데 의무적으로 교육을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주는 계속해서 신비하지만 모르는 세계로 남았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우주를 사랑하지만 직업으로 선택하기엔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한 동생은 대학 진학 후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우주에 가까이 갔고, 결국 거기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여 태명 달과 별이었던 두 아이를 키우며 여전히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여전히 - 그것까지 포함하여 - 우주는 신비한 공간입니다.

이와나미 신서 최신간인 <우주와 별 이야기>는 상당히 방대한 이야기를 꼭 필요한 부분만 짚어서 우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꾸려져 있습니다. 별의 등급과 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언급한 몇 개의 별자리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태양계와 은하계, 그리고 우주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찾기 쉽다는 이유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리온자리 이야기를 할 때는 견우성과 직녀성 이야기보다 더 집중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노트에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은하 철도를 그리고 말았습니다. 내용은 쉬운데 고등학교 때 이미 중단해버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플래그를 많이 붙여두었으니 읽고 또 읽으면 이해하겠죠. 어렴풋이 성운이니 성단이니 나선형 은하니하는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요.

저자인 하타나카 다케오는 일본의 전파천문학 개척자인 천문학자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여전히 옳은 것인지 우주를 알지 못하는 저는 잘 모릅니다만, 책이 나오기 전에 일본 이와나미나 우리나라의 출판사인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에서 감수를 했겠지 하며 읽었습니다. 그래도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디는 걸 본 후 돌아가셨으니 흐뭇해하셨겠다... 과학자들이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돌아가셨겠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뭉클해졌습니다.

이 책의 작은 단점이라면 사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요. 사진 첨부 시 저작료 등의 문제가 생기므로 굳이 첨부하지 않았을 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이와나미 신서는 책값이 저렴하다는 게 매력 중 하나거든요. 단어나 그림이 궁금할 때면 검색해서 사진을 보거나 영상도 봤는데요. 그렇게 읽어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와나미 신서 중에 <허블>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우주와 별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블>이 잘생기고 멋져서 흥미가 배가됩니다. 이 책 131페이지에 허블 망원경 이야기가 나오길래 슬쩍 추천해보았습니다. - 이와나미 신서 중에 사토 가쓰히코의 <우주론 입문>도 있지만 그건 제가 읽어보지 않아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를 갈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에겐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로또 당첨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도 로또를 사지 않는 것처럼, 무언가를 꿈꾸면서 그걸 그냥 꿈으로 둡니다. 현실로 만들기 위한 그 무엇도 하지 않습니다. 나태하죠. 게으름은 이제 몸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완전히 씻어버렸다고 착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그것은 웬만한 세제로는 씻겨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위대해 보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그 노력 자체만으로도 멋있습니다.

권기태의 <중력>은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자신의 꿈인 우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그들 네 명뿐만 아니라 몇 번의 예선을 거쳐간 사람들 모두 꿈을 꾸고 노력을 했을 겁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우주의 꿈을 펼칩니다.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 혹은 그다음 세대에는 지금 우리가 여객기를 타고 세계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듯이 특수한 훈련이나 시험을 거치지 않고서도 우주 여객기를 타고 가까운 별로 여행을 하거나 별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관광을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현재 과학력으로는 굉장한 훈련과 선발과정을 거쳐서 선택된 자만이 우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르는 일이에요. 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감기에 걸린다거나 컨디션이 나쁘다면 우주인이 될 수 없어요. 백업으로 뽑힌 사람이 대신 우주로 가야 합니다.

주인공인 이진우는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았던, 우주를 향하는 꿈을 꾸고 있는 생태 연구원이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선발 공고는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정말로 어렵고 어려운 예비과정을 거쳐 최종 4인에 들었을 때부터 소설은 본격적으로 그들을 힘들게 합니다. 어느새 이진우를, 김태우를, 정우성을, 김유진을 응원하던 저는 그들 중 누구도 탈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명만이 우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은 백업으로 뽑힙니다. 나머지 둘은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 명은 가가린이 될 것이고, 또 한 명은 티토프가 될 것입니다.

소설은 가가린 센터에서의 강도 높은 훈련을 보여줍니다. 무한도전에서 체험했던 훈련은 정말 예능일 뿐이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비행기 내에서의 무중력 체험도 즐거운 것이 아니라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에 당황하는 뇌의 혼란을 이겨내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해상 비상착륙 후 탈출 훈련을 보며 이진우가 그랬듯이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들을 힘들게 했던 건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가가린 센터의 인간관계도 회사에서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습니다. 이토록 오래 걸리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과연 과감하게 첫발을 떼고 첫 문장을 쓸 수 있었을까(p.448) 작가는 스스로 궁금해합니다. 작가 자신도 우주에 가고 싶었습니다만 시력이 좋지 않아 포기했고 대신 자신처럼 우주를 꿈꾸는 사람을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우주인 선발 과정을 취재하고, 그들의 훈련을 관찰하고 일부는 직접 참여해보기도 했습니다. 많은 우주 관련 책을 읽고 영상물을 톺았습니다. 작가역시 이진우였고 김태우였고, 정우성이었으며 김유진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생생합니다. 스릴러도 아닌데 스릴이 있습니다. 심각하긴 하지만 어쩐지 무겁다기보다는 타이트합니다. 주인공인 이진우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합니다. 주인공이라고 우주인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은 이소연이 되었습니다. <중력>에서는 누가 우주인이 될까요.

우주인으로 선발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년 면역력을 키우는 짠맛의 힘 - 원인 모를 염증과 만성질환에서 탈출하는 최강의 소금 사용설명서
김은숙.장진기 지음 / 앵글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혹은 세뇌되었던 것을 완전히 뒤집을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관한 것도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에 대해 거의 정설처럼 알고 있던 것에 대한 반대되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을 활짝 열고 두뇌를 부드럽게 하지 않고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의 3크리를 맞던 날 병원에서 덜 짜게 먹고 규칙적으로 무리가 안 가는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짜지 않게 먹고 있었던 터라 여기서 뭘 어째야 하는지 좀 난감했습니다. 간이 안 맞으면 맛이 없잖아요. 그래서 간은 적당히. 대신 약간의 칼륨 증가를 꾀하면서 채소 섭취를 조금 늘렸습니다. 어차피 당뇨관리 때문에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순차적 식사를 - 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좀 짭짤한 걸 먹으면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제 판단이 옳길 바라면서 제멋대로의 식사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습니다. 뭐 나쁘지 않았는지 혈액검사 결과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약과 식사, 생활 태도 수정이 합이 잘 맞았나 봅니다. 그렇다면 무리해서 저염식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런 의문이 들던 차에 <짠맛의 힘>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짠맛이 문제가 된 것은 소금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스턴트식품이나 간편식, 외식, 매식을 통해서 각종 첨가물과 과식, 폭식으로 쓸데없이 많은 - 그러니까 모든 성분의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러운데요. 이 책의 저자들이 정말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소금'이야기가 아니라 소금이 좋은가 나쁜가, 얼마를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무수한 논쟁 뒤에 빠져 있는 몸의 지혜. '생명의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p.14)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부는 소금에 대한 오해, 소금과 소금 섭취 논쟁에 대한 이야기, 2부는 우리 몸과 소금의 관계, 소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소금이 부족할 때의 증상과 생리학적 원리를 실제 좋아진 사람의 사례와 함께 다룹니다.(p.12,13)

책의 초반(p.22,23)에 소금력 테스트라고 '내 몸의 짠맛 부족 신호'를 체크해보는 리스트가 있는데요. 저의 경우엔 7개가 해당되어서 소금력이 줄어들고 있으니 평소보다 좀 더 간간하게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괜찮을까 살짝 걱정하면서도 과하게 염분을 보충하지는 말고 미역국 같은 무기질이 많은 국 종류를 조금 더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납득이 가는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균형을 잘 맞춥니다. 병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잘 맞추며 건강하려고 노력하죠. 저염식을 하면서 지나치게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의도적으로 참고 안 먹고 과잉 섭취하는 문제는 보통의 일이 아닙니다. 항상성 유지를 스스로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또한 이건 비단 염분 섭취나 나트륨 권장에 관한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데, 무슨 무슨 통계에서 이렇다더라, 임상 검사를 해봤더니 이렇다더라 하는 통계치는 숫자 장난이 아닌가, 통계 장난에 놀아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라는 이름 아래 화려한 통계 수치를 제시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가설이자 추정이고 확률일 뿐이다. 목적에 따라 의도한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숫자는 얼마든지 재가공될 수 있다(p.136)고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조작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빈번하게 일어남을 주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소금이 아닙니다. 소금을 바라보는, 소금을 둘러싼 불량 과학, 가짜 지식입니다.(p.144)

<짠맛의 힘>은 소금이 몸에 아주 좋으니 무조건 소금을 많이 먹자는 책은 아닙니다. 평소에 소금을 제대로 섭취하자는 내용과 더불어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소금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 이를테면, 신맛이나 쓴맛을 증상에 맞게 - 것들을 보충해야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특히 함께 먹으면 좋은, 구하기 쉬운 것들을 제시해줍니다. 특히 168 페이지의 염증이 있을 때 염증의 종류, 소금과 함께 추가로 먹으면 좋은 음식을 소개 해둔 것은 따로 메모해서 엄마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책을 통해 소금에 관한 오해를 좀 풀었습니다. 예전부터 생명 유지에도 필수불가결했던 짠맛, 식품의 보존 및 좋지 않은 기운을 몰아내는 데에도 사용되었던 소금이 어쩌다가 이렇게 악한으로 취급 당하게 되었는지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좀 만병통치처럼 나와서 거부감이 들기도 한데, 혹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소금을 먹을 때 소금과 물, 그리고 다른 영양소와의 균형을 맞추는 게 무척 중요한 것처럼요.

소금 섭취에 관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올바른 식염 섭취하는 법을 슬기롭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소금에 관한, 짠맛에 관한 오해가 있으신 분은 <짠맛의 힘>을 통해 소금이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며 무조건적인 저염식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가능하다면 부록의 소금 디톡스 2주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말리시겠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