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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안드레아 오언 지음, 김고명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난 왜 이러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으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하면서 별로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요샌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하고.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자존감이 땅을 파고 들어갑니다. 아아... 기분이 개떡같아.
우리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나만 빼고 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든다.(p.10)
기분이 개떡 같던 어느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책인데요. 제목도 마음에 들고 기분을 확 업 시켜줄 형광 녹색의 표지. 이 책이 나를 도와줄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 오언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전문가인 CTI 인증 코치라고 하는데요. 원래부터 강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식사 장애, 알코올 중독에다가 엉망진창이었던 첫 번째 결혼의 파국을 이겨내고 점점 강해졌는데요. 본인의 경험과 고찰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며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재혼해서 남들처럼 알콩달콩 투닥투닥 잘 살고 있습니다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첫 번째 결혼에서 회복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자의 또 다른 책 <어쨌거나 마이웨이>는 아마존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니 그럼 이 책이 자기 계발서란 말이야?
솔직히 자기 계발서를 안 좋아합니다. 뇌피셜에다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독자를 현혹시키곤 결과물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물론 자기 계발서에도 좋은 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신뢰할 수가 없었어요. 에휴... 자기 계발서를 통해서 내 인생 패턴이 달라진다면 따르겠습니다만... 어쩌면 다이어트 식품이나 물품 판매자와 비슷한 거 아닌가 하거든요. 그래서 좀 꼼꼼히 읽고 영 아니면 투덜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장을 열었습니다. 기분이 개떡 같을 땐 뭐든지 다 미워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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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을 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내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원래 인생이 고단하기 때문이라는 글레넌 도일 멜튼의 문구를 보고 위로를 받았거든요. 내 잘못이 아니구나.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두를 읽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자기 비하를 하기 때문에 우울감에 빠지는 게 바로 개떡같은 기분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일단 남의 시선을 버리고 나 자신에게 주목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야단치다 못해 비하하는 그 나쁜 녀석을 내쫓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죠. 적절한 자기반성과 반성을 통한 나아감은 좋지만 비하는 안됩니다. 남에게는 '죄송합니다만, ~해주시겠어요?' 라거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달고 살면서 나에게는 좀 인색했구나, 비하했구나.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게 인색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 그 반대의 경우도 나쁘다는 걸 몰랐어요.
이 책은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남과 관계를 맺기, 감정을 마취시키는 습관 끊기-제가 그런 습관이 있어요. 저자는 내 감정과 친해지는 여덟 가지 방법을 알려주며 마취에서 풀릴 수 있게 해줍니다. - 비교하지 않기, 자기 훼손 멈추기, 가면 콤플렉스로 유명한 사기꾼 콤플렉스 버리기, 남의 비위 맞추지 않기, 완벽주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쓸데없이 강한 척하지 않기, 통제욕 내려놓기, 파국적 사고 대비하기 등 열네 가지 솔직한 조언을 통해 스스로 개떡같은 기분을 내려놓게 돕습니다. 서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다른 자기 계발서처럼 읽고 으응 그렇구나 해버려서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책의 매 챕터 아래에 '어려워도 답해야 할 질문'에 이르면 잠시 책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야 합니다. 생각하고 글로 적어봅니다. 약간의 자기 연민이 생기고 자기애가 솟으며 나를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종이에 적거나 편지를 쓰면 좋겠죠. 조제의 <살아있으니까 귀여워>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방법이 제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가 봅니다.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건 내가 인간이고, 인간적인 결함에 대한 죄책감에서 그만 해방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p.48)이니까요. 과거의 내가 어땠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건 나는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며, 나 자신에게도 그런 사람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나는 더 이상 가면 콤플렉스, 사기꾼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겠습니다. 꾸며진 모습도 나 자신이니까요.
실수를 저지른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잘못 아는 게 있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완벽하지 않다고 사기꾼이 되진 않는다. 인간인 이상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인생을 헤쳐나가지만 가끔은 잘못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