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별 이야기
하타나카 다케오 지음, 김세원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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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네엔 운 좋게도 전깃줄 하나조차 방해 않는 커다란 하늘이 있습니다. 낮에는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만으로 신비로웠던 하늘이 밤이 되면 많은 불빛으로 물듭니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내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밤을 밝히는 인공의 불빛들로 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에서도 그런데 서울은 어떨까요. 어린 시절 캠프장에서 하늘에 손전등을 비추면 검은 공간에 동그란 불빛 자국이 생겼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건 전설의 고향이나 다를 바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나는 밤하늘을 보며 많은 상상을 했었습니다. 전설도 좋고 신화도 좋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의 지구인들도 상상을 키웠습니다. 그들은 옛날이야기, 신화를 하늘에 담았습니다. 하늘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다 보니 우주와 별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갔고, 그것은 낭만을 빼앗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았던가요. 알고 싶지만 모르는 것이 나을 때도 있죠. 제가 그렇습니다. 우주에 대해 알고 싶기도 하면서 알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달나라 어느 곳 깊숙한 곳에는 달토끼나 토끼형 인간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지구과학을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그렇잖아도 지구과학 시간에 왜 지구가 아닌 우주를 배우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테니스를 사랑하던 선생님은 이런 거 알아봤자 쓸데없고, 어차피 입시에 도움도 안 되니까 그냥 이런 게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노트 정리한 내용으로 시험 낼 테니 그냥 잘 베껴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의무 교육도 아니었는데 의무적으로 교육을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주는 계속해서 신비하지만 모르는 세계로 남았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우주를 사랑하지만 직업으로 선택하기엔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한 동생은 대학 진학 후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우주에 가까이 갔고, 결국 거기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여 태명 달과 별이었던 두 아이를 키우며 여전히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여전히 - 그것까지 포함하여 - 우주는 신비한 공간입니다.

이와나미 신서 최신간인 <우주와 별 이야기>는 상당히 방대한 이야기를 꼭 필요한 부분만 짚어서 우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꾸려져 있습니다. 별의 등급과 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언급한 몇 개의 별자리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태양계와 은하계, 그리고 우주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찾기 쉽다는 이유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리온자리 이야기를 할 때는 견우성과 직녀성 이야기보다 더 집중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노트에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은하 철도를 그리고 말았습니다. 내용은 쉬운데 고등학교 때 이미 중단해버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플래그를 많이 붙여두었으니 읽고 또 읽으면 이해하겠죠. 어렴풋이 성운이니 성단이니 나선형 은하니하는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으니까요.

저자인 하타나카 다케오는 일본의 전파천문학 개척자인 천문학자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여전히 옳은 것인지 우주를 알지 못하는 저는 잘 모릅니다만, 책이 나오기 전에 일본 이와나미나 우리나라의 출판사인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에서 감수를 했겠지 하며 읽었습니다. 그래도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디는 걸 본 후 돌아가셨으니 흐뭇해하셨겠다... 과학자들이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돌아가셨겠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뭉클해졌습니다.

이 책의 작은 단점이라면 사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요. 사진 첨부 시 저작료 등의 문제가 생기므로 굳이 첨부하지 않았을 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이와나미 신서는 책값이 저렴하다는 게 매력 중 하나거든요. 단어나 그림이 궁금할 때면 검색해서 사진을 보거나 영상도 봤는데요. 그렇게 읽어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와나미 신서 중에 <허블>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우주와 별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블>이 잘생기고 멋져서 흥미가 배가됩니다. 이 책 131페이지에 허블 망원경 이야기가 나오길래 슬쩍 추천해보았습니다. - 이와나미 신서 중에 사토 가쓰히코의 <우주론 입문>도 있지만 그건 제가 읽어보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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